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힘/애견일기3 - 리키 바니
바니와 도란이가 함께 오다
소설가 이재운
2016. 5. 18. 23:45
얼굴은 분명 도란인데 똥이 마렵다고 내게 달려드는 건 바니다. 도란이는 죽을 때까지 스스로 대소변을 보았다. 그러므로 대변을 내가 뉘어준 아이는 바니 밖에 없으니 그 현상의 주인공은 당연히 바니여야 하는데, 그만 얼굴은 도란이다. 그립고 그리운 도란이다.
네 덩이를 시원하게 누었다.
얼굴은 확실한 도란이다. 도란이와 바니가 함께 온 것같다.
아빠가 사료를 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똥은 이렇게 많이 눟느냐고 의문을 가졌지만 어쨌든 쑥쑥 잘 나왔다.
고맙다. 하늘 가서도 알아서 잘 먹고 있으니 아빠 마음이 편하다.
나의 신장들께 부탁했다.
내가 하늘 가기 전까지 우리 아이들 잘 보살펴 달라고.
그러면 난 더 열심히 하늘이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 바니. 5살에 생긴 하반신마비로 14세로 갈 때까지 평생 내 손으로 똥을 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