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양극성장애-우울증-정신질환

아내 우울증, 남편들이 제발 좀 배워라

소설가 이재운 2012. 3. 7. 15:40

또 비극이 일어났다.

산후 우울증에 걸려 고생하던 20대 여성이 8개월된 딸을 발로 차고, 젖도 주지 않아 기어이 굶어죽었다고 한다.

이걸 죄로 다스리기도 마땅치 않고, 오로지 예방이 최선이다.

일단 기사부터 보자.

 

<이 기사 전문 보기>

 

우울증은 혼자 감내하기 어려운 질병이다. 다리 부러지고 살 베이는 것하고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오죽하면 고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지며, 아이가 죽어가는 데 살리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겠는가.

집안에 우울증 환자가 생기면, 대개는 부부 싸움이 자주 일어나 병이 더 악화되기 십상이다.

우울증 환자가 보는 세상은 부조리 투성이다. 오마이뉴스나 나꼼수처럼 세상을 온통 부정적으로만 보고, 다 원수고, 그 신문 댓글들처럼 잘 사는 사람들, 잘 난 사람들은 무조건 저주하기 마련이다. 씨바, 존나도 일상어가 된다.

고매한 성직자도 하찮게 보인다.

그러니 남편인들 오죽하겠는가. 속물로만 보일 것이다.

그래 내가 주는 밥이 목구멍을 넘어가니?

이런 나하고 섹스를 하고 싶니?

매사 이렇게 생각이 비뚤어지고 비관적으로 뻗어나간다.

 

그래서 여성이 우울증에 걸리면 그 남편이 먼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아내가 뭐라고 하든 받아주고, 격려하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우울증 환자가 된 아내의 말은 모두가 다 거짓말이라고 믿어야 한다.

병이 났기 때문에 하는 말, 그래서 말도 병들었다고 믿어야 한다.

그것은 정말 사실이다.

 

아내가 우울증에 걸린 남편, 남편이 우울증에 걸린 아내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우울증의 정체를 미리 공부하고, 이 사람들이 어떤 증세를 보이는지 미리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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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프다고 말할 것이다.

아마 상하지 않은 음식을 상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맛없다고 고개를 외면할 것이다.

아름다운 꽃이나 풍경을 보고도 한숨을 쉴 것이다.

예쁜 딸을 보고도 귀찮다고, 저리 가라고 할 것이다.

섹스를 하는 중에 빤히 얼굴을 바라보며 당신을 경멸할 것이다.

의심할 것이고, 부정할 것이고, 비하할 것이고, 좌절할 것이다.

그래서 우울증이다.

 

제발이지 저 기사에 나오는 남편처럼 환자인 아내하고 부부싸움 좀 벌이지 말기 바란다.

우울증 환자하고 싸우는 건 어서 자살하라고, 암 걸려 죽으라고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울증은 부부간의 애정도를 재보려는 신의 고약한 장난인지도 모르겠다.

진짜 사랑이었을까, 우울증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퍼부을 것이다.

시험에 들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