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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과학을 즐기나?

소설가 이재운 2016. 1. 29. 19:21

<소설 황금부적>에 대해 브레이크뉴스와 인터뷰를 했다. 그중 이 소설에 나오는 많은 과학 에피소드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제가 이렇게 답변했다.


<브레이크뉴스/소설 '토정비결'의 작가 이재운 '황금부적'을 들고 나온 이유>


- 제가 과학을 접한 계기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2년간 제 숙부가 주간 과학동아를 정기구독했는데, 사실 그 책을 제가 보았습니다. 그뒤 중학교 1학년 때 집이 가난하고, 학교에서 너무 멀어 종형이 저를 데려갔는데, 마침 종형은 물리화학 교사였어요. 


형이 대학다닐 때 배우던 물리학, 화학, 기하, 생물학, 화학, 수학 같은 과학 책이 다락방에 그대로 있었어요. 교과서는 한 열흘이면 다 읽어버릴 때라 달리 읽을 게 없어 형 책을 꺼내다 읽었지요. 우리 형은 인문학에는 관심이 없어 집안에 온통 과학책 밖에 없으니 그거라도 읽어야 했지요. 


그리고 바이오코드를 개발하면서 어쩔 수없이 생물학, 심리학을 따로 공부하고, 제 딸이 두뇌에 질병이 생긴 뒤로 두뇌생리학을 약 7년 정도 공부했어요. 그 뒤 천문학 지식이 필요해 우리나라 최초의 관측천문학 박사이신 이시우 선생님께 가르침을 청해 천문학을 공부했고요. 이시우 박사님은 붓다의 깨달음을 천문학적으로 해석하신 분입니다. 


또 가까이 모시는 문동주 교수가 계신데, 물리학과 수학을 아주 잘하십니다. 2차세계대전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연합군의 승리라는 값을 얻어낸 폰 노이만처럼 웬만한 사회현상을 수학적으로 풀어내실 수 있는 분이지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저는 비교적 과학에 익숙한 편입니다.


이 인터뷰를 하고나서 형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라도 내가 읽던 형의 대학교재가 아직도 남아 있는지 궁금했다.
형수도 내가 형책을 즐겨있던 35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 형수, 다락에 있던 형 대학교재, 아직 남아 있어요?
- 모르지. 형 가시고나서 애들이 다 갖다버려서...
- 내가 중1 때 읽을 책이 없어 형 대학교재를 밤낮 읽으며 지냈는데, 갑자기 그 책들이 생각나서요. 내가 형 덕분에 물리, 화학, 기하, 생물학 같은 과학을 어려서부터 배웠거든요.
- 내가 찾아볼까?
- 있으면 제가 보관하게요. 저한테는 의미가 있는 책이거든요.
- 그려.

그런데 이튿날, 형수는 책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할 수 없다. 형수는 손자 하나가 과학에 아주 재능이 있다며 좋아하신다.
우리 형은 말이 형이지 올해 나이로 치면 82세다. 형수 역시 말이 형수지 한참 어른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무엇 하나 오늘의 나를 기르는데 소용되지 않은 게 없다.
다 고맙고 다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