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재운 2017. 8. 1. 10:34

*** 삐냐저따 큰스님 일행이 미얀마로 돌아가셨다. 스님들께서 일주일 머무시던 여래원에 보문정사 보살들이 들어가 뒷정리를 하는데 삐냐저따 큰스님과 자와나 큰스님이 놓고 가신 가사와 침구가 발견되었다. 본디 가사를 놓고 가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여기는 스님들의 수행처라는 뜻이고, 수시로 다시 오겠다는 의미란다. 보살들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덕산 스님도 놀랐다. 삐냐저따 큰스님의 배려에 감사드린다. 가시되 가시지 않았다는, 큰스님께서 이 도량에 늘 머무신다는 뜻이다. 이에 후기를 적는다.


- 정글 스님 삐냐저따 아라한께서 용인 보문정사 여래원에 두고가신 가사 한 벌.

가사를 두었다는 것은 "난 이곳에 영원히 머물겠다."는 뜻이다.


한 달 전, 보문정사 덕산 스님으로부터 미얀마의 '아라한' 삐냐저따(Ashin Pyin Nya Zaw Ta) 큰스님께서 일주일간 방문하신다는 기별을 받았다. 


* 아라한 ; 깨달음에 이르렀으나 업을 끊지 못해 아직 붓다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단계의 사람. 미얀마에서는 탐진치를 버린 붓다 다음의 경지를 가리킨다. 소승불교에 보살 개념은 없다. <아라한과 보살은 어떻게 다른가?>


보문정사 대중들 사이에서는 삐냐저따 큰스님 법호를 부르는 대신 발음이 쉬운 정글 스님으로 별칭한다. 정글 스님께서 친히 수행하시며 붓다의 말씀을 전하고,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수행자들을 지도해달라는 대통령 등 미얀마정부의 배려로 얻은 정글(2700만km2. 김상국 교수에 따르면 용인시와 안성시를 합친 면적보다 더 넓다고 한다)에서 수행 중이라는 의미에서 '정글 스님'이라는 별칭이 나왔다. 

6년 전 정글 스님이 처음 찾아갔을 때 맹수가 들끓고 독사와 전갈이 우글거리던 그 정글에 지금은 어엿한 비파선원이 자리를 잡고, 36m 황금대탑이 섰으며, 정글에서 멀거나 가까운 곳에 사는 어린이 150명 정도가 공부하는 학교가 세워졌다고 한다.

- 2017년 봄 황금탑에 일산을 씌우는 법회에 참석하려고 정글을 찾아온 승려들과 신도들. 가운데 도로 사진은 덕산스님이 처음에 배를 타고 가던 강에 세워진 것이다.


정글 스님은 본디 미얀마 서울 양곤의 수만 평의 요지에 세워진 자신만의 수행사찰(양곤에서 3번째 큰 사찰)을 갖고 있는 큰스님인데, 어느 날 양곤에서 자동차로 12시간 떨어져 있는 인도 국경 근처의 마하먀인 정글로 가라는 신의 강력한 계시를 받았다. 그때만 해도 정글 스님은 귀신 따위의 접근을 일절 허용치 않고 관심도 두지 않았는데 그때는 신의 요구가 너무나 강하여 무슨 일인가 싶어 정글까지 가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바릿대 하나 들고 조리라는 슬리퍼 하나에 의지해 정글에 이르니 더 들어가라 하여 더 걷고, 더 들어가라 하여 더 걷다가 마침내 깊고 깊은 정글에 이르러 자그마한 초막이 하나 나타나더란다. 

초막에서 한 승려가 나오더니 "무슨 일로 왔느냐?" 하니 "신의 계시로 그냥 와봤다."고 답하자마자 그 승려는 "아이고, 잘 됐다." 하면서 그 길로 초막을 떠나버렸다 한다. 그뒤로 정글 스님은 그 승려에 대한 소식을 들어본 적도 없고, 정글 원근에 살던 산간 주민들도 그런 승려를 본 적이 없다고 하더란다.


- 정글에 들어간 지 2년 뒤쯤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맨발이다. 이번에 보니 마타지들이 스님 가사를 매일 다림질하여 드리던데, 이 사진 속 가사는 다림질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 가사는 한 장 짜리 천으로 둘둘 말아 올린 것이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정글에서 잘 때는 이불이 되기도 한단다.


