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사람들/황금탑

나는 이렇게 들었다 1

소설가 이재운 2017. 7. 25. 01:12

보문경(普文經) 상(上)


* 아라한과에 이르신 삐냐저따 큰스님과 나눈 문답을 불경 결집 방식에 따라 기록한다. 아직 회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결집이 끝나지 않아 더 보태거나 고쳐질 내용이 많다. 다만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어 일단 미리보기용으로 공개한다. 7월 30일에 마지막 법회가 있으므로 그 이후에 결집토론을 거쳐 다음 주 안으로 완성본을 올릴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을 보문경이라고 한 것은, 보문정사에서 이뤄진 '궁극의 진리에 관한 아라한의 말씀'이라는 뜻으로, 겸하여 널리 두루란 뜻의 ()와 글이란 뜻의 문(文)을 합쳐 만든 것이다.

* 나는, 스스로 깨달았다고 자만하여 대중을 업신여기고 수행을 게을리하며 파계를 일삼고 너줄한 싯구와 문장으로 세상을 속이는 마구니가 많다는 것을 잘 알므로, 삐냐저따 큰스님의 문답에 앞서, 혹은 문답에 뒤이어 능엄경 50변마장을 다시 읽으며 혹시라도 법에 어긋남이 있는지 살피고 있으므로, 나의 언설이 한 치도 법에서 비켜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삐냐저따 큰스님은 스스로 어떠한 복락이나 쾌락을 구하지 않고 오로지 하루 8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아나파나와 비파사나에 몸을 담그고 계시므로, 아울러 서슬 퍼런 청정한 계율로 가시울타리를 삼아 마구니의 침노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는 보고 있다.


나는 이렇게 들었다.

2017년 7월 24일 월요일 오후 6시, 대한민국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 보문정사 여래원 2층에 미얀마 정글스님 삐냐저따(Ashin Pyin Nya Zaw Ta) 큰스님과 자와나(양곤, 아웅산 수치 여사 집 옆 사원 주지로 수치 여사와 자주 소통하시는) 스님 두 분이 동쪽 창 앞 큰 의자에 나란히 앉으시고, 그 왼쪽 창가에 보문정사 주지 덕산 큰스님이 앉으시고, 삐냐저따 큰스님 곁에 통역을 맡은 한대웅(미얀마출신 Zaw Moe Aung)이 두 다리를 미얀마식으로 접어 앉고, 그 옆으로 김상국 거사, 도성 김영식 거사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고, 그 오른쪽에 내가 반가부좌로 앉고, 내 오른쪽이자 삐냐저따 큰스님 정면으로 관음성 윤명순, 전법심 이금순, 보리심 배복순, 진여성 유승민, 법성화 최근영, 원불심 홍금자, 여래심 박재숙, 법안심 이창희, 진불심 윤점심 보살 등 9명이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앉아 있었다. 


* 정글 스님 ; 삐냐저따 큰스님 법호를 발음하기 어려워 보문정사 대중은 '정글 스님'으로 별칭하지만 이 경에서는 정식 법호를 적는다. 아울러 자와나 스님은 '호수 스님'으로 별칭하지만 역시 법호를 적는다.


삐냐저따 큰스님은 13세에 출가하여 미얀마 비파사나 승려로서 가장 유명하시다. 


* 여기서 '가장 유명하시다'는 표현은, 큰스님의 수행과 법력과 서원을 가리켜 절대적으로 표현한 것이지, 미얀마의 그 어떤 스님보다 유명하고 높다는 뜻은 아니다. 미얀마에는 60만 명이나 되는 수행자가 계시며, 승단을 대표하는 종정이 따로 계시고, 문중이나 교리별 각각의 큰스님들이 따로 계시고, 팔리어 불경 전권을 외우는 승려가 7명에 이른다. 이 어휘에 대해 독자들께서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또한 삐냐저따 큰스님께서 혹시라도 양곤 시내에 나가시면 인파에 둘러싸여 앞으로 나아가시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으시다.


삐냐저따 스님은, 양곤 대찰에서 수행하던 중 어느 날 홀연히 신중의 명을 받아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깊은 정글로, 수도 양곤에서 인도 국경 쪽으로 자동차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깊은 정글로, 바리때 하나와 가사 세 벌만 달랑 들고 숲을 헤치고 물을 건너고 바위를 건너뛰며 가시어 그 자리에 황금대탑을 세우기로 서원하셨다. 때퓨 명상센터(THAE PHYU MEDITATION CENTER.)을 먼저 마련하시고, 2017년 봄에 36m 황금대탑을 지으시고, 지금은 98m 황금대탑을 짓고 계시다. 이 정글은 삐냐저따 스님의 간절한 서원에 감동한 미얀마 정부가 약 2700만 평방미터의 숲을 보시하여 마련된 것이며, 황금대탑 기공식에 미얀마 대통령 등 5부 장관과 수많은 불자들, 보문정사 대중이 참석하여 대불사의 원만 성취를 기도하였다.


