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하는 재미 한 가지
요즘에는 읽어야 할 책이 많아서 독서 시간을 많이 줄이고 있다. 웬만하면 두 시간 안에 한 권을 읽어내려 애쓴다. 어려운 책은 아직도 며칠 붙잡고 있는데 일반 도서를 두 시간 이상 잡고 있는 건 시간관리상 비효율적이다.
검증된 저자가 심혈을 기울인 책은 오래도록 보고 또 보며 깊이 들어가보려 애쓰지만 일반 도서들은 그럴 필요는 없는 것같다.
또한 가끔 아마추어가 쓴 글도 들여다보곤 하는데, 그런 글을 읽는 맛도 있다.
내가 주제가 있고 목표가 있을 때는 나 대신 지식 여행을 해주는 필자들이 많다. 그러면 얼른 따라가서 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살펴본다. 그런 중에 그가 진실로 보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 느낀 어떤 정보가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런 데서 느닷없는 영감이 생겨 거기서부터 내가 대신 추적하기도 한다.
또 종합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분이 쓴 글을 보면 문 하나면 더 열면 거기 보석이 숨어 있을 것같은데 딱 그 지점에서 돌아서는 경우도 여러 번 보았다. 그러면 그런 책에 인용된 도서를 찾아 역시 그가 외면한 문을 열어보는 재미도 괜찮다.
SNS는 90%가 쓰레기지만 가끔 훌륭한 신호등이나 표지판이 돼주는 글도 있다. 따라서 파고 들어가다 보면 뜻하지 않는 정보를 구경하고, 거기서 내 허물을 고칠 수 있는, 내 오류를 고칠 수 있는 진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영어, 중국어 텍스트를 읽는 힘을 더 길러야겠다. 두 언어는 한글 도서 읽듯이 읽어낼 수 있어야 경제적이다. 지금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일본어는 하고 싶어도 기초가 안돼 있으니 영어, 중국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생에는 외국어에 욕심을 더 부릴 수가 없다.
알고 싶은 건 많은데 고수들의 논문을 찾아다니기가 힘들다. 있기는 분명히 있는데 찾기가 어렵다. 특히 바이오코드 때문에 두뇌관련 새 논문, 생명과학 쪽 새 논문을 자주 찾는데 한계를 많이 느낀다. 어쨌든 텍스트가 있어야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언덕 너머의 진실을 캐올 수 있다. 알고보면 공부의 대부분은 이처럼 노동이고, 이따금 뜻밖에 얻는 바가 있어 삶을 지탱하는 것같다.
- 생존을 위해 절벽을 타야만 하는 염소들.
내가 이 정도로 치열하게 다면 못해낼 것도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