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파란태양*

눈 뜨면 부라리고 입 열면 독 뿜는 그대여

소설가 이재운 2017. 11. 24. 22:54

조선시대 이래 노론이면 노론끼리 결혼하고, 사돈맺고, 밀어주고 당겨주며 끼리끼리 살았다. 치마주름 패션도 같고, 저쪽이 시 좋아하면 이쪽은 소리 좋아하는 문화코드도 맞추고, 색채와 문체까지 통일했다. 끼리끼리 뭉쳐 서로 추어주고 밀어주고 당겨주었다. 그러다 망했다.

다른 사람은 죄다 마음에 안들고, 제 편이 하는 짓이면 북치고 부채춤 추었다. 당이 다르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볼 필요도 없이 보자마자 짖어대고, 성내고, 욕지거리 퍼붓고 그 독기 어린 거품이 입에서 마를 날이 없이 이빨을 으르렁거렸다.

이처럼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사자는 아무리 이빨이 강해도 날지 못한다, 독수리는 하늘 높이 날지만 물에서는 헤엄치지 못한다, 장미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다이아몬드처럼 찬란하게 빛나지는 못한다, 이렇게 말하지 말고, 사자는 초원을 바람같이 질주하며 강한 이빨을 가졌고 독수리는 하늘 높이 날아 올라 온 들판을 내려다볼 수 있다고 하자. 장미는 빛깔이 아름다워 넋을 잃게 만드는 꽃이고, 다이아몬드는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서 빛나는 보석이라고 하자.


- 내가 숨 쉴 곳을 찾아 밀림에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