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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또 광복절에, 다시 광복절에

광복절인 어제 뉴스에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이안류가 생겨 피서객 몇 명이 휩쓸려 갔다가 구조됐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보나마나 일본어일 것같은 의심이 들어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그러하다.

외래어나 신조어를 담당하는 국가 기관이 없다보니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새 어휘는 대부분 일본에서 말을 만들어준다. 우리 사전에 실린 단어중 한자어의 절반은 일본어일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니 일본인들이 은근히 미소지으며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겠는가.

 

대체 이안류가 뭔가. 그러느니 차라리 쓰나미처럼 일본어를 통째로 갖다쓰는 게 떳떳하다. 이안류라고 우리말로 적으면 무슨 뜻인지 더 모르고, 離岸流라고 적어봐도 의미를 제대로 해독하기 어렵다. 그러느니 그냥 쓰나미는 지진으로 생기는 해일,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쉽다.

 

난 어설프게 되지도 않는 이상한 일본식 한자 표기를 들여오느니 그냥 일본어 발음대로 쓰기를 권한다. 쓰나미란 어휘는 우리나라에 없던 말이다. 덕분에 우리 사전에 어휘 하나 는 것이다.

 

며칠 정신관련용어를 정리하다가 화가 치밀어 혼났다. 영어 용어를 일본인들이 번역한 그대로 발음만 한글로 적어 내놓은 것이니 그 조악함이 말로 다 할 수 없다. 한두 분야가 이런 게 아니다.

 

그저 광복절이나 삼일절이 되면 그날 딱 하루 일본말 쓰지 말자, 독도는 우리 것이다, 부활하는 군국주의, 쟤들 우익 교과서로 애들 가르친다 욕을 늘어놓는데, 그래봐야 잠시잠깐 기분이 좋아질지는 모르지만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매사 이런 식이다.

 

일제 만행 규탄한다며 일장기나 찢고 태우고, 일본대사관에 계란 몇 개 던지는 것으로 분풀이를 해가지고는 백년, 천년 가도 일본을 이길 수가 없다. 구한말에 일본군 불러들인 것도 조선인, 그네들 앞세워 부귀영화 누린 이들도 조선인이다. 지금도 사분오열되어 국론이 찢어지고 찍어대고 난리인데, 그런 마음으로는 극일이 안된다. 일장기 태운다고 제 기분이나 좋아지지 어느 일본인이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겠는가. 괜히 대한민국 재산만 불태우는 것이다. 옷감이란 옷감, 잉크란 잉크 다 구해다 일장기 그려 죄다 태워보라. 그래도 소식이 없다.

 

지금 친일파 색출이라고 하여 커다란 사전까지 만들어 그 후손들까지 망신주고 난리인데,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진짜 나쁜 놈들은 그 사전에 올라가지 않으니 문제다. 나라 망하게 해서 제 백성들을 일본군 위안부로 끌어가고, 징용 징병으로 끌어가고, 공출로 곡식  빼앗기게 만든 왕 고종, 왕비 명성, 그 아버지 대원군, 순종, 이런 이들은 왜 그 사전에 안들어가는가. 적국과 싸워 패한 놈이 나쁜 놈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나라 빼앗긴 뒤 살기 위해 조금 부역한 놈들만 두드려 잡아가지고는 안된다. 그러니 인민군 내려오면 국군에 부역한 놈 잡아 죽이고, 국군 들어오면 인민군에 부역한 놈 잡아죽여 살아남은 사람이 별로 없는 마을도 있다. 왜 어쩔 수없이, 살고자 하는 기본권 때문에 실수한 사람들만 이토록 가혹하게 처벌하고, 정작 나라를 망친 진짜 주역들은 범죄자 명단에 안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우리 할아버지나 아버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충청도 산간마을에 사신지라 일제도 잘 모르고, 육이오도 잘 모르고 살다 돌아가셨다. 1924년생이신 아버지는 일제에 징병되어 충청도 청양에서 대전까지 끌려가다가 겁도 나고 하도 집이 생각나 도망쳐 오셨다. 애국이란 개념은 아예 없고, 그냥 무서워 도망쳤을 뿐이다. 만일 그때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는 태평양 어느 전선엔가 끌려가 영문도 모르고 미군과 싸우다 돌아가셨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집안에 친일파는 하나도 없다. 육이오 때는 마침 병에 걸려 국군이든 인민군이든 영장을 미룰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일제나 육이오에 정면으로 맞닥뜨렸다면 어찌 됐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닥쳐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철 모르고 날뛰는 게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친일하고, 친북한 것에 대해서는 나도 국민이니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본다. 다만 아무것도 모르고 친일하고, 친북한 이들, 친일이니 친북이니조차 무슨 뜻인지 모르는 이들은 좀 너그럽게 용서해줬으면 좋겠다. 이래저래 죽는 건 맨날 힘없는 백성들이다.

