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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일제 패망하라는 천도교 집단 기도가 있었다

소설가 이재운 2017. 6. 15. 11:14

무인멸왜기도운동(戊寅滅倭祈禱運動)

 

1930년대에 이르러 3.1운동을 주도한 천도교는 비밀리에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일제의 패망과 우리나라의 독립을 기원하는 기도운동과 동시에 독립자금을 모금하는 무인멸왜(戊寅滅倭)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 1936년 8월 14일, 일제 패망 집단 기도 시작


천도교 4세 대도주(大道主) 춘암상사는 포덕 77년(1936) 8월 14일 교내의 주요 간부들을 불러 민족정신의 회복과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일제의 패망을 기원하는 기도운동을 전개하도록 지령을 내렸다.


춘암상사는 일제의 패망이 가까워 온다면서 “무궁한 내 조화로 개같은 왜적놈을 일야간(一夜間)에 멸하고서 전지무궁(傳之無窮) 하여 놓고 대보단(大報壇)에 맹서하고 한(汗)의 원수까지 갚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아침·저녁 정성껏 기도하라고 밀령을 내렸다.


* 대보단 ; 창덕궁 북쪽 후원에 세워진 제단이다. 임진왜란 때 군대를 보내준 명나라 신종 주익균에게 제사하던 제단이다. 우리나라 사직단보다 1척 높게 지었다. 여기서 청나라 몰래 조선 국왕들이 대대로 제사를 지냈다.

* 한(汗)의 원수 ; 청나라를 건국한 아이신길로 홍타이지의 원수라는 뜻이다. 일제의 만주 침략 사실을  적시한 듯하지만 모화사상의 단면이 보인다.

* 대보단은 명나라, 한은 청나라를 가리킨다. 모화사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 점에서 기도문이 적절하지 못했다.


이리하여 전국 각지에서 일제의 패망을 기원함과 아울러 유사시에 대비한 독립운동자금으로 특별성금 모금이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그러던 중 1938년 무인년 2월 17일에 이 사실이 황해도 신천경찰서에 적발되어 전국적으로 교역자의 검거 선풍이 일어났다. 황해도 연원대표 홍순의에 이어 장로 최준모를 비롯하여 간부급 교역자들 수백 명이 체포 투옥 당하였다.


춘암상사는 노환으로 병상 심문에 그쳤으나, 투옥된 많은 교역자들은 혹독한 고문을 당하였다. 이때 왜경은 수백 명의 검거된 교역자들에게 일제의 패망을 기원하는 기도문을 여러 번 쓰게 하고, 수십 번 혹은 수백 번씩 밤새도록 고성으로 낭독하게 하였다고 한다. 경찰서 안에서 일제 패망의 기도문 소리가 계속 올려 퍼지자 오히려 왜경들 스스로 놀라 안색이 초췌해지고 검어졌다고 전한다. 

당시 일본신문들은 ‘사변하에 지하활동’, ‘극비의 불온계획’, ‘조선독립을 몽상’, ‘천도교의 대음모’, ‘특별희사금도 모금’ 등의 제목으로 보도하였다.


당시 일제는 이 사건이 크게 확대될 경우 중일전쟁 수행에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일반교역자들은 모두 석방시키고 최준모·김재계·한순회·김경함·홍순의 등 5인만 구속 송치하였다가 이들 5인마저 70여일 만에 석방하였다. 왜경은 이 사건의 성격과 죄질이 3·1운동 때보다 더한 대음모라고 하면서도 전원 석방으로 매듭짓게 된 것은 전시하(戰時下)에 미치는 충격파를 막으려는 책략에서였다. 


- 창덕궁 후원에 있는 대보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