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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언어란 얼마나 무상한가
소설가 이재운
2017. 5. 26. 11:10
외교언어란 얼마나 무상한가
-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새 외무장관으로 지명된 강경화 씨가 "기회가 되면 (위안부 피해자 시설에) 꼭 한 번 가볼까 한다."고 말했단다. 이에 대해 비판한다.
두 가지가 틀렸다.
국가(당시에는 상해 혹은 중경 임시정부)가 방치하여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간 분들에게 이러면 안된다. 마땅히 국가가 찾아가 헌법이 정한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야인일 때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두고 "일본돈 100억원 우리가 모금하자"며 강력 반발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아직 이 분들을 찾아가 사과하지 않는 건 문제가 크다. 문재인이라는 이름 석 자는 임기동안 대한민국 대표성이 부여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처럼 정부를 대표하는 외무부장관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찾아가 용서를 비는 건 당연한 의무다. 위로가 아니라 용서를 받으러 가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회가 되면'이라는 표현은 역사의식의 무지에서 나온 것이고, 헌법이 규정하는 정부의 의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는 "한번 가볼까 한다"는 쓸데없는 외교언어를 쓰지 말고 "인준 받는대로 반드시 찾아가 용서를 빌겠다."고 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