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한자어 털고, 일본어 잔재 씻으려면 앞으로도 백년 더 걸릴 듯

소설가 이재운 2012. 7. 11. 10:57

우리 민족은 매사 감정적이라 실체를 들여다보는 데 익숙하지 않다.

- 이 글 한 줄에도 민족(겨레), 매사(모든 일마다), 감정적, 실체, 익숙이란 한자어가 들어갔다. 미칠 노릇이다. 100년 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내 작품들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한자어가 많으냐고 나무라면 난 어쩌나. 일제 때 소설, 전후 소설들 읽어보면 내 눈에도 낯선 고어 투성이라 불편한데, 내 글인들 그런 비판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언어는 더불어 쓰는 것이니 나만 내멋대로 쓸 수는 없다.어쩔 수없이 미래의 비판을 감수해야만 한다. 

 

엊그제 컬투라는 젊은 개그맨 두 명의 개그를 우연히 보았는데, 거기에 쓰리빠, 도란스, 다라, 빤쓰라는 어휘가 튀어나왔다. 일제가 뭔지도 모르고, 육이오전쟁도 겪지 않은 그들이 왜 일본말 잔재를 입에 달고 사는지, 김구라라는 청년이 왜 일본말로 제 이름을 삼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걸 허용하는 우리 사회도 문제가 있다. 그러면 안된다고 가르쳐 주는 어른이 주변에 없다는 말이 아닌가.

 

오늘 하루만 어휘 관련 기사가 몇 개 올라왔다.

 

먼저 종군 위안부. 이 말은 일본인이 붙여준 것이다. 한류란 어휘가 중국인이 쓰는 말이듯,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남의 말을 그대로 갖다 쓴다. 도무지 주체적이질 않다. 왜 미국 외무장관(이것도 일본이 작명한 국무장관으로 쓴다. 미국의 외무장관은 국무총리급이니 그럴 수 있다 치자.) 클린턴이 나서서 '성노예'란 표현이 맞고 위안부는 쓰지 말라고 할 정도인가.

<성노예 표현 쓴 클린턴, 모든 문서에 위안부 금지/조선일보>

 

이 기사를 보자.

<중 조선족 90% 중국이 조국, 일 조선인 17% 일본이 조국/한겨레>

한겨레가 입만 열면 자주를 떠드는데, 막상 이런 말을 쓰는 걸 보면 거기도 좀 의심스럽다. 조선족과 조선인이 왜 달라야 하는가. 러시아 나오면 고려인이나 카레이스키라고 하고, 미국 나오면 한인이라고 할 것이다. 동포라면 간단한 것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부르는 명칭을 왜 우리가 따라 써야 하는가.

<중국 동포 90%가 중국이 조국, 일본 동포 17% 일본이 조국>이라고 하면 못알아듣나?

한겨레 식으로 하면 <중국 내 한겨레 90%...., 일본 내 한겨레 17%...> 이러면 안되나?

이 기사에 나온 사진 보면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란 데서 낸 책 제목이 <코리언의...>다. 이따위 인식이니 조선인, 고려인, 한인, 이렇게 어지러워진다. 누구 입맛에 맞추려고 우리 민족을 코리언이라고 적는가.

 

<성인 절반 이상 '주폭'이 무슨 뜻이죠?/중앙일보>

이거야 경찰이 하는 말이니, 경찰 수준 생각해서 넘어가 줄 수는 있다. 경찰에 이런 기능이 없을 테니 말이다. 물어볼 줄이라도 알아야 하는데, 다들 저 잘난 맛에 전문가에게 물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국립 국어연구원이 있다. 여기 물어보면 바른 말을 알려준다.

말이 틀리면 일도 어긋난다.

작은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