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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모화하여 무작정 싸우자한 김상헌은 영웅이 되고, 화평하자 한 최명길은 사라지고...

소설가 이재운 2017. 10. 19. 22:19

얼마 전 영화 남한산성을 비판한 적이 있다. 

<역사를 드라마나 영화로 배우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마침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기자의 글이 있어 링크한다.


군대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우리 무기가 무엇인지, 적의 무기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싸우자, 무조건 싸우자 소리나 질러대다 막상 팔기군과 몽골군 앞에서 두 손 번쩍 쳐들고 "우리 왕이나 살려달라."고 떼쓴 더러운 양반 사족을 미화시킨 영화와 원작소설이 마땅치 않다.


우리 국민 50만 명 이상을 여진족의 성노예 혹은 노비로 만든 주전파(척화파 ; 화평하지 말고 싸우자는 무리) 대표 김상헌의 사대모화 사상에 부아가 치민다. 

그런 데도 죽지도 않고 오래오래 살면서 존경받고, 오늘날까지 무슨 대쪽 선비인 것처럼 추앙을 받는 걸 보면 기가 막힌다. 가장 무능한 인물 인조 이종의 실정과 헛발질 속에서 김상헌은 영웅으로 기려지고, 최명길은 쪼그라들었다. 김상헌 추종 세력은 노론이 되어 이후 조선을 장악하고, 최명길과 같은 화평 세력은 소론이 되어 쪼그라든다. 이 결과 국민 50만 명 이상을 사지로 몰아넣은 김상헌의 후손 중에서 13명의 재상과 수십 명의 판서, 참판이 배출되었다. 그 집안 여자로서 순조비, 헌종비, 철종비 등 왕비 3명과, 숙종의 후궁 영빈 김씨가 나왔다. 왕비 셋은 가장 악랄한 세도 정치 시대의 왕비들이고, 숙종 후궁 영빈 김씨는 궁중암투를 모의, 인현왕후와 희빈 장옥정을 이간시킨 인물이다.


김상헌은 자결할 용기조차 없던 용렬한 인물이고(영화의 자결 장면은 완전 거짓이다), 제 나라 국민보다 망해 없어진 명나라를 애타게 사모한 시대착오의 인물일 뿐이다. 더구나 국민 50만 명의 목숨보다 왕의 안위가 더 급하다고 믿는 봉건시대 적폐세력일 뿐이다. 더구나 김상헌 일파는 대대손손, 당시 화평을 주장한 최명길을 국치(나라의 수치)라고 몰아붙여 조선이 망할 때까지 최명길은 더러워진 명예를 씻지 못했다.


<한겨레21 박수진 기자 / 죽고 강간당한 50만은 어디에…‘남한산성’이 거세한 것들>


- 왼쪽이 여진족과 화평하여 위기를 넘기자고 한 최명길, 오른쪽이 명나라를 위해 싸우자고 외친 김상헌의 형 김상용. 김상헌의 초상이 없어 그의 형 초상을 구해 싣는다. 척화파는 노론이 되어 이후 조선이 멸망할 때까지 극성을 부리고, 강화를 주장한 세력은 소론이 되어 권력에서 멀어진다.

이제 와 고백하자면, 우리 조상들은 인조반정 공신 집안으로 한때 명성을 떨쳤지만 병자호란 때 척화파가 아닌 주화파에 가담했다. 이후 김상헌 계열이 노론이 되어 권력을 장악한 뒤 주화파는 소론이 되어 한직으로 밀려났다. 소론이 잠시 집권한 적은 있지만 그건 강경파고 우리 집안은 거기서도 온건파였다. 때문에 우리 집안은 날이갈수록 힘을 잃어 1800년대에는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지금의 고향 청양에 은거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덕분에 우리 집안은 기울었지만 역사의 죄를 비켜갈 수 있었다.


그런 내가 영화 남한산성이나 소설 남한산성을 보고 마땅치 않다는 감정을 표현한 것에 대해 널리 이해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