삐냐저따 큰스님. 용인 보문정사 여래원에서.


삐냐저따 큰스님과 보문정사 덕산 큰스님의 황금대탑 건립 서원을 보면 20년이나 200년 전부터 사귀고 부대껴 온 인연인 것처럼 서원이 간절하다. 하지만 두 분의 인연은 불과 2년 전에 맺어진 것이다. 마치 붓다가 보리수나무 아래 며칠 앉아 있다가 위없는 진리를 깨우친 것을 보고 어찌 며칠만에 성불할 수 있느냐는 의심을 품는 불자들에게, 석가모니 붓다조차도 수억겁의 나고죽음을 겪고, 수천 생의 간난신고 끝에 마지막 꽃봉오리가 그때 그 순간 그 자리에서 피어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삐냐저따 큰스님과 덕산 스님의 인연의 뿌리를 보면 이미 수천 년 맺고 얽힌 인연이 길다랗다고 큰스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삐냐저따 큰스님은 3생 전에는 보문정사 인근에서 수행한 적이 있으며, 현재 보문정사 주지 덕산 스님의 누생 전 아버지로서 맺은 과거세의 인연을 들어 붓다의 근본 수행법인 비파사나와 아나파나 사티를 용맹 실천하여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이 부다가야와 베샤리와 왕사성에서 펼쳐지던 것처럼 그 활발한 가르침과 배움이 다시 일어나 남북이 통일되고,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슬픔과 고통의 땅 한국에 대도량을 세우기로 서원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삐냐저따 큰스님은 한국에서 붓다의 초기불교가 다시 일어나야 세계불교가 중흥하며, 그래야 남북 통일이 되고, 남북 통일이 돼야만 세계 평화가 온다고 말씀하시면서 한국의 황금대탑 사원 건립이 큰스님 자신의 불사임을 선언하셨다.

삐냐저따 큰스님은, 지금은 말세가 아니며 3차 중흥기에 들었다고 말씀하시면서 미얀마의 황금대탑과 한국의 황금대탑이 쌍둥이로 건립되어 세계평화를 이룰 것이라고 대중에게 말씀하시었다.


- 미얀마의 쉐다곤 황금대탑. 한국의 용인 보문정사에 이 탑이 세워진다.


- 석가모니 붓다의 열반지인 쿠시나가라에서 발굴된 붓다의 진신사리. 


- 용인 보문정사에 세워질 황금대탑에는 미얀마의 각 사찰에서 모시고 있는 붓다 및 제자들, 아라한들 등의 진신사리 OO만 과가 모셔질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한 미얀마, 대만, 일본, 중국 불자들이 공동 추진 중이다. 

<붓다의 진신사리>

<출처 확실한 붓다의 진신사리>


삐냐저따 큰스님은 이 날 새벽 인천공항에 들어오셔서 보문정사에 도착, 미얀마 풍습에 따라 낮잠을 주무신 다음 보문정사 대중을 친견하시었다. 나는 멀리서 강연을 마치고 늦게 돌아와 5시쯤 회상에 앉았다.


삐냐저따 큰스님이 몸이 불편한 보살 1명을 앞으로 불러 앉히고 작은 생수병을 든 채 오래도록 기도하더니 마시라며 주시었다. 이어 보살 2명이 또 앞으로 나아가 기도를 받은 뒤 물병을 얻어 지니고, 이어 덕산 스님의 지명을 받은 보살 3명이 더 나아가 정글스님의 기도를 공손히 받들고 이어 물병을 받아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나머지 보살들은 매우 건강하다 하여 이 의식을 받지 않았다.


이에 보문정사 주지 덕산 스님은 저녁 공양 시각이 되었으니 삐냐저따 큰스님을 모시고 온 미얀마 보살들, 즉 마타지(큰스님을 수행하는 보살, 미얀마 전통에 보살 한 명이 방문 일정 중 큰스님을 바라지하는 책임을 진다) 등 3분을 모시고 저녁공양을 하라 하여 모든 보살이 여래원 2층에서 내려갔다. 이 마타지들의 이름은 단기출가 중인 분이 자투웰루(Zar Htoi Lu), 키가 큰 분이 찌찌에(Kyi Kyi Aye), 몸집이 크신 분이 딴따니에(Than Than Ayr)다.


보문정사 주지 덕산 스님은 회상이 정돈되자 수행을 열심히 하는 거사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십사 삐냐저따 큰스님에게 요청하니, 삐냐저따 큰스님께서 웃으시며 허락하셨다. 큰스님은 새벽에 입국하여 피곤하실 텐데도 그런 기색없이 밝은 웃음을 지으시며 무슨 질문이든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허락하셨다.


