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양극성장애-우울증-정신질환

우울증 환자, 자녀들과 함께 동반 자살

소설가 이재운 2012. 2. 1. 21:50

 

우울증 치료를 위해 입원까지 했다면 중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난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는 걸 매우 싫어한다. 감기라니. 그야말로 감기는 약 먹든 안먹든 대개 일주일이면 치료가 된다. 감기라면 약을 먹어 통증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럴 수가 없다. 일주일이 아니라 일이년, 혹은 십년 이상 앓을 수도 있다.

게다가 온몸이 다 아프다. 실제로 통증이 온다. 검사하면 멀쩡하지만 실제 아픈 걸 어떡하는가.

이렇게 위험한 질병을 감기에 비유하다니, 이래서 우울증의 위험성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

 

담당 주치의는 왜 이 환자를 퇴원시켰을까.

물론 주치의를 비난할 마음은 없다. 우울증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문답 밖에 없으니까 환자가 좋다고 진술하면, 명랑하게 대답하면서 두어 번 웃어주기만 해도 의사는 속을 수 있다.

정신질환을 혈액 분석으로 그 정도를 예측하거나 뇌파 분석으로 진단한다면 모르지만, 그런 곳은 아직 없는 듯하고, 단지 문답만 가지고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A씨의 경우가 그렇다. 치료됐다고 퇴원하자마자 자녀들까지 몰살시키는 살인범, 자살범으로 변한 것이다.

저 어린 것들, 얼마나 안타까운가.

A씨인들 죽고 싶어 죽은 게 아니고 죽음에 이르도록 몸 상태가 악화된 것이다. 이걸 막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환자들이 가정으로 돌아온 이후 이들을 지켜줄 무슨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A씨의 남편이 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 우울증에 대해 공부하고, 안전 대책을 배웠어야 한다. 이런 비극을 막을 방법이 있음에도 우린 이 문제를 너무 방치하고 있는 것같다.

우울증 앞에서는 대학교수고 박사고 필요없다. 따로 배워야 한다.

 

가족 중에 정신질환자가 있다면 의무적으로라도 이런 안전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환자들이 무엇 때문에 아프며,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그 실체를 알아야 한다.

물론 환자들은 갖은 핑계로 가족들을 괴롭힐 것이다. 그러다보면 환자를 미워하는 마음까지 갖게 되고, 그러면 병은 더 악화된다. 환자가 하는 말은 죽을만큼 아파서 살려달라고 한번 해보는 말인데, 가족들이 감정을 갖고 대하다보면 환자를 가두거나 폭행하거나 무시하거나 심지어 시설에 가둬버리기도 한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지금 이 시각에도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본인의 노력만 가지고는 여간해서는 나을 수가 없다.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의 강력한 지지가 있어야 한다.

좀 더 노력을 해야 한다.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몸에 폭탄조끼를 두르고 있는 셈이라고 여기기 바란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지구라도 파괴시킬 수 있는 좌절감, 절망감이 환자를 검은 구름처럼 감싸고 있다.

이런 환자를 구하려면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괜찮겠지, 오늘은 기분이 좀 나아보이는군, 오늘은 설마, 이런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시시각각이 위험한 순간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명랑하게 웃을 때가 더 위험하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분이 우울증 환자라면 혼자 극복하려고 하지 말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호소하기 바란다. 제발 손을 내밀어 잡아달라고 하기 바란다.

어쩌면 친구나 가족이 우울증을 그저 감기정도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거든 위험한 병이라고 알려주고, 살려달라고 청하라. 약 절대 빼먹지 말고, 의사의 지시를 꼭 지키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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