 

난 임진왜란의 괴수라고 하면 선조 이균을 가장 먼저 꼽는다. 그 다음은 총리격인 영의정 이산해, 국방장관격인 병조판서 홍여순, 참모총장격인 도원수 신립 등등의 조정 대신들이 중범들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야, 원래 힘센 놈은 남의 나라 쳐들어오는 게 인지상정이요, 고금의 역사 법칙이다. 전쟁 난다고 그렇게 보고를 했는데도 묵살한 왕이 나쁜 놈이지 어째서 죽지 못해 일본군 심부름 한번 해준 양민을 잡아다가 삼족을 멸한단 말인가.

 

육이오도 그렇다. 이승만이 나쁜 놈이다. 남침 정보가 수없이 들어와 경무대에 보고가 올라갔지만 거기서 무시되어 전쟁 전날 대부분의 장병들이 휴가나가 전선을 비웠다. 그런 중에도 6사단만은 남침 위험을  인지하고 정신차려 전쟁이 터졌을 때 적군의 남침을 3일씩이나 저지시킬 수 있었다. 서울이 단 하룻만에 함락되는데 중부전선이 3일이나 버텨준 바람에 육이오전쟁의 전황이 바뀌어버렸다.

 

그러니 그런 사단장은 공을 높이 기려 양만춘이나 강감찬이나 이순신처럼 기리고, 직무를 태만히 한 참모총장, 국방장관, 대통령은 국민들이 가차없이 응징해야 한다. 자아반성은 안하고 김일성 욕만 해가지고 뭘 하겠는가. 나라와 나라간의 전쟁에서는 힘과 전략만 필요하지 도덕도, 철학도, 양심도 다 필요없는 것이다.

 

광복절이라고 너무 나대는 것도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임진왜란을 우리 힘으로 이겼는가, 육이오를 우리 힘으로 이겼는가. 실제로 임란 때 일본군을 물리친 건 명군이고, 일제 때 일본군을 이 땅에서 싹 물러나게 한 건 미군이다. 

 

우리가 광복에 무슨 공을 그리 들였는가. 독립운동 안하고 좌우익 싸우기 바빴잖는가. 

남의 힘으로 광복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임진왜란 막아준 덕에 명나라에 그토록 열심히 사대해야 했고, 일본놈들 몰아내준 미국에 굽실거리는 거 당연하다. 사대하고 굽실거리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 애초 우리 힘으로 적을 몰아내지 못한 잘못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 남탓만 하다가는 정작 우리만의 역사를 갖지 못한다. 자주권이란 우리 손으로 지켜야 자주권이지 남이 찾아주고, 남이 관리해주는 건 자주가 아니다. 미군 싫어 미군철수 외치는 걸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제 집이라도 팔아 자주국방비 헌납하면서 나서야 한다. 그러면 그 진정성이 이해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이라는 군사 초강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헛소리하고 자만할 틈이 없다.

 

광복절이라고 밑도 끝도 없이 일본 욕이나 늘어놓다가 입다물어 버리는 행태가 올해도 반복되었다. 역사는 반드시 반복된다. 전쟁사를 보면 말많은 놈들이 가장 먼저 달아나고, 용기있는 나대던 놈들이 가장 먼저 배신한다. 싸우는 건 묵묵히 생업에 매진하던 일반 백성일 뿐이다.

 

- 일본의 정체를 더 똑똑히 알 수 있는 글들

 

<난징 대학살 놓고 맞붙은 중국과 일본>

< '침략군 앞잡이' 일본불교 조동종의 뒤늦은 참회>
<일본인들은 평화를 말할 자격이 없다>

< 나는 일제에 징용 피해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
<일본 전쟁 범죄 기업 명단을 정리하면서>

일본인, 당신들은 왜구와 전범의 후손이다

<위안부 상 가리키며 매춘부 상 치우라는 일본인>
<또 광복절에, 다시 광복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