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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선배 중 가장 뛰어난 소설가 박상륭 선생께서 타계하시다

소설가 이재운 2017. 7. 13. 22:51

다른 데는 모르겠고, 우리 문예창작과에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 박상륭 선생이 7월 1일 별세하셨다.

대학 때 <죽음의 한 연구>를 읽었는데, 그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우리 선배 중에 글로 멋이나 부리는 작가가 아닌, 인간과 인생의 본질을 파고드는 진짜 무서운 작가가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었다. 1973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박 선생이 서른세 살에 쓴 소설이다. 그러니 그의 후배로서 문예창작과에 다니던 내가 느꼈을 무력감 정도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난 이 분을 만난 적이 없고, 대학 다닐 때 이 분의 동창인 이문구 선생이 근무하던 출판사로 찾아가 인사를 드리면서 박상륭 선생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1969년에 이미 캐나다로 이민 가 병원 시체실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그때 이문구 선생은 내게 "난 고등학교 안나오고도 문예창작과 갔다."고 하셨는데 진위는 모르겠다. 확인해보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그의 소설이 난해해서 내가 무력감을 느낀 게 아니라 그의 공부가 너무나 깊어서, 과연 내가 이 분만큼 공부를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웠다. 그가 <죽음의 한 연구>를 써낸 나이 서른세 살에 나는 겨우 <소설 토정비결>을 썼을 뿐이다.


내가 우리말 사전을 다 펴내거든 환생하셔서 더 좋은 소설을 써주셨으면 좋겠다. 그가 만일 <죽음의 한 연구>를 영어로 썼더라면 그의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연합뉴스 / '죽음의 한 연구' 소설가 박상륭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