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파란태양*

지식인이 종질하면 못쓴다

소설가 이재운 2015. 12. 2. 17:35

박근혜 정부가 선 이래 불편한 일이 많다. 친한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관련된 일이면 매번 핏대를 세우며 욕하고, 또 그 반대로 사사건건 옹호하는 걸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때때로 비판은 하고 있으니 그렇다 치고, 무조건 옹호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한 생각이 든다. 자기가 청와대 직원도 아니고,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나 직원이나 당원도 아닌데 왜 열을 내가며 야당 욕하고, 물어뜯고, 빨갱이라고 소리치는지 매우 괘씸하다.


박 대통령이 하는 일을 떠나, 인간은 본래 힘센 놈에게 붙어먹으려는 종의 속성을 타고났다.

<외로움도 병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반역자가 돼야 한다. 늘 힘센 놈만 따라다니다 보면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고착화된다. 인간의 역사는 종의 역사가 아니라 사실은 반역의 역사다. 끝없는 반역이 인류를 오늘날까지 이끌었다. 

반역이 들끓을 때 힘 센 놈에게 붙어 있다가 목숨 잃고 사라진 종이 대단히 많다.

이쪽 종이 될까, 저쪽 종이 될까 눈치보다 망한 사람도 숱하다.

나는 일반인들이 대통령 욕으로 하루를 시작해 하루를 끝낸들 관심이 없다. 다만 지식인들이, 역사도 알고 인문 소양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 종질하면 너무 역겨워 가까이 가기가 싫다. 지금 내 지인들 중에서도 권력의 종질을 하는 이가 더러 있어 가슴이 아프다. 하긴 노무현 때도 거기 붙어 종질하던 놈들이 있었으니 이런 현상은 여야를 초월한다.


나는 친일도 지식인들의 친일을 더 혐오한다. 노덕술 같은 하찮은 친일경찰 따위야 고문을 하든 뭘하든 그놈 아니어도 얼마든지 할 놈이 나오겠지만, 한때나마 국민의 마음을 빼앗았던 이광수, 김동인, 최남선, 채만식, 최정희, 서정주, 모윤숙, 노천명, 주요한, 정비석 이런 분들은 마땅히 욕을 잡수셔도 넉넉하다고 본다.


* 이 중에는 내 스승 서정주 선생도 포함되어 있다. 선생의 지도를 받은 사람으로서 참 미안하게 생각한다. 더구나 나중에 군부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장군 지지연설을 하신 데 대해서는 당시에도 반대했지만, 역시 미안하게 생각한다. 선생을 벌하시더라도 시만은 남겨주기를 원한다.


이런 가운데 요즘 종편으로, 칼럼으로, 기사로, SNS로 정권을 호위하는 대표적인 언론에서 이상한 칼럼이 하나 나왔다 하여 보니 기가 막힌다. 국민들은 힘들어 죽겠다는데 한가한 소릴 하고 있다. 독립군들이 적탄에 맞아 쓰러질 때도 친일신문들은 아지노모도 맛이 어떠니, 동동구리모가 어떠니 딴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기자란 사람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제 눈으로만 보고 판단하고 떠들어댄다. 

사소한 일이라면 사소한 일인데, 저렇듯 신경질적이고 악의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고 있거나 하여튼 다른 원인도 있을 것같다. 공산당 완장차면 사람이 돌변한다는 건 우리 선대들이 충분히 구경했다. 

기자들이 권력의 완장이라도 찬 양 거들먹거리던 세상이 있었다. 군부정권 시절이었다. 기자 데려다 청와대 수석 시키고, 국회의원 시키고, 정부기관에 꽂아주니 기고만장해진 것이다.


<간장 두 종지> * 그새 백과사전에 올라갔다.ㅋㅋ

<조선일보 그 중식당, 간장 줬고 종지 더 샀다>


해당 기자는 중식집에 대한 보복으로 주변에 있는 다른 중식당 이름을 쭈욱 열거했다. 적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인터넷 찾아보니 그 중식당은 여기다. 조선일보 기자만 빼고 많이 가주시길... 기자는 자기 대접 안한 식당 잘못되라고 쓴 글이겠지만, 국민이 살려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