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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복(福)이란 무엇인가?

복(福)이란 무엇인가?


복은 일단 귀신이 내리는 것이다. 귀신을 상징하는 示가 변으로 있다.

한자가 생기던 시절의 복은 제사에 쓴 고기와 술을 가리켰다. 귀신이 먹고난 음식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음복(飮福)이라는 말이 나왔다. 즉 복을 먹는 것이다.


먹고살기 힘든 옛 시절에는 제사 음식 자체가 복이라서 이걸 많이 얻어먹는 것을 매우 귀한 일로 여겼다. 제사 자리에 초대받는 것조차 어려웠으니 더욱 그렇다.


옛날에는 평소에 먹기 힘든 음식이라도 제사상에는 반드시 올리기 때문에 제사 음식을 먹는 <음복>은 매우 귀한 것으로 여겼다. 내 육촌동생 하나는 겨우 서너 살에 불과하던 시절, 제삿상에 오른 계란 하나 얻어먹겠다고 그 어린 애가 눈꺼풀 비벼대며 자지 않으려 버티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만큼 계란 하나 먹는 것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제사 음식을 줘도 잘 안먹는 세상이 되었지만 하여튼 옛날에는 '잔칫상' 그 이상이었다. 이런 정황을 알아야 복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복이란 뜻이 이처럼 평소에 먹기 힘든 귀한 음식이 되다보니 나중에는 건강하고 오래 사는 壽, 관직이 높이 오르는 貴, 돈이 많이 모이는 富 3가지가 그만 福의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즉 조상 귀신을 잘 섬기면 壽貴富가 저절로 모인다는 미신이 생기면서 福의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이게 한비자의 글에 나온다.


이러 하니 이후 여성들 사이에서는 복을 많이 가지라는 말이 중요한 덕담 혹은 인사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복 하나 가지고는 모자라 만복(萬福)이라는 말까지 인플레되었다.


동양의 복은 이처럼 조상 귀신을 잘 섬겨야 받는 것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네팔 출신의 성자 붓다는 福은 業이라서 '짓는 것' '짓는대로 받는 것'이라는 개념을 정리해보였다. 즉 평소에 덕을 쌓고 보시를 해야 福이 온다는 복업(福業)이론을 주창한 것이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복받으라는 말을 하지 않고(없는 복은 받을 수 없는 것이니) 복 지으라는 인사를 한다.


도대체 새해가 언제인지 헷갈리는 한국인들은 1월 1일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고, 한두 달 뒤에 오는 음력 설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인사를 또 한다. 이 정도면 아무 말 대잔치쯤 되는데, 우리 민족이 뭘 잘 따지지 못하고 휩쓸려 다니기나 하며 남 하는대로 따르고, 사람 많이 모이면 일단 줄 서는데 익숙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알고나 쓰라고 몇 자 적었다.


<귀신은 있는가>


- 복은 자신이 지은 공덕대로 오는 것이라 평소 저축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쓰는 것과 같다. 봉사 안하고, 남 도운 적 없고, 인류에 손톱만큼 공헌한 적 없으면 복은 없고 화만 는다. 하물며 남 욕하고 물어뜯고 인색하게만 살아온 사람에게는 복 대신 화(禍)가 찾아온다. 

복(福)과 화(禍)는 비례한다. 복이 오면 화가 줄고, 복이 줄면 화가 는다.


<알아두면 좋은 제사 관련 어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