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은 말 한 마디, 글 한 줄이라도 조심해야 한다 / 승(僧) 정우의 경우
정우라는 승이 미국 뉴욕의 법회에서 메르스 관련 한 말씀 하셨다는 기사가 뉴스1 발로 올라왔다.
법회 내용 전문을 보지 못한 채 기사만으로 코멘트를 하는 점,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비판 말씀 드린다.
때 : 2015.6.21
곳 : 뉴욕 원각사(주지 지광)
승 정우라고 표현한 것은, 그가 깨달은 이를 가리키는 붓다가 아니며, 따라서 깨달음의 대상인 지혜 그 자체인 법(法)도 이루지 못한 사람이며, 단지 붓다의 지혜를 배우려는 승(僧)이라는 뜻으로 적은 것이다.
또한 이 비판은 승 정우에 대한 포괄적인 비판이 아니라 2015년 6월 21일자 법문 중 뉴시스에 보도된 내용만 텍스트로 삼았으므로 그에 대한 전반적인 비판이 아니라 말씀 일부에 대한 부분비판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기사를 따라가며 적는다. 파랑글이 승 정우의 말씀이고, 초록글이 내 코멘트다.
- 온 나라가 메르스 때문에 난리다. 다른 나라는 아무 문제 없는데 왜 그렇게 우리만 호들갑인가. 메르스사태 놓고 우리나라 정부와 언론의 대처방식을 보면 아주 속이 터진다
(호들갑을 더 떨어야 하는데 안떨어 이 지경이 됐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전선을 광범위하게 잡고 총력 대처해야 하는데 정부는 적이 어디 있는지 숨기고, 적의 정체를 알려주지 않아서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가 대량 발생하도록 방치했다. 바이러스 전쟁의 최일선에 있던 의사, 간호사들조차 정보를 알지 못했다.)
- 메르스, 메르스 하는데 똑같은 얘기에 말장난이 심하다. 왜 그렇게 난리라도 난 양 그러는가. 메르스는 낙타감기바이러스다. 사스는 돼지감기바이러스, 400년전 유럽의 인구 6000만명 이상을 죽게한 흑사병 페스트는 쥐바이러스 때문이다. 손 잘 씻고 위생만 청결히 하면 메르스 걱정 없다
(참으로 한가하신 말씀이다. 손 잘 씻고 위생 청결히 해도 메르스는 급속 전염되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다. 바이러스 중 일반 감기 바이러스야 손 잘 씻고 개인 위생 청결히 하면 안걸릴 수는 있다. 스님이 세속 학문을 잘 몰라서 모르시는 모양인데, 바이러스 감염은 면역력이 더 크게 좌우되며, 메르스 등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면역력 좋아도 일단 걸릴 수 있다. 면역력 높으면 빨리 치유될 뿐이다)
-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5000명, 자살자는 하루 평균 40명이다. 지금 메르스 사망자가 25명인데 대부분은 원래 지병을 앓던 분들이다. 왜 불에 기름을 끼얹는지 모르겠다
(2013년 한국인 사망자는 26만 625명이다. 그러니까 25명(오늘 현재 27명) 죽은 거 별 거 아니라는 말씀으로 들리는데, 26만 명 사인의 대부분은 개별적이다. 그런데 메르스는 자기 상태나 의지와 상관없이 단지 전염만으로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무서운 거다. 2013년 사망자 중에서도 전염 안되는 질환으로 죽은 사람이 대부분이고, 바이러스로 죽은 이는 50명이다. 한 해 50명 정도가 바이러스로 죽는데, 단 한 달만에 25명이 죽었으면 큰 사건이다. 스님같은 논리 비약으로 말하자면,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사나, 이런 미련한 말씀과 궤를 같이 하시는 것같다. 스님더러 누가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사시나, 이러면 되겠는가.)
- 부처님께서 7만종류의 생명체계가 우리 몸을 의탁해서 살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후 한 스님이 입적했는데도 다비(화장)를 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부처님이 찾아가니 '부처님께서 7만 생명체가 살아있다 하셔서 다비를 할 수 없었다'고 하자 '숨을 거두는 동시에 한꺼번에 소멸된다'고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셨다
(인체 내 세균은 100조 마리 이상이다. 부처님은 상징적으로 7만이라고 하신 거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까지 부처님 말씀을 인용하면 안된다. 또 이 세균들은 사람이 숨을 거두는 동시에 소멸되지 않는다. 전염성 바이러스는 시체 밖으로 나와 2차, 3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현대 방역 제도에서는 반드시 화장을 하도록 명시돼 있다. 2500년 전 부처님 말씀의 자구에 매달리는 건, 현대 한의사들이 아직도 미신으로 가득 찬 동의보감 운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 가슴으로 살면 아무일도 없을텐데 생각에 젖어 있다가 자유로움을 잃고 있다
(뭔 소린지 정말 모르겠다. 가슴으로 메르스를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난 정말 말귀를 못알아듣겠다. 부처님은 이런 말씀 안하셨다. 부처님은 지혜로 살아가라 하셨다.)
부처님은 말씀하시기를 지혜를 얻은 이가 말하는 것은 마디마디가 경(經;진리)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지혜를 얻지 못한 이가 말하는 것은 마디마디 자기가 실제 경험한 것이라도 틀릴 수 있다고 경계하셨다.
붓다의 제자인 내가 굳이 승의 말씀을 비판하는 것은, 향기를 훔치는 도둑을 나무라신 붓다의 마음이라고 이해하시기 바란다. 잡아함경에, 꽃을 잔뜩 뽑아가는 큰 도둑은 그냥 두고, 단지 향기만 맡은 제자를 가리켜 향기도둑이라고 비유하셨는데, 내 마음이 그 마음이다. 큰 사람에게는 작은 허물도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