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파란태양*

오늘은 동지, 대문 닫고 밖에 나가지 않는 날

소설가 이재운 2015. 12. 22. 10:08

오늘은 동지다.

예로부터 주역을 가장 위대한 가르침으로 삼아온 동양권 왕과 제후들은 이 날 관문을 닫아걸고 장사꾼과 여행객이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본인도 문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주역은 지나치게 철학적으로 나가다보니 동지의 실제 형상을 잘 반영하지 못해 이 날의 상을 復(돌아오다)으로 보았다.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내가 바이오코드를 설명할 때 나는 동지를 아래의 곤으로 해석한다. 음만 6개다. 불이 다 꺼졌다는 형상이다. 바이오코드는 24절기를 S코드의 축으로 삼기 때문에 태양의 위치를 중시한다.

이처럼 해가 가장 긴 하지 때는 건으로 해석한다. 불이 다 켜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동지의 일조시간은 하지의 일조시간보다 무려 5시간 8분이나 짧다.

동지의 태양은 하지 때보다 2시간 31분 늦게 뜨고, 2시간 37분 먼저 진다.

철학적으로야 그래도 태양이 있기는 있으니 동짓날에 1양이 있다고 해도 틀리지는 않지만 정확한 괘상으로는 아래 곤이 맞다.

따라서 곤이 상징하는 뜻을 오늘 하루 새기는 것이 더 좋다. 즉 희망은 내일부터고, 오늘은 죽음, 마침, 결말을 생각해야 한다.

죽을 때 확실히 죽어야 내일부터(역상으로는 15일 뒤인 1월초부터) 1양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지는 내일을 생각하는 날이 아니라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나 되돌아보는 날이다.

희망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은 반성하는 날이다. 

오늘 문을 열고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말 많이 하는 사람은 잘 죽지 않는 사람이니, 주역이 말하는 <천도를 어기는 사람>이다.

세상만사 때가 있고, 그 때가 맞으면 성냥 한 개비로도 만산을 불 태울 수 있고, 때가 맞지 않으면 불폭탄을 퍼부어도 기름종이 한 장 태우지 못한다.

오늘은 애쓰지 말고 악쓰지 말자.

동지 팥죽 한 그릇 먹으며 오늘 나의 과거를 묻고 되새김질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