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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오 사태로 본 우리나라 집단 지능의 수준

소설가 이재운 2015. 6. 1. 11:22

나는 백수오 사태가 한의사협회와 건강기능식품업계 간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한의학과 건강식품 간의 차이가 모호하기 때문에 생긴 주도권 싸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백수오 사태, 한의사협회와 건강기능식품업의 밥그릇 싸움 아닌지 살펴라>

 

이 글의 논점은 조금 다르다.

언어 사용에 관한 집단 무지엔 관한 것이다.

 

이 사태에서 일부 언론 등은 논란 초기에 이엽우피소를 가리켜 <가짜 백수오>라는 딱지를 붙여버렸다.

이로써 이엽우피소는 가짜이며, 독성이 있으며, 먹어서는 안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버렸다.

그러자 국민들은 깜빡 속아 여기저기서 이엽우피소가 들어간 제품을 버리고, 놀란 기업들도 이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백수오에 무슨 성분이 있는지, 이엽우피소에는 어떤 성분이 있는지, 둘 사이에 어떤 차이와 같은 점이 있는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오로지 <가짜>라는 프레임만 멍에처럼 목에 두른 건강식품회사들만 죽어나갔다.

 

뉴스에서 다루는 하수오, 백수오, 이엽우피소의 효능은 모두 동의보감, 본초학 같은, 현대의학 관점에서는 허점투성이인 이런 책에 근거하고 있을 뿐이다. 이 책들이 얼마나 많은 오류를 지니고 있는지 국민들이 제대로 모르는 것같다.

 

이엽우피소의 정체도 잘 모르면서 <가짜 백수오>란 딱지를 갖다붙인 언론은 사실상 눈감고 흉기를 휘두르는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일본인들이 일본 거주 우리 재일동포들을 <가짜 국민>이라고 딱지를 붙여버리거나, 미국인들이 한국계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가리켜 <가짜 미국인>이라고 딱지를 붙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백 번 양보해 백수오를 썼다고 치자. 백수오가 대체 뭐에 어떻게 좋은지 말해줄 수 있는가. 검증은 되었으며, 임상실험은 마쳤는가? 효과는 정말 있는가?

보나마나 수백년 전 동의보감 들먹거릴 것 아닌가. 그래놓고 이엽우피소를 가짜 백수오라고 딱지 붙이는 건 말이 안맞다. 백수오의 효능 자체가 거짓말 투성이인데, 굳이 이엽우피소는 가짜고 백수오는 진짜라고 우길 이유가 없다.

 

요즘 한의사들이 종편에 떼를 지어 나와 갖은 감언이설을 쏟아놓고 있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과장이다. 그런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보자. 기가 막힌 만병통치 약 하나 소개하겠다. 뭔지 상상해보라.

 

* 허약한 몸을 회복시켜주고 기력을 되찾게 해준다. , 자양강장 작용을 한다양의 정기가 뭉친 정양 식품이 

* 정신을 안정시킨다. 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혀 준다. 가바(GAVA)라는 물질 때문인데, 이 가바는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줄여 고혈압을 개선하고, 간 기능을 향상시켜준다.

* 위나 그밖의 내장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 결과 전신의 신진대사도 활발해지므로 몸이 따뜻해지고 얼굴색이나 피부색도 좋아진다.

*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여 일어나는 쇠약성 설사를 멈춰주는 작용을 한다. , 심신이 쇠약할 때 원기를 회복시켜주어 설사를 멎게 해주는 것이다.

식이섬유 IP6는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유방암 예방 효과도 있다.

수분 유지력이 커서 변비 예방 효과가 있다.

* 인슐린 분비가 적어 비만,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다.

* 학습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두뇌회전에 필요한 포도당을 충분히 공급한다.(포도당이 부족하면 집중력과 사고력이 떨어지고 불안감, 우울, 행동 과다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아마도 내용만 보면 엄청난 약으로 보일 것이다. 사실은 늘 먹는 쌀에 관한 설명일 뿐이다.

이걸 한의사들이 종편에 나와 떠들면 밥 잘 안먹던 사람도 먹을지 모른다.

모든 식품이 다 이 정도다. 한의사가 병을 치료해야지 식품영양학 얘기하면 안된다. 아무리 좋은 식품 소개해도 그거 사러 한의원에 안간다. 한의사인지 대체의약자인지 건강식품연구원인지 불분명한 포지션으로 애써봐야 소용이 없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개똥이라도 이렇게 포장할 수 있다.

또 반대로 독성을 얘기하면 쌀에도 독이 있고, 인삼, 은행, 녹두 등 수많은 식품에서 독을 찾아내 주르르 적을 수 있다. 독 없는 약이 어디 있으며, 좋기만한 식품이 어디 있는가.

 

속이는대로 속지 말고, 제대로 <사실>을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