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파란태양*
언론이 적폐다
소설가 이재운
2017. 7. 22. 13:19
글을 쓸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제1원칙은 절대로 거짓말을 쓰지 않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 아들이자 현직 판사가 몰카를 찍다 잡혔다는데 기사에 문제가 있다.
- 나는 아이폰을 쓰는데, 가끔 카메라 촬영 모드가 저절로 나타날 때가 있다. 그 판사가 휴대폰을 만지다 카메라 촬영 모드가 저절로 뜨고, 마침 카메라 방향이 옆의 여성을 향했다는 정황은 없을까?
이런 의심이라도 하고 나서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데, <국회의원 아들> <현직 판사>라는 것만으로 한 건 해보려는 속셈이 읽혀진다. 언론이 이러면 안된다. 누구라도 기본인권이 보장돼야 한다. 판사라고, 국회의원 아들이라고 저질 기자들의 입에 물리면 안된다.
진짜 기자라면 '..몰카를 찍었다는 혐의로'라고 해야 하고, '경찰에 붙잡혔다'가 아니라 입건되었다고 써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진실을 가리기 전에 덮어놓고 '교사가, 공무원이, 검사가, 장관 아들이, 유명 소설가가, 인기 배우가...' 하는 쓰고 보자 식의 유치한 기사 제목이 너무 많다. 더러운 습성이다.
경향신문 보도 보면, 이 피의자는 '몰카를 찍다가'로 특정되었다. 일개 기자가 지금 검찰 공소장을 멋대로 쓴 셈이다. 아니, 판결을 내려버린 셈이다. 사건 현장에서 목격한 것도 아니면서, 단지 경찰 말 몇 마디 주워듣고 이런 확정기사를 써버리는 것이다. 건방지기 짝이 없고, 분수 모르는 짓이다. 저러다 혹시 저 피의자가 무혐의로 밝혀지면 이 기사 크기 만하게 정정보도할 것인가? 피의자가 유죄가 되더라도 언론은 점쟁이 밖에 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