이에 덕산 스님의 지명을 받은 이재운이 삐냐저따 큰스님께 나아가 무릎 꿇고 합장하여 예를 갖춘 다음 반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통역 한대웅이 큰스님 오른쪽에 미얀마 식으로 두 다리를 오른쪽으로 포개어 앉았다.



나 이재운이 이렇게 여쭈었다.

"큰스님, 사자는 얼룩말이나 누 등을 잡아먹어야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사자는 살생의 업보를 짓습니까?"

이 질문은 경에 붓다와 아난의 대화로도 나오는데, 말하자면 법거량을 걸어보는 시험용 질문이다. 나의 믿음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큰스님께서도 그러한 나의 의심을 아시고 정성껏 답하시었다.

"그러하다."

"모든 사자가 다 얼룩말, 누 등 초식동물을 잡아먹어야만 살 수 있는데, 다른 동물을 잡아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데 큰스님은 어찌하여 사자가 살생의 업보를 받는다고 하십니까?"

"본능으로 저지르는 살생도 살생이므로 업보를 받는다. 그리하여 동물은 사람으로 나기가 까마득히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안다면 사람으로 난 사람은 더욱 더 분발하여 공부해야 할 것이다. 한번 축생에 빠지면 그 고통이 너무 크다."

"다시 여쭙습니다. 사자는 유전자에 육식을 하도록 돼 있으므로, 아무리 똑똑한 사자라도, 아무리 양심적인 사자라도 '저 얼룩말을 잡아먹으면 살생이니 풀이나 과일을 먹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이런데도 이 사자는 아무리 다시 태어나도 그 윤회의 업보를 면할 길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없다. 사자는 다음 생에 얼룩말로 태어나 다른 사자에게 먹히고, 그 다음에는 다시 사자로 태어나고, 그 다음에는 얼룩말로 태어나며 끝없이 과보를 받는다. 천번 만번, 억만 번이라도 그렇게 윤회한다. 그리하여 제발이지 축생의 몸을 받지 않도록 업을 짓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대들이 어떤 사자를 윤회의 사슬에서 풀어주고 싶다면, 그 사자가 살생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도록 돌보며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티벳에서는 표범이 스님 손에 길러지면서 대대로 풀을 먹고 사는 사례가 있다. 그렇게 하여 한 단계, 한 단계 까마득한 계단을 올라와야만 먼 미래에 마침내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수행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이재운은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은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라 하였으니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는 더욱 더 열심히 수행에 전념하겠다고 말씀드린 뒤, 큰 믿음을 얻은 다음 또 질문을 올렸다.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 ; 불법을 가리킴. 우주 보편의 진리. 붓다가 깨달은 궁극의 지혜.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 백 겁, 만 겁이라는 아득한 세월이 지나도록 만나기조차 어렵다는 뜻.


"고타마는 출가 후 6년간이나 갖은 수련을 했어도 깨우치지 못하고 갈비뼈가 드러나도록 앙상하게 마르고, 귀에는 대장간 풀무소리 같은 이명(耳鳴)이 요란했다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기력이 빠져 지치고 숨이 떨어질 지경이 되고, '고타마는 변절했다, 고타마는 수행을 포기했다'는 도반들의 비난을 듣고 나서야 마침내 깨달음을 얻어 붓다가 되셨습니까? 6년 동안의 그 치열한 수행에서는 얻은 것이 없는데, 어째서 나무그늘에 앉아 우유죽 한 그릇 얻어먹고 겨우 목숨이나 붙이고 주저앉아 있었을 뿐인데 이번에는 위없는 깨달음을 얻어 붓다가 되었습니까? 어렵게 구할 때는 구해지지 않고, 막상 나무그늘에 앉아 숨이나 헤아리며 쉬었을 뿐인데 어찌 깨달음을 성취했습니까?"


* 숨이나 헤아리며 쉬었을 뿐인데 ; 고타마는 보리수 그늘에 앉아 수자타가 매일 갖다주는 우유죽을 먹고는 내내 하나, 둘, 셋 해가며 들숨날숨(아나파나)을 헤아리기만 했다. 다른 수행은 없었다.


- 보리수 그늘. 고타마 상이 놓여 있다.


삐냐저따 큰스님께서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고타마는 단 일주일만에도 깨달을 수 있는 근기를 가진 훌륭한 보살이었다. 굳이 6년 고행이란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냥 출가하여 딱 1주일 혹은 며칠이면 무상심심미묘법이라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우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옛날 연등불 회상에 있을 때, 연등불은 선혜보살로 불리던 고타마에게 '너는 장차 석가모니불이 될 것이다. 붓다가 될 때는 단 며칠만에 깨달음을 이룰 것이다.'라고 수기를 내리셨다. 그때 선혜보살은 '수억 겁 수행을 하여도 붓다가 되기 어려운데 어찌 며칠만에 깨달으리까' 하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의심 한 자락의 업보가 자라 마침내 이때의 6년 고행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즉 6년 동안의 고행으로 그 한 줄기 업을 해소한 것이고, 마침내 업이 하나도 없는 깨끗한 보살의 경계에 이른 고타마는 보리수 나무 아래에 앉아 단지 숨을 헤아리는 것만으로도 붓다가 될 수 있었다."

