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자식 사랑
그 후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정반왕의 궁에 도착하였다.
그때 라훌라의 어머니 야소다라가 라훌라를 데리고 높은 누각으로 올라가 붓다가 오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오는 저 스님이 보이니?”
“예, 어머니. 보입니다”
“저분이 너의 아버지란다. 가서 아버지에게 유산을 달라고 해라.”
야소다라는 붓다의 부인이다. 아직도 남편이 누군지 잘 모르고, 그저 왕궁으로 돌아왔으니 왕위를 이을 줄로 안 모양이다. 그러니 야소다라의 눈에 붓다는 그저 태자 고타마 싯다르타로 보일 뿐이다.
붓다가 궁에 들어와 집안 뜨락에 자리를 펴고 앉자, 라훌라가 쏜살같이 붓다에게 달려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 아래 예배하였다. 그리고 라훌라는 따가워지기 시작하는 햇살을 피해 붓다의 그림자 속으로 옮겨 서서 말하였다.
“이 그림자 속으로 들어오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아버지, 저에게 아버지의 유산을 주십시오.”
붓다는 손을 뻗어 아들 라훌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네가 정말 내 유산을 받고 싶으냐?”
"저는 왕자입니다. 나중에 관정식을 하면 저는 왕이 될 것입니다. 저는 재산이 필요합니다. 아버지의 것은 아들의 것이라고 들었으니 제가 재산을 물려주십시오."
어린 라훌라에게 이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은 처음이었다.
라훌라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받고 싶습니다. 제가 그 유산을 주십시오.”
붓다는 자리를 거두고 일어나 라훌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라훌라는 그 손가락을 잡고 붓다와 함께 왕궁을 나섰다.
- 붓다의 유일한 부인 야소다라는 훗날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었다.
야소다라가 붓다를 찬탄하는 노래다. 가사를 야소다라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승가가 머물던 숲에 도착하자, 당신이 가장 신뢰하던 제자 사리불舍利弗을 불러 말씀하셨다.
“사리불, 당신이 이 아이를 출가시켜 주십시오.”
사리불은 라훌라의 머리를 깎아주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는 방식의 가사 착용법을 가르쳐 주었다.
라훌라는 신발을 벗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은 채 합장하고 맹세하였다.
“저 라훌라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비구 승가에게 귀의합니다. 저는 여래에게 출가하여 도를 배웁니다. 여래는 저의 지진至真이시고 등정각等正覺이십니다.”
이렇게 세 번을 맹세하자, 사리불이 라훌라에게 사미계沙彌戒를 주었다.
라훌라가 머리를 깎고 출가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소식을 들은 정반왕이 울부짖으며 붓다가 머물던 숲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숲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쳤다.
“네가 출가했을 때는 그래도 난타難陀라도 있어 내가 지금처럼 괴롭지는 않았다. 그런 난타마저 너를 따라 출가했을 때, 남은 정을 의탁할 곳이라고는 오직 이 아이뿐이었다. 이제 이 아이마저 출가하면 국가의 대계는 영원히 단절될 것이다. 자식과 손자에 대한 정이 그리 쉽게 잊히는 것이더냐? 어떻게 내가 참을 수 있겠느냐!”
* 난다 ; 붓다의 친동생으로 어머니가 다르다. 카필라성 방문 이튿날 붓다가 난다를 출가시켰다.
정반왕은 아들인 붓다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울먹였지만, 그는 자신의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눈물을 거둔 정반왕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자손에 대한 사랑의 정은 뼈와 골수에 사무치는 것이다. 만인을 이롭게 한다는 붓다가 남의 자식을 훔치듯이 데려가 출가시켜서야 되겠느냐? 라훌라는 어쩔 수 없으되, 부디 지금부터라도 여러 비구들에게 부모의 허락이 없으면 출가시키지 못하도록 해다오.”
붓다는 정반왕의 청에 따라 부모가 허락하지 않으면 출가하지 못하도록 계율을 정하셨다.
이렇게 하여 붓다는 아버지의 유산을 달라는 라훌라를 머리 깎아 비구로 만들었다. 이후 라훌라는 계를 철저히 지키는 승가의 모범이 되고, 아라한이 되었다.
이 글에서, 하나 밖에 없는 어린 아들을 데려와 머리를 깎인 붓다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붓다 나이 스물아홉 살에 낳았으니 나이 차가 굉장히 많은 셈이다.
- 4살 6개월즘 되던 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바닷가에서 콧구멍 후비는... 나의 라훌라 이기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