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주시경 선생님, 훈민정음은 글이 아닙니다

소설가 이재운 2013. 10. 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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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라는 명칭에 이의를 제기한다. 훈민정음이라는 본래 이름에 나타난 정식 명칭은 어디까지나 바른소리 正音이다. 세종 이도는 소리를 표기하는 기호를 만들었지 글을 지은 게 아니다. 28개의 부호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훈민정음을 '韓나라의 글'이니 '큰글'이니 하는 의미로 <글>이라고 일컫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오류다.

 


- 세종 이도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우리말은 있었다.
그가 만든 건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한 소리부호 '훈민정음'이다.

 

주시경 선생이 훈민정음 즉 <바른소리>를 '한글'이라고 지은 것은 아마도 훈민정음을 가리키던 다른 명칭 즉 諺文(언문), 암클, 아햇글, 조선글 등의 명칭에 영향받은 탓이었다고 이해한다. 애당초 훈민정음을 글로 착각한 선조들의 오류가 주시경 선생에게 이어진 것이라고 보면 딱히 주시경 선생만의 잘못은 아니다. 다시 말해 우리 조상들은 < 정음>을 글로 잘못 이해했고, 주시경 선생도 무심코 이를 따른 것이다.

 

또 하나의 오류는 훈민정음을 문자라고 하는 것이다. 文字는 한자의 옛이름이다. 漢나라 이후 한자란 이름이 생겼는데, 이전에는 막연히 문자라고 했다. 하지만 한자는 글자 하나하나가 뜻을 나타내기 때문에 소리를 표기하는 훈민정음과는 계통 자체가 전혀 다르다. 따라서 한자 같은 뜻글자는 문자라고 할 수 있어도, 소리글자인 훈민정음은 절대 문자라고 해서는 안된다. 외국인들이 이해할 때는 그냥 코리안알파벳이다.

 


- 여러 가지 알파벳. 유일하게 한자만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한글이라는 잘못된 명칭을 사용하지 말고 <正音>을 우리말로 푼 <바른소리>라고 했으면 좋겠다. 안그러면 앞으로도 <바른소리> 훈민정음을 우리말이나 우리글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나올 것이다. 한글날만 되면 훈민정음 얘기는 할 줄 모르고, 욕설을 많이 하느니 외래어를 많이 쓰느니 엉뚱한 말을 하는 것이다. 욕설도 훈민정음 표기이고, 외래어도 훈민정음 표기이니 한글날에 대표적으로 떠들 말이 아니다.   

<조선일보 / '한글이 아프다' 시리즈 가보기. 한국어가 아프다는 걸 잘못 표기했다>
<서울신문 / 한글날 부끄러운 자화상 헌법조문 약 29% 일본식 용어. 여기도 한글이 아니라 한국어 문제다.>
<중앙일보 / 한글날이 부끄럽다. 여기도 한국어 문제를 논하고 있다.> 


- 훈민정음 보급에 앞장선 주시경 선생. 하지만 그가

훈민정음을 '한글'이라고 번역하면서 훈민정음과 우리말을 구분하지 못하고,

 한글을 한국어를 쓴 글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언론이나 인터넷을 보면 한국어라고 해야 할 것을 한글이라고 표현한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한글 파괴'로 검색하면 한국어를 잘못 쓴다는 비판 기사가 줄줄이 올라온다. 욕설을 쓰든 준말을 쓰든 한글 표현은 맞는데, 그걸 한글 파괴라고 하면 안된다. 욕설 많이 쓰면 한국어가 파괴되는 것이지 한글이 파괴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아무리 지적해도 한글이란 명칭을 계속 쓰는 한 이런 오류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름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정리한다. 동하신다면 널리 퍼뜨려 주기 바란다. 

 

- 세종 이도가 발명한 소리 표기 부호 -> 훈민정음 -> 바른소리

- 훈민정음 즉 바른소리로 표기한 글 -> 한글 * 따라서 찌아찌아 말이라도 <바른소리>로 적으면 한글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국민이 이 뜻으로 쓰고 있으니 이렇게 바꾸는 게 어렵지 않다. 한글날도 바꿀 필요가 없다. 바른소리로 적은 진짜 한글과 한국어를 바른소리로 적은 글까지 모두 포함하니 문제될 게 없다.

- 훈민정음과 아무 관계없는 한민족 고유 언어 -> 한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