이에 이재운은 점 하나, 마침표 하나만 잘못 찍어도 컴퓨터 파일이 열리지 않고 수식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프로그램 로직을 떠올리며, 이곳의 0.00000000001mm의 오차가 백만 광년, 천만 광년 먼 곳에서는 아득히 먼 거리로 오차가 난다는 예를 들어 정글스님의 말씀에 합장으로 인사를 올리고, 다시 정좌하여 질문을 고쳐 올렸다.

"큰스님께 아룁니다. 저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이 오직 머리만으로 지혜를 얻으려 애썼습니다. 깨달음을 해석하고 경전을 읽고 외우고 의심하면 붓다가 되는 줄 믿고 어리석게 굴었습니다. 큰스님, 저희같이 어리석은 중생들이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이에 삐냐저따 큰스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시었다.


- 지혜의 완성자 고타마 붓다


"깨달음을 얻어 붓다가 되려면 3가지를 갖춰야 한다. 먼저 계를 지켜야 한다. 계를 지키면 저절로 집중이 된다. 집중이 되면 지혜가 생긴다. 이로써 3가지가 갖춰지면 붓다의 깨달음이 이뤄지는 것이다."

"아무나 계를 지키고, 집중력을 기르면 위없는 지혜를 얻습니까?"

"아니다. 먼저 자비심이 저절로 나야 한다. 자비심이 없으면 이야기를 할 것도 없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온 자비심이 저절로 우러나올 때 비로소 계정혜(戒定慧) 3학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자비심이 가슴에서 저절로 우러나오지 않는 사람은 계정혜 3학을 아무리 말해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

이재운이 삐냐저따 큰스님의 자비심 전제 조건에 놀라 합장 배례하면서 그 말씀이 머리를 때린다고 찬탄하였다. 이재운이 느끼기에, 삐냐저따 큰스님께서는 계정혜를 매우 간단 명료하게 설명하시고, 이로써 마음 속에 풀리지 않던 계정혜의 본질과 가치를 또렷이 깨달을 수 있다.


다시 깨달음에 이르는 3가지에 대해 자세히 여쭈었다.

"너와 내가 하나이고, 우리가 하나이고, 세계가 하나라는 동체대비(同體大悲)가 생겨야 계정혜에 접근할 수 있다는 큰스님 말씀을 찬탄합니다. 3학 중 계 다음에 말씀하신 집중이라 하심은 아나파나 사티나 비파사나로 이루는 통찰, 삼매, 즉 정(定)을 가리키는 말씀이신지요?"

"그렇다. 다만 반드시 계를 지켜야만 선정(禪定)에 이를 수 있으니, 계를 철저히 지켜야만 선정이 가능해진다. 또한 선정의 깊은 집중력으로 번뇌를 여의고 정(定)에 이르면 그제야 지혜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정에 이르지 못하면 지혜를 얻을 수 없다. 그런즉 계부터 철저히 지키고, 그 다음에 철저히 수행하여 집중력을 갖추어 선정에 들면, 그 다음에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계정혜(戒定慧)를 닦고나면 8정도가 보이고, 이로서 8가지 바른 길이 보이면 그때 붓다가 깨우친 아뇩다라삼보리가 태양처럼 밝게 떠오를 것이다."


* 이 부분에서 동석했던 김상국 거사는 다음과 같은 삐냐저따 스님의 말씀이 있었다고 추가를 요구하였고, 이에 덧붙인다.

- "아나파나와 기도를 많이 해라. 그래야만 지혜가 많이 생기고, 지혜가 많이 생기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도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따라라. 신장 님들도 이런 사람들을 돕고 싶어한다. 그러나 사람들 마음 속에 자비심이 부족하다 보니 신장 님들이 돕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삐냐저따 큰스님은 고타마가 깨달음에 이른 과정을 이처럼 자비심 ->  계정혜 -> 8정도 -> 연기론에 이르는 순서에 따라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셨다고 간략히 말씀하셨다.

"큰스님, 자비심을 내지도 않고, 계를 지키지도 아니하고, 정(定)을 이루지도 않았으면서 단지 머리로 지혜를 구하려 애쓴 어리석음을 참회합니다."

이에 상국 거사도 "큰스님, 저도 참회합니다."라고 말하며 합장하여 절했다.


삐냐저따 큰스님이 웃으시면서 더 물어보라고 말씀하시자 이재운은 합장한 채 또 여쭈었다.