기왕 초막이 있으니 며칠 머물 요량으로 무작정 아나파나를 했다. 먹지 못한 채 사흘간 아나파나를 하고 나니 웬 여인이 공양물을 들고 와서 음식 등을 바쳐 겨우 허기를 면했다고 한다. 그뒤 사람 살지 않는 정글에 양곤에서 온 큰스님이 용맹정진한다는 소문이 났는지 멀고 가까운 곳에서 한두 사람씩 다녀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정글 스님은 오직 아나파나만 하고, 종일 비파사나에 잠겨 계셨다.


그런데 무슨 블랙홀 같은 중력이 끌어당기는 것처럼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여, 소문은 만달레이, 파간을 거쳐 그 머나먼 양곤에까지 나서 크고 작은 시주들이 밀어닥쳐 "스님, 무엇을 해드릴까요?" 다투어 보시하더란다. 그런 중에 살림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고, 초막 대신 사원이 세워지고, 오늘날 38m 황금대탑이 우뚝 섰다.

길 없는 길에 4차선 아스팔트가 깔리고, 강물을 가로질러 다리가 놓이고, 학교가 섰다.


이제 이야기는 덕산 스님으로 넘어간다. 

어느 날 용인 운학동 골짜기 길옆에 산기슭을 움켜쥔 채 물길 따라 길다랗게 붙어 있는 작은 절 보문정사에 나타난 덕산 스님. 계약금만 치르고 들어와 죽어라 목탁 치고 기도하여 겨우 숨을 돌린 뒤 미얀마 성지 순례에 나섰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이야기다.


순례 걸음이 이리 저리 돌던 끝에 양곤 자와나 스님의 호수 사원에 닿았다. 

처음 만나는 사이였는데 자와나 스님은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렇다니까 "정글스님을 찾아가라."며 길을 알려주었다. 자기한테 며칠 전부터 신이 찾아와 한국에서 이러저러한 스님이 찾아오거든 정글스님에게 인도하라."고 부탁하더란 것이다. 꿈자리 사나우니 어서 가보라고 채근했다.

덕산은 기왕 미얀마에 왔으니 한번 가보자는 심산으로 길을 떠났는데 아득히 먼 길을 비행기로, 배로, 자동차로 겨우 정글에 이르렀다.


- 신의 계시라는 자와나 스님의 말을 듣고 무작정 정글 스님을 찾아가는 길

지금은 이 강에 다리가 세워졌다.


- 정글.


가서 정글 스님을 만나 인사를 올리니 양곤 자와나 스님 얘기와는 달리 별로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본디 정글 스님은 수행 중에는 대통령이 온다 해도 "아나파나라도 하고 갈 것이면 오고, 아니면 올 것 없다."는 분이므로 덕산 스님도 손님방에 앉아 다른 손님들처럼 참선과 기도를 했다.

그런데 다음날 정글 스님이 대중과 만나는 시간에 한 여성이 갑자기 신이 실리더니 덕산 스님을 가리켜 "내 아들을 왜 박대하느냐"며 정글 스님에게 따지고는 "내 아들, 내 아들." 하면서 쓰다듬더라는 것이다. 사실은 정글 스님도 짐짓 다 알면서 덕산 스님을 살핀 것이다.


거기서 전생담이 쏟아지고, 밝힐 수 없는 묘하고 신기한 이야기가 정글 스님과 신들린 여성 사이에 오고갔다. 알고 보니 여성에게 실린 신은 미얀마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산다 무키였는데, 그는 3천년 전에는 왕비 신분이었고, 그뒤에는 미얀마 국왕을 지냈다면서 밀림에 세울 황금대탑 쌍둥이 하나를 한국에도 세우라고 요구하여 정글 스님이 그러마고 화답하더란다. 산다무키 신은 그러면 미얀마에 있는 붓다의 진신사리와 제자들과 아라한들의 사리를 갈라 덕산 스님에게 내주라고 하여 이 역시 합의되었단다.


그뒤 정글 스님은 평생 지니고 있던 귀한 사리를 내주고, 미얀마 내에 인연 있는 고승들께 두루 연락하여 당신께서 직접 한국에 황금대탑을 세울 것이니 모시고 있는 사리를 절반씩 갈라 주라고 권유했단다.


- 사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삐냐저따 스님께 산다무키 신이 나타나 덕산스님에게 붓다의 진신사리를 내주라고 애원하여 받아온 사리들.


