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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 누가 우리의 친구이고 누가 우리의 적인가?

소설가 이재운 2017. 10. 11. 23:15
임진왜란이 끝난 뒤 우리 선조들은 이 전쟁이 왜 일어난 건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고는 전쟁 전처럼 양반놀이에 탐닉했다. 유성룡이 쓴 <징비록>마저 금지도서로 묶어 아예 읽지 못하게 했다.

그러다 또 병자호란이 일어나 임란 못지 않은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왜 명나라도 아닌 사촌이나 다름없는 여진족이 그렇게 무섭게 들이쳤는지 역시 따져보지 않았다. 그러고는 또 양반놀이에 빠져 서로 죽이고 죽는 당쟁에 몰두했다.

그렇게 진흙탕 싸움을 하다가 <징비록>을 출판하여 "왜 임진년 그때 우리 일본이 조선을 이기지 못했나?" 연구한 끝에 그들은 새끼손가락 튕기는 노력으로 조선을 덥썩 집어삼켰다. 겨우 40명의 일본 낭인들이 경복궁을 샅샅이 뒤지며 왕비 나오라고 소리치며 뛰어다녀도 막을 군사가 없는 나라, 왕이 보는 앞에서 왕비를잡아 난자를 하는데도 누구 하나 막아줄 군사가 없는 바보들의 나라, 조선은 일본에 침도 뱉어보지 못한 채 허망하게 무너졌다. 거지처럼 왕족만은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러고도 일본이 망해 해방될 때 왜 전범국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가 분단돼야 했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드물고, 육이오전쟁이 대체 왜 일어난 전쟁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을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 그래놓고 싫은 사람, 의견 다른 사람을 무조건 빨갱이라고 몰아붙인다. 주변에 이런 멍청한 바보들이 바글거린다. 이런 것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고, 시도의원 선거에 나온다고 목청을 높인다.
우리가 이 정도 무명(無明)한 민족이다.

어젯밤에는 B1-b 2개 편대가 한반도 상공을 휘젓고, 우리 바다로 핵잠수함이 들어왔단다. 김정은참수작전계획이 정작 김정은 책상에 올라가 있다는 비통한 보도가 뒤따른다. 하루가 지나서야 우린 미국의 의도를 뉴스로 통보받고, 우리 군의 무능을 또 확인하며 절망한다. 저들은 강하고 우린 오합지졸에 지리멸렬이다. 도대체 우리 목숨을 누가 지켜줄 것인가. 먹고뜯고, 히히덕거리고, 엉덩이 휘저으며 악쓰는 방송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록 전시작전권을 갖지 못한 어정쩡한 반쪽 국가 원수라지만, 그래도 전쟁을 막을 노력을멈추지 말기 바란다. 쪽팔려도 참고, 부아가 치밀어도 참고, 화가 나더라도 참고, 모욕을 받아도 참아가며 전쟁만은 막아주기 바란다. 김정은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더라도 500만 명의 목숨으로 자존심을 세워서는 안된다. 지도자가 된 사람은 절대로 욱해서는 안된다.

이 순간 우리에게 전쟁이란 5백만 명 이상의 즉사를 가리킨다. 그러니 참고 또 참고 또 참아가며 트럼프를 말리고, 우리 군에게는 눈 부릅뜨고 전쟁에 대비하라고 지시하라. 지금이라도 전쟁무기를 만들고 빈틈없는 작전을 짜라. 김정은이나 트럼프나 우리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해괴한 성격의 인물들이다. 그들이 히틀러, 무솔리니, 히로히토나 도조 히데키 등과 뭐가 다른지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미국과 일본과 영국과 호주는 이미 전쟁준비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나온다. 정작 우리만 태평이다.
아, 육이오전쟁 덕분에 패전의 폐허를 딛고 경제강국으로 우뚝 일어선 일본, 한번만 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주면 얼마나 좋을까 염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위기일수록 누가 우리의 친구이고, 누가 우리의 적인가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저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면 전쟁을 막을 수도 없고, 전쟁이 나더라도 피해를 줄일 방법이 없다. 전쟁으로 이익볼 나라가 어디인지, 전쟁으로 피해볼 나라가 어디인지 똑바로 들여다보자.


- 명량의 급한 물살. 우리의 운명이 지금 이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