"저희들은 출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렇게나 내키는대로 행동했습니다. 그러고도 감히 붓다가 수억 겁의 생애 동안 갈고닦아 어렵게 성취한 반야를 쉽게, 빠르게, 빈 손으로 감히 얻고자 허망한 꿈을 꾸었습니다. 저희는 이제야 출가 사문의 위대한 공덕을 마음 깊이 찬탄합니다. 그간 불법승(佛法僧) 3보(三寶)라고 할 때 승보(僧寶)를 무시한 죄를 참회합니다. 계를 지키는 분은 높이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걸 큰스님의 가르침을 받고서야 겨우 깨우쳤습니다. 그러하니 저희 같이 어리석은 재가수행자를 위해 '계란 무엇인지' 가르쳐주십시오."

"계에는 3가지가 있으니, 재가수행자가 지켜야 할 계로는 먼저 5계부터 시작하여 8계, 10계가 있다."

"저희는 아내가 있고 자식이 있고 직업이 있으니 우선 5계부터 설해주소서."

"1. 살생하지 마라."

"직접 살생하지 않고 먹게 되는 육식은 괜찮습니까? 저는 사람들에게 생선을 많이 먹으라고 권하고, 저도 육식을 아주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먹기 위해 살생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먹기 위해 일부러 고기를 구하는 것도 안된다. 다만 들어온 공양은 괜찮다. 2. 거짓말하지 말라. 3. 간음하지 말라. 4. 훔치지 말라. 5. 술, 담배, 마약을 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하심은 배우자와 동침하는 것은 괜찮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배우자가 없는 사람이 애인과 동침하는 것은 계를 깨는 것입니까?"

"만일 그 애인이 부모와 함께 살거나 형제자매와 살고 있을 때 동침하면 계를 깨는 것이다. 독립하여 혼자 살아가는 이성이라면 계를 깨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받아 지니겠습니다. 누가 만일 '이 시부랄여편네들'이라고 욕을 하는 건 5계에 포함되지 않습니까?"

"욕은 '거짓말하지 말라'에 포함된다. 나쁜 말, 저주하는 말, 비난하는 말, 다 그 계에 속한다."

이때 문답을 듣고 계시던 덕산 주지 스님이 빙그레 웃으셨다. 삐냐저따 큰스님은 알지 못하셨지만 나와 상국 처사는 덕산 스님을 따라 빙그레 웃었다.

"거룩하신 큰스님, 5계 중 마지막 한 가지는 무엇입니까?"

"마약하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뭔가에 중독되는 것이니, 불자는 어떤 것에도 중독되어서는 안된다."

"게임도요? 수백만원 짜리 향을 피우는 것도요? 수백만원 짜리 차를 마시는 것도요?"

"그러하다. 특히 남에게 보이고 자랑하려 하는 중독은 더 큰 파계가 된다."

"큰스님, 저희는 이제 5계를 받아 지니겠습니다. 그러면 5계를 지키는 것만으로 저희 재가수행자가 깨달음에 이를 수 있겠습니까? 계, 정, 혜 3학에 이를 수 있습니까?"

"그런 건 아니다. 불자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말한 것일 뿐 거기에 3계를 더 추가해야 한다."

"그럼 5계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겨우 절에 드나들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뿐이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저희가 5계를 넘어 8계를 가지려면 무엇을 더 지켜야 합니까?"

"화장하지 말라, 텔레비전을 보지 말라, 액세서리를 달지 말라."

"큰스님 얼굴은 윤기가 흐르는데 정녕 아무것도 바르지 않으셨습니까? 재가수행자더러 스킨로션도 바르지 말라는 말씀이십니까? 저는 지금 알로에겔을 발랐습니다만..."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바르는 것은 괜찮으나 예쁘게 보이기 위해 바르는 화장은 안된다는 뜻이다."

"그럼 성형도 안되고, 쌍꺼풀 수술, 코높이는 수술도 안되는 것입니까?"

"불편하거나 아프거나 치료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고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안된다는 뜻이다."

"텔레비전 보지 말라는 건 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면 마음이 산란해지기 쉽고, 다른 계를 아무리 잘 지켜도 수행에 집중할 수 없다. 그러면 정(定)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페이스북이나 SNS 등에 정치 사건을 두고 욕설을 하고, 비난 비방하는 일이 많음을 미루어 출가사문이든 재가수행자든 시속에 너무 흔들려서는 정에 이를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 지녔다.

"그럼 이렇게 하여 8계가 완성되었습니까?"

"아니다. 화장하지 말라, 액세서리를 달지 말라, 화려한 옷을 입지 말라, 사치하지 말라는 따로 있는 계가 아니라 하나의 계다. 그러니 두 개가 더 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7. 노래하고 춤추지 말라."

