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두 가지 기본 법칙
1. 물은 섭씨 100도가 돼야 끓는다.
임계치, 임계점이라는 말이 있다. 일정한 온도에 이르기 전에는 물이 끓지 않거나, 일정한 비율에 이르기 전에는 화학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걸 가리킨다. 임계점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 이전에 투입된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즉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물의 경우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도 100도에 이르지 않으면 끓지 않는다. 만일 95도에서 노력이 멎는다면 물은 끓지 않는다.
곤충은 15도가 돼야 고치를 뚫고 나오며, 개구리는 경칩 날짜를 정해놓고 깨어나는 게 아니라 일평균 적산온도가 5도 이상이 되어야 깨어난다. 저온에서 잘 자라는 가을채소의 적산온도는 5도이고, 벼처럼 고온에서 자라는 식물은 적산온도 15도가 돼야 한다. 그러면서 최소 적산온도를 보면 감자 1000도, 보리 1600도, 벼 2000도가 돼야 한다.
치사온도라는 것도 있다. 곤충과 식물은 대개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저온 상해를 입기 시작한다. 토양박테리아는 23도, 사람은 36.5도, 내열 박테리아는 53도 대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바나나, 토마토, 고구마 등의 최적 저장 온도는 15도가 된다. 활동하지 않으면서 상해를 입지 않는 온도이기 때문이다.(물은 15도 단위로 수소와 산소의 결합 각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물의 기본 성질이 달라진다.)
암세포는 누구에게나 매일 5천 개씩 생기는데, 이게 10억개(길이는 약 1센티미터)에 이르러야 암으로 규정된다. 그 이전에는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일단 10억개라는 임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급속 확산된다. 대장의 폴립(Polyps, 용종)도 2센티까지 자라는데 20년이 걸리지만 일단 2센티를 넘기면 4센티로 자라는데 2개월 밖에 걸리지 않고, 4센티가 8센티로 자라는데 역시 2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나무 씨라고 할 수 있는 모죽(母竹 : 씨앗으로 심는 대. 모죽이란 종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글이 많은데 사실이 아니다.)은 심은 지 5년간 아무리 물과 거름을 주어도 싹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 5년이 지나면 순이 나기 시작하여 하루에 70센티미터씩 6주간 자란다. 순식간에 25미터 이상 거목으로 솟구치는 것이다. 사실 모죽은 순을 내기 전 5년간 뿌리를 넓게 뻗어 준비를 한 것이다. 이렇게 순을 내어 대숲을 이루는 모죽은 한번 꽃을 피우면(약 20년, 60년, 100년만에 핀다. 꽃피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대밭 영양이 고갈되면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죽는 것같다.) 일대의 양분 소모로 모죽이 말라죽어 대숲 전체의 90%가 썩어버린다. 이때는 대숲 자체를 갈아엎고 새로 심어야만 한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10년은 쓰면서 읽고 쓰면서, 어휘와 문장을 익혀 어느 정도 임계점에 이르러야 어느 순간 글이 저절로 쏟아져 나온다. 문리가 터진다는 게 이 말이다. 하지만 이때까지 못참으면 '지하철 시인', '추천 수필가'에 머무는 것이다.
세상 일 또한 이러하다. 임계점에 이르지 못하면, 마음은 급해 이것저것 서둘지만 막상 뿌리가 깊게, 넓게 내리지 못했으니 싹이 올라오지 않는다. 현란한 말솜씨로 포장한다 해도 천하사는 결코 인간의 혓바닥 위에 있지 않다.
2. 중력붕괴가 일어나지 않으면 혜성이 되어 우주를 떠돌 뿐이다
임계점에 이르면 겨우 뭔가 시작되었다는 의미다.
어쨌든 임계점에 이르러 물이 끓기 시작했다고 치자.
그러면 언제 폭발이 일어나는가.
이럴 때 쓰는 비유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하급수의 법칙이다.
반도체에서 나온 '황의 법칙'도 이런 사례다. 천문학에서 쓰는 '중력붕괴(gravitational collapse)'란 말이 가장 실감난다.
아기별이 생기려면 별구름이라는 성운이 조금씩 모여 덩어리를 이루는데 이 기간이 한없이 길다. 하지만 일정한 임계점을 통과하면 덩어리 자체의 중력이 높아져 별구름이 모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 덩어리가 커지는만큼 중력이 비례하여 더 커진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중력붕괴 현상이 일어나 주변의 모든 별구름을 순식간에 빨아들이고, 이때의 압력으로 덩어리가 폭발하면서 '불타는 별' 항성으로 변하는 것이다. 물론 중력붕괴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고 끝나면 행성이나 혜성이 될 뿐이다.
- 새로 생기는 별들.
지금 99%까지 왔을지 모른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춥고 어둡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