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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말해준 이 없다고 한탄하는 조양호 씨에게

소설가 이재운 2015. 2. 26. 23:56

한진그룹 조양호 씨가 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에 관해 직언하는 부하가 없었다고 한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마디로 같잖다.

재벌이나 대통령 등 수뇌가 되면 반대, 비판, 직언을 싫어하게 된다. 각하, 각하 해야 웃어준다.

아주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권력의 주변에는 아첨하는 인물로 넘쳐난다. 이승만, 박정희가 다 그런 아첨꾼에 둘러싸여 있다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비명에 갔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도 직언이나 비판은 아예 귀막고 안들으려 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조양호 씨가 정말 사실을 듣고 싶다면 일은 매우 간단해진다.

회의를 할 때마다 <무조건 반대하는 부서>를 두면 된다.

정도전이 만든 조선에서는 <사간원>이란 관청이 따로 있었다. 대사간 등 이 부서 소속 사간원들은 늘 비판하는 것이 직업이었다. 정도전은 왕에 대한 간쟁(諫諍)·논박(論駁)을 임무로 하는 관원을 무려 24명이나 두게 했다.

당쟁을 조장한 선조 이균 이후 사간원은 남의 당 사람들을 비판하고, 자기네 당 사람들을 옹호하고 지키는 기구로 전락됐지만, 정도전이 처음 만들 때의 사간원은 이처럼 깊은 뜻이 있었다.

 

그런즉 한진그룹 내에 사간원 비슷한 부서를 하나 두어 회의 때마다, 혹은 독대할 때마다 조양호 회장을 비판하는 직원들을 두는 게 좋겠다. 게다가 이 사람들은 수시로 회장을 만날 수 있어야지 청와대처럼 비서들을 안만나주면 반칙이다. 그럴 용기 없으시면 이런 한탄도 하지 말기 바란다.

 

대기업 조직이 관료사회처럼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은 오너가 반대, 비판 등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더러 창의성 없다, 종같다 욕할 것 하나 없다. 일반기업이 더 심하다.

 

아울러 크고작은 회사든, 조직이든 반대 전담 부서를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반대자의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또 다른 면모를 볼 수도 있다.

 

한 가지 유념할 게 있다. 간언하는 사람은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 <소설 징비록>에서 유성룡과 함께 임진왜란을 회상하는 인물 이효원은 진짜 내 할아버지인데, 이후 광해군 때 대사간이 되셨지만 바른말하다가 기어이 삭탈관직되었다. 당시 처형될 뻔하다가 조금 감해져서 거제도에 14년간 유폐된다. 그 덕분에 우리 집안은 세상을 한탄하며 서울에서 충청도 청양으로 낙향해버렸고, 이후 우리 집안은 청양 사람이 되었다. 이 정도 각오 아니면 바른 말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