"저는 노래하고 춤을 춰야 병이 나지 않고 건강해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 잘 가르쳐 주소서."

"음악에 너무 깊이 빠지지 말고, 노래에 너무 깊이 빠지지 말고, 춤에 깊이 빠지지 말라. 생명의 음악, 생명의 노래, 생명의 춤이 아닌 것은 결코 해서는 안된다. 정(定)에 이르지 못하게 방해할 것이다."

"여덟 번째는 무엇입니까?"

"아주아주 중요한 것이다."

"듣고자 합니다."

"늘 보시를 해야만 한다."

"보시는 6바라밀이라고 해서 그냥 수행의 하나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큰스님께서는 지금 보시가 선택이 아니고 재가수행자의 의무란 말씀이십니까? 보시는 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하는 게 아니고, 남자가 군대가는 것처럼, 소득이 생기면 세금을 내는 것처럼 반드시 해야만 하는 불자의 의무란 말씀이십니까?"

"그러하다. 보시는 무거운 의무다."

이에 회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놀라 입을 벌렸다. 보시란, 그리고 봉사란 시간이 나거나 재물에 여유가 생길 때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형편에 따라 불전함에 만원도 넣고, 오천원도 넣고, 부처님 오신 날에 겨우 등 하나 다는 게 전부인 줄 착각하고 있던 회상의 처사들이 모두 놀라 살그머니 떨었다.

남방 소승불교의 보시와 대승불교의 보시가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 날 처음 알았다.

"보시는, 불자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계다."

"아이고, 큰스님. 그런 귀한 말씀을 이제야 듣습니다. 보시가 의무라는 말씀을 듣고 나니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보시는 깨달음으로 가는 필수 조건이다. 다만 보시했다는 그 마음을 잊어야 하고, 보시했다는 그 기억도 남겨서는 안되니 곧 무주상(無住相) 보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하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는 것이 진정한 보시다. 잊지 말라."

"알아들었습니다, 큰스님. 무주상보시로서 깨달음의 길을 닦겠습니다. 저희는 이제 큰스님깨 8계를 지키겠다고 아룁니다."

이에 상국 거사가 다 지킬 수 없다며, 안지키겠다는 뜻이 아니라 'Not now'라고 살그머니 말했다. 

그 호소가 간절하여 내가 "아니, 부인이나 애인과는 사랑을 나누어도 파계가 아니라는데 왜 어려워하십니까? 기왕이면 계를 지키기로 선서하시지요." 권하니 상국 거사는 오랜 천주고 신자로서 지켜온 신념과 짧은 불자 수행 경험 사이에서 일단 한 걸음 물러나 깊이 관찰하기로 결심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는 내가 본 상(相)이다.

"큰스님, 제가 8계를 지키기로 서원했으니 이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10계를 말씀해주소서."

"10계는 앞의 8계에 두 개를 더 추가하는 것이니 하나는 간음하지 말라를 고쳐 성관계를 하지 말라이고, 또 하나는 오후불식이라. 즉 점심까지만 먹고 오시 이후에는 음식을 먹어서는 안된다."


* 오시 : 11시 32분이 오시의 시작이다. 즉 점심 때를 가리킨다.


삐냐저따 큰스님의 유일한 개인 소유물 바릿대.


"큰스님, 배우자나 애인과는 성관계를 해도 계를 어기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셔서 제가 8계를 지키겠다고 서원하였는데, 왜 지금은 누구하고든 무조건 안된다고 말씀하십니까?"

"그대는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알려달라고 내게 물었다. 그러하니 난 재가수행자로서 지켜야 할 5계가 아니라, 그보다 조금 더 정법에 가까이 갈 수 있는 8계가 아니라, 재가수행자라도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진정한 계를 설하는 것이니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고타마 부처님께서는 10계 중에서 성관계가 깨달음의 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라고 누누이 말씀하셨다.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완전한 계다."

이에 거사와 보살들이 다들 입을 다물고 눈을 끔벅거리며 천장만 바라보았다. 보문정사 덕산 주지 스님은 마치 '이 거사들아, 중이 아무나 되는 것인 줄 아느냐.'고 비웃는 듯하는 상(相)이 보였다.

이에 성관계를 아주 끊어야 한다는, 그래야만 정(定)에 이를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절대 안된다는 정글 스님의 단호한 말씀에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후불식에 대해 또 여쭈었다.

"큰스님, 성관계를 아주 끊으라는 계는 우리 거사들이 각각의 배우자와 합의를 하여야 지킬 수 있으니 잠시 미루고, 오후불식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스님께서 앉아계신 옆에 협탁이 있는데 맛있는 주스가 놓여 있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후 7시입니다. 스님께서는 그 주스를 마실 것입니까?"

"마실 것이다."

"그러면 곡식을 가루내어 먹는 미숫가루 정도는 물에 타먹어도 계를 어기는 것이 아닙니까?"

