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라니, 기자나 국어학자나 배알도 없나
얼마 전에 저녁 뉴스에서 보도기자와 앵커가 '소포폭탄'이라는 어휘로 고생하는 걸 재미나게 구경했다. 어떤 바보가 영문뉴스에 나오는 말을 '소포폭탄'이라고 번역해주니 기자와 앵커는 아무 생각없이 그저 써준대로 읽다가 발음이 자꾸만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하도 우스워 나도 발음해보려니 대단히 어려웠다. 이튿날 아침 뉴스부터는 폭탄소포로 바뀌어 발음이 부드러워졌다.
요즘 '희토류'라는 어휘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쓰는 한자어다. 중국은 한자가 자기네 문자고, 일본 역시 공용어나 다름없이 쓰이니 내가 시비할 일이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한국어를 한글로만 표기하는 나라다. 이미 쓰던 한자어는 줄여나가야 하고, 새로운 어휘는 굳이 한자어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래 놓고 한글전용이라고 하면 말이 안된다.
<강원도 양양서 희토류 생산한다 / 조선일보>
- 우리나라가 강원도 양양 일대에 희소 광물인 희토류(稀土類)가 매장돼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상업 생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기사에 오류가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광물자원공사'이고, '희소 광물인 희토류'는 거의 코미디다. 희토류가 뭔지 기자가 잘 모르다보니 이런 이중 표현이 사용되었다. 검색해보니 희토류라는 일본어 내지 중국어는 희귀한 원소들을 두루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 "한국광물자원공사는 강원도 양양 일대에 희귀원소가 매장돼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로 고쳐야 한다.
일단 나는 희토류를 '희귀원소'로 불러주기를 바란다.
희귀하다는 말은 일상적으로 쓰는 한자어고, 원소 역시 그러하기 때문에 큰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발음이 마음에 쏙 들지는 않는데 일단 이러한 자세로 고쳐나가자.
더 좋은 말이 있으면 국어학자들이 제시하기 바란다. 늘 뒷짐지고 앉아 고서적이나 뒤적거리며 헛기침만 하지 말고 현실에서 제대로 좀 해보기 바란다.
<희귀원소란> * 잘 정리된 설명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