이렇게 하여 정글 스님은 용인 보문정사가 황금대탑을 세울만한 도량인지, 그런 큰 불사를 할 수 있는 대중이 있는지 두루 살피고, 서원을 세우기 위해 기도 차 한국에 들어오셨던 것이다.

사실 정글 스님은 수요일에 진천 태양광 업체를 방문한 것 말고는 일주일 내내 여래원 2층에 머물면서 오직 아나파나와 비파사나, 기도만 하셨다. 에버랜드 구경가시자 해도 안가시고, 동대문 쇼핑가자 해도 안가시고, 서울 구경 가자 해도 안가셨다.


한편 나는 아나파나를 평소 수행해오던 중 지난 5월 23일에 붓다가 보리수 그늘에서 깨우친 상황을 뇌과학적으로 깨우친 바 있어, 정글 스님이 오시면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내가 붓다의 깨달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낸 날로부터 딱 2달이 지난 7월 24일 월요일 오후 6시에 친견이 이뤄졌다.

이 날은 붓다가 깨달은 수행법 아나파나와 그때 붓다의 머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두 가지만 여쭈려 했다. 그래서 녹음할 생각도 않고, 메모지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 보니 길어지고, 정글스님은 마치 네 질문에 답할 준비가 다 돼 있으니 마음껏 물어보라고 하시는 것같아 뜻하지 않게 대담은 두 시간이나 계속 되었다.


이렇게 하여 첫 면담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자 하여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대로 <나는 이렇게 들었다 1 보문경 상>를 쓴 것이다. 나는 정글 스님을 뵙기 전에는 보문경을 쓴다는 생각을 눈곱만큼도 한 적이 없는데, 그만 귀신 들린 손처럼 상상하지 못한 글을 쓰고 말았다. 그뒤 수요일과 금요일에 두 차례 더 문답을 가진 뒤 나는 <나는 이렇게 들었다 2 보문경 중>과 <나는 이렇게 들었다 3 보문경 하>를 쓰고, 일요일 특별법회를 마친 다음에는 <나는 이렇게 들었다 4 보석경 자비경>을 기록했다.


나는 정글 스님이 오시기 전 <브레인 리퍼블릭 Brain Republic)>이란 이름으로 관련 책을 만들던 중이었다. 오랜 바이오코드 연구로 얻은 비밀 수행법이 담긴 나의 30년 결실이기도 한데, 나는 능단금강(能斷金鋼)으로 벼린 이 칼을 황금대탑 불사에 내놓으려고 한다. 



*** 이 글을 쓰자마자 덕산 큰스님 전화가 걸려왔다.

9월 10일 미얀마 종교성 의장이시자 종정 큰스님, 인도 쿠시나가라 열반당 주지 가네슈와르 큰스님, 미얀마 양곤의 승가대학장 라야따나 큰스님, 그리고 80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황금탑 설립에 여생을 바치시겠다는 마타지 더딴띤 여사, 한국 황금탑 설립추진위원회 감사 등 여러 분께서 오시기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 이 글을 다 읽으셨으면 인연의 실을 이끌어 여기에 묶기 바랍니다.

아사라, 쿠타라, 태이자가 있습니다.

<황금탑을 세우는 용인 보문정사>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 11

문의 / 031-332-0670 1899-3239

안내/유승민 yuchunni@hanmail.net

 

*** 붓다는 불교신자가 아닙니다.

붓다는 스승이 없습니다.

그가 붓다이고, 그가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붓다에 대해 더 자세히 아시고 싶으면 아래 글을 눌러보세요


미얀마단기출가기 1 / 삭발, 이 머리칼을 자르면 무명이 사라질까

미얀마단기출가기 2 / 탁발, 밥을 얻어 먹으러 맨발로 걸어가다

미얀마단기출가기 3 / 가사, 마법이 걸린 옷, 가볍지만 무겁더라

미얀마단기출가기 4 / 보시, 그대들은 내게 가난의 바닥까지 긁어 바치는데...

미얀마단기출가기 5 / 공양, 중생은 먹음으로써 근본을 삼는다

미얀마단기출가기 6 / 시간, 2000년 전 퓨왕국에서 오신 스님 삐냐저따, 당신을 따르리라

미얀마단기출가기 7 / 미얀마에서는 개와 고양이도 도를 닦는구나

미얀마단기출가기 8 / 그대들이 수자타라면 나는 태이자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