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사람들/황금탑
와서 보라!
소설가 이재운
2017. 9. 6. 11:44
- 와서 보라!
무심하게 살아가는 인생 중에도 숱한 인연이 혹은 바람처럼 혹은 화살처럼 스쳐지나간다. 한번 지나가고 나면 선연이든 악연이든 다시는 그 인연을 잡을 수 없다. 같은 시대를 살아도, 같은 역사를 겪어도 눈과 귀는 저마다 천차만별한 걸 보고 들을 뿐이다.
마누라와 다투는 중에 탁발 나온 붓다가 저 앞 골목을 돌아 지나가고,
밭을 매느라 땀흘려 일하는 중에 천하주유 중인 공자 일행이 지나가고,
로마군이 무서워 골방에 숨어 있는 중에 십자가를 진 예수가 벽 사이로 지나가기도 한다.
9월 10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 용인 보문정사에서 보기 드문 대법회가 열린다.
미얀마 정부 종교성 의장 즉 종정스님, 아라한으로 추앙받는 스님, 불교대학장, 역사적으로 고증된 유일한 붓다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인도 열반당 주지, 미얀마 여성불자회 회장, 이런 분들이 왜 자그마한 용인 보문정사에 108m 황금탑을 세우려 하는 걸까.
그래서 말한다. 와서 보라!
* 와서 보라(ehi-passika) ; 붓다가 깨달음을 이룬 뒤 전법 전도에 나서기로 결심한 뒤 범천왕에게 한 말이다.
"눈 있는 자 와서 보라. 귀 있는 자 와서 들으라!" 붓다는 결코 "나를 믿으라"고 말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