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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는 어쩌다가 반공주의자가 되었나?
소설가 이재운
2016. 8. 24. 17:51
우익 중에 내가 '그럴만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부류는 두 가지입니다. 북에 살다가 김일성 집단에게 쫓겨내려온 분들인데, 부르조아로 몰렸거나, 기독교도로 몰려 생명의 위협을 당한 분들입니다.
부르조아로 몰려 전재산을 빼앗기고 도망쳐내려온 분들 중에서 극렬반공세력인 서북청년단도 생기지만 어쨌든 반공 정신이 투철한 분들입니다. 이게 흥분고조되어 문제가 되었지 출발은, 우리 국민 중 처음으로 공산주의자들에게 피해를 본 분들이라 이념적으로 매우 철저합니다.
또 하나는 비슷한 시기에 역시 김일성 집단에게 쫓겨내려온 기독인들입니다. 이분들도 마찬가지인데, 기독청년단을 만들어 반공전선에 앞장섰는데 역시 흥분고조되어 과잉세력이 되고 말지요. 오늘날 기독교가 반공세력의 주류가 된 이유입니다.
어쨌거나 이분들이 볼 때 이승만은 남한 내에 창궐하던 공산주의자들을 몰아내고 자유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공로자로 기리는 데는 별로 문제가 없습니다. 친일파의 나라로 시작한 우리나라가 오늘날 민주주의를 이룩한 대한민국으로 변신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은데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니까요. 뭐니뭐니해도 극우들 중에서 "그래, 나 친일파다. 나 친일파 후손이다." 이렇게 자랑하는 놈은 없잖습니까. 부끄러운 줄은 알게 만들어놓은 거지요.
다만 이런 반공전선에 편승한 또다른 세력, 즉 친일관료 등 골수 친일파와 독립군 잡으러 다니던 일본군 만주군 출신자들이 문제입니다. 이들은 전혀 다른 이유로 반공주의자가 됩니다. 즉 자신들의 적이던 상해임정, 광복군 등이 들어와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니까 이를 막기 위해 그들을 공산주의자로 몰기 시작한 겁니다. 독립군이 왜 공산주의자입니까. 임정요인들이 왜 공산주의자입니까. 하지만 자기들의 더러운 친일전과를 묻기 위해 이런 반공전선에 편승하고, 심지어 이승만을 등에 업고 이들이 앞장서게 된 겁니다. 그래서 독립운동하신 김좌진 장군은 진짜 빨갱이에게 죽고, 김구 선생은 반공주의자로 변신한 친일파에게 죽습니다.
극우라도 같은 극우가 아니라는 팩트 차원에서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