"계를 어기는 것이다."

"주스는 괜찮은데 미숫가루는 왜 안됩니까?"

"주스는 물을 마시는 것과 같지만 미숫가루는 식사를 하는 것이다."

"저희들은 그것조차 못먹으면 배가 고플 텐데요? 아마 당뇨 환자는 못견딜 겁니다."

"익숙해지면 괜찮다. 다만 병이 든 자는 곡식가루를 먹어도 되고, 더러 음식을 먹어야만 치료가 될 때는 그리 해도 괜찮다."

이때 덕산 주지 스님은 "일단 오시에 식사를 시작하면 끝나는 시각은 문제가 안된다. 점심을 넉넉하게 먹으면 저녁을 먹지 않아도 견딜 수 있다. 다만 오후불식이 계로 들어간 계기가 있다. 부처님 당시에 어떤 사문이 오후에 탁발하러 거리에 나갔는데 그만 임산부가 놀라 유산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뒤로 오후에는 사문이 탁발을 다녀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계가 된 것이다. 또 남방불교에서는 낮잠을 길게 자고, 오후 6시 이후에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외출도 하지 않는 문화적 특성이 있으니 여러 가지를 감안하여 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오후불식은, 한국의 문화와 전통에서는 꼭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해석으로 들렸다. 다만 덕산 큰스님은 두 끼 식사를 하든, 소식을 하든 먹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마지막 계는 무엇입니까?"

"돈 탐하고 게으르지 말라.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는 것이 바로 탐(貪)이다. 탐을 이루지 못하면 화가 나니 진(嗔)이고, 그렇게 화를 많이 내면 그것이 쌓여 어리석음의 덩어리인 치(痴)가 된다. 계정혜는커녕 탐진치만 얻게 된다."

"거룩한 계를 받아지니겠습니다."


* 김상국 거사는 삐냐저따 스님 말씀 중에 "팔목 길이보다 높은 침대에서 자지 말고, 계위가 높은 고승이 앉았던 자리에 앉지 말라"는 말씀을 들었다고 하나, 나는 들은 기억이 없어 메모만 해둔다.


마지막으로 삐냐저따 큰스님께 계를 지킬 것을 서원하고, 더 질문을 올렸다.

"큰스님, 보문정사 주지 덕산 큰스님이 부처님진신사리 및 그 제자 등의 사리 수O만 과를 모시는 황금대탑을 세우고자 원을 세웠는데 저희들이 덕산 큰스님을 힘껏 돕고, 덕산 스님이 열심히 노력하면 저 덕산 스님이 너무 늙기 전에 불사를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살지 않는 정글에 들어가 황금대탑을 세우기로 서원했었다. 배를 타고 몇 시간, 걸어서 몇 시간, 찻길도 사람길도 없었다. 그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밥 먹을 때 쓰는 바리때 한 벌과 가사 세 벌, 그리고 계정혜(戒定慧) 뿐이었다. 계정혜를 굳게 지키고 있으니 인연들이 그 깊은 밀림으로 몰려들었다. 계정혜를 굳게 잡고 있으니 사람들이 스스로 길을 내어 밀림으로 찾아오더라. 지난 봄에 나는 마침내 황금대탑을 세웠다. 나에 비하면 그대들의 덕산 스님은 포클레인까지 갖고 있지 않느냐?"


보문정사는 삐냐저따 큰스님을 맞을 여래원을 단장하려고 포클레인을 썼고, 이때는 여래원 마당에 세워져 있었는데, 큰스님은 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다. 포클레인은 불사가 많은 보문정사 소유다.

"그래도 작은 절 주지인 덕산 스님이 과연 그 큰 불사를 해낼 수 있을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계정혜를 밝히니 정글에도 길이 나고, 사람이 없던 정글에 먼지가 나도록 사람이 많이 드나들고, 물 없는 곳에 물이 나더라. 그대들이 모두 계를 잘 지켜 정에 이르고, 이어 지혜를 얻으면 황금대탑은 저절로 세워질 것이다. 여러 처사와 보살들이 불심으로 똘똘 뭉치면 5년 안에 이뤄질 것이다. 나도 힘쓸 것이다."

삐냐저따 큰스님의 확신에 찬 예언을 하시고, 보문정사 신도들의 보시바라밀을 다시 한번 강조하시자 회상의 덕산 스님과 거사와 보살들이 합장하여 절했다.


때마침 불모 거사가 들어와 착석하였다.

대담을 마치려 하는데 마침 상국 처사가 한 말씀 여쭤도 되느냐고 하니 큰스님께서 기쁘게 허락하셨다.

상국 거사는 "저는 지금까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에 교수직을 정년퇴직했습니다. 왠지 마음이 허전합니다. 이제는 저를 위해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목표를 세워도 괜찮은지요?"

