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용문, 가보기는 했나?
오늘 우연히 기사를 읽다가 등용문이란 어휘를 보았다. 그 유래를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1000가지>에 올린만큼 나도 아는 말이지만, 갑자기 용문이 어떻게 생겼더라 하는 의문이 생겼다. 거의 용문 근처까지 갔다가 보지 못하고, 또 중국인들이 허풍친 말이겠지 하여 굳이 가려고 애쓰지 않은 탓도 있는데, 막상 용문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하여 잠시 정리를 하면서 사진을 구해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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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용문(登龍門)은 오래 전부터 써온 말이다.
용문을 올라섰다는 뜻이다.
용문(龍門)은 황하(黃河) 상류의 산서성(山西省) 하진현(河津縣)과 섬서성(陝西省) 한성현(韓城縣)의 경계에 있는 협곡이다. 용문은 용문산 중간이 갈라져 만들어진 협곡인데, 마치 대궐 문처럼 생겼다 하여 용문이라고 부른다.
이 산은 마치 대문을 연 듯 황하의 물줄기가 산 절벽사이로 힘차게 흘러간다.
따라서 이곳을 흐르는 물살이 어찌나 세차고 빠른지 큰 물고기도 여간해서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황하가 호호탕탕 흐르다가 이곳 용문산에 막혀 상류 일대에 큰 홍수가 났단다. 이에 우 임금이 용문산 가운데를 까서 이곳으로 물이 흐르게 길을 냈다고 한다. 실제 그랬는지 전설인지 알 수가 없지만, 용문산 가운데를 파서 만든 물길처럼 이곳 협곡은 좁다.
용문산은 산서성과 섬서성(중국발음으로는 구분이 잘 안되어 이렇게 한자음으로 표기) 경계에 걸쳐 있는데, 이 용문이 그 경계다. 아시다시피 중국 고대 문명은 황하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그것도 이곳의 황하 지류인 위수(渭水)가 그 중심지였다. 위수는 황하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지점의 서부 지역 전체를 적시는 대단히 큰 강이다. 감숙성 남동쪽에서 발원, 동쪽으로 흘러 섬서성으로 들어가 경수(涇水)와 분수(汾水) 등의 지류와 합쳐쳐 함양과 서안 북쪽을 지나 동관(潼關) 부근에서 황하로 흘러들어간다. 따라서 땅덩어리 큰 중국에서나 수(水)지 실제로 800킬로미터의 긴 강이다.
이런 이유로 용문은 중국 고대 국가인 주나라, 진나라 등에서 중시하는 개념이었고, 여기서 등용문이라는 고사가 나온 것이다. 즉 협곡인 용문을 올라서면(등용문) 잉어가 용이 된다는 전설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함양, 서안, 위수 일대는 다 답사를 해보았는데 일정이 안맞아 용문을 구경하러 한성까지 올라가지는 못했다. 막상 용문의 위용을 감상하려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사진이 없다. 다녀온 사람이 없지는 않을 텐데 안보인다. 할 수없이 중국 사이트를 뒤지니 자세히 나온다.
중국 사진이나마 용문과 용문산을 감상하자. 그리고 실망스럽거든 저 뒤 호구폭포를 감상하기 바란다. 거기도 황하 지류인데, 내가 보기에는 거기야 말로 잉어가 오를 수 없는 진짜 급류다.
이곳 용문 근처 한성현은 사마천의 고향이기도 하다.
중국 사이트를 링크할 테니 가서 사마천의 유적지도 감상하고, 용문의 위용도 감상하기 바란다.
한편 용문은 상상하던 것보다 그리 심한 급류는 아니다. 물론 물살이 셀 때에 물고기가 거슬러 올라가기가 어렵겠지만 진짜 어려운 곳이 바로 용문 상류 맹문에 있다. 여긴 중국의 고대 문명 중심지에서 좀 멀리 있다 보니 사람들이 잘 모른다. 요즘은 영화에 자주 나오고, 사진도 많이 돌아다니는 황하 상류인 호구폭포다.
이 정도는 돼야 등용문이라는 허풍을 떨어도 되는데, 대중의 눈에 안보이니 쓰이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