이에 내가 "거사께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한다고 애썼으나 선거에 당선된 적이 없으십니다. 당선되어 봉사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물어달라."고 미얀마어 통역에게 말하니 상국 거사는 "일단 나를 위해 살고 싶다는 말씀을 전하고, 그 문제는 마지막에 여쭙자 하여 통역이 상국 거사의 뜻대로 하였다.

그러자 삐냐저따 큰스님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시더니 이윽고 답을 내리셨다.

"좋다. 그대를 위해 열심히 살라. 다만 한 가지, 자비심을 가져라.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 자비심을 끌어내려라. 자비심 없는 깨달음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자비심이 생기면 계를 지키고 싶고, 계를 지키다 보면 자비심이 더 깊어진다. 그래야만 정(定)에 이른다. 그러하니 그대의 소원대로 먼저 자기 자신부터 자비하라. 자신에게 "건강해라! 행복하라!"고 말해라. 그러면 내가 행복해지고, 그러면 아내와 자식이 행복해지고. 나아가 나라와 마을이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니 자비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내와 자식이 자비심의 대상으로 보이면 그런 다음에는 이웃과 친구를 자비하게 되고, 나아가 국가와 민족을 자비하게 된다. 이치가 이러하거늘, 그대가 자기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살고 싶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이에 상국 거사는 합장하여 절하면서 삐냐저따 큰스님의 가르침을 찬탄하고, 회상의 거사와 보살과 덕산 스님도 큰스님의 감로 같은 법문을 찬탄하였다. 

삐냐저따 큰스님께서 오전에 입국하셔서 피로를 더 풀어야 할 것으로 판단하여 이날 회상은 이로써 맺었다.

회상의 덕산 주지 스님은 대담이 끝났음을 알고 나와 김상국 거사, 신진환 거사를 앞으로 나오라 하여 우리 셋은 삐냐저따 큰스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합장했다. 그러자 큰스님은 우리 세 사람의 수행 정진을 위해 깊은 비파사나에 들어가셨다. 나는 큰스님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실 때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고 그 즉시 아나파나 사티에 들어갔다. 먼저 날숨을 50까지 세고, 그 다음에는 거꾸로 헤아려 내려왔다. 그런 다음 다시 50까지 헤아리고 다시 내려왔다. 세번째 50까지 날숨을 헤아리고, 거꾸로 내려오던 중 열에 이르러 큰스님께서 기도를 마치셨다. 나는 마저 숨을 헤아린 뒤 거사들과 일제히 합장 배례하고, 큰스님의 높고도 귀하신 말씀을 찬탄하면서 모두 여래원을 물러나왔다.


- 대담 전 통역 조모아가 인증용으로 사진을 찍었다. 

원래 삐냐저따 큰스님 오른쪽에 조모아가 앉아 있어야 하나 인증 사진 찍느라고 안보인다. 

법회가 시작되면 조모아가 큰스님 곁에 가까이 앉아 통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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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들었다 2, 3>도 읽어보십시오. 아래를 누르십시오.

<나는 이렇게 들었다 2 보문경 중>

<나는 이렇게 들었다 3 보문경 하>

<나는 이렇게 들었다 4 보석경 자비경>

<보문경 후기>


<미얀마 불교를 대표하는 아라한 <삐냐저따 큰스님>의 공개법회가 일요일에 열린다>


*** 아나파나 사티에 대한 글


<안반수의경 전문>

<안반수의경이란? - 아나파나 사티>


*** 이 글을 다 읽으셨으면 인연의 실을 이끌어 여기에 묶기 바랍니다.

아사라, 쿠타라, 태이자가 있습니다.

<황금탑을 세우는 용인 보문정사>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 11

문의 / 031-332-0670 1899-3239

안내/유승민 yuchunni@hanmail.net

 

*** 붓다는 불교신자가 아닙니다.

붓다는 스승이 없습니다.

그가 붓다이고, 그가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붓다에 대해 더 자세히 아시고 싶으면 아래 글을 눌러보세요


미얀마단기출가기 1 / 삭발, 이 머리칼을 자르면 무명이 사라질까

미얀마단기출가기 2 / 탁발, 밥을 얻어 먹으러 맨발로 걸어가다

미얀마단기출가기 3 / 가사, 마법이 걸린 옷, 가볍지만 무겁더라

미얀마단기출가기 4 / 보시, 그대들은 내게 가난의 바닥까지 긁어 바치는데...

미얀마단기출가기 5 / 공양, 중생은 먹음으로써 근본을 삼는다

미얀마단기출가기 6 / 시간, 2000년 전 퓨왕국에서 오신 스님 삐냐저따, 당신을 따르리라

미얀마단기출가기 7 / 미얀마에서는 개와 고양이도 도를 닦는구나

미얀마단기출가기 8 / 그대들이 수자타라면 나는 태이자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