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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들판에 홀로 깃발 들고 서 있는 김윤에게,

소설가 이재운 2017. 12. 4. 10:28

눈 내리는 들판에 홀로 깃발 들고 서 있는 김윤에게,


국민의당 관련, 오랜만에 코멘트한다. 정말 하기 싫지만 애쓰는 동지들 생각해 몇 자 적는다.

먼저 나는 어떤 정치세력도 믿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
임진왜란 전 결정적인 국력 손실을 일으킨 서인 세력, 전쟁 중에는 패전의 그늘에 숨어 잔명 지키다가 나중 '인조반정'으로 기어이 동인을 뒤엎어버리고 집권했다. 요즘으로 치면 이승만, 박정희 정권이나 다름없다.
그런 서인도 노론-소론으로 갈려 동인-서인 시절처럼 치열하게 싸웠다. 노론이 집권하여 소론 씨를 말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자기들끼리 벽파-시파로 싸우고, 그 틈 비집고 다 죽었던 소론이 일어나면 그들도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뉘어 또 싸웠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민주당이 민주화라는 해진 옷을 주워입고 저 박근혜 당과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을 때 그걸 비판하며 독립한 국민의당 역시 그런 전철을 그대로 밟아나간다는 것이다.
난 기본적으로 깡패, 도적놈, 살인범이라도 대의로 뭉치면 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대의 리더십이 사라지면 그 구성원은 도로 깡패, 도적놈, 살인범으로 본색을 드러낸다. 국민의당은 현재 대의 리더십인 '새정치' 깃발을 잃어버렸다. 찢어진 것같다.


사실 국민의당 구성원은 민주당에서 밀리고, 박근혜당에서 밀리던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작은 논쟁 하나에도 지금 저 <박지원정동영천정배>와 안철수파가 싸우는 것처럼 말로 칼부림하는 것이다. 원래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 굳이 표현하자면 낙향동지들일 뿐이다..

난 박지원정동영을 새 정치란 잣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무수한 실수를 해온 사람들이고, 설명할 수 없는 정치적 전과를 기록한 사람들이다. 안철수 또한 무수한 번복과 무상함을 한껏 보여줘 신뢰라고는 한 오라기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유승민은 스스로 목욕재계했다고 주장하기는 하나 물에 잠시 들어가 발만 담갔을 뿐 이른바 보수꼴통의 땟국물이 아직 빠지지 않았다.


그래도 내 의견을 내라고 하면, 모자라도 부족해도 껄끄러워도 일단 통합하여 박근혜잔당을 소멸시키는 기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지금의 박근혜잔당을 상대하는 게 여러 모로 손쉬울 것이다. 홍준표든 친박부스러기 등 무슨 옹알이를 하든 국민이 저들을 믿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은 그때마다 저놈 하는

말 좀 들어봐라, 저놈 하는 짓봐라 손가락질만 하면,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다. 따라서 이 상태로 가면 자유한국당은 반드시 살아나고, 이들은 언젠가 집권한다.

역사적 과오를 일으킨 집단은 깔끔하게 소탕해야 한다. 뿌리를 남겨두면 언젠가는 반드시 살아난다. 오늘의 이 혼란은 1945년에 친일파를 소탕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 데에 뿌리가 있다.


그래서 요구한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파트너로서 지나치게 행복에 겨워 역사와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통합한 다음, 자유한국당을 없애는데 앞장서라. 그런 다음 민주당과 노선 투쟁하여 국민의 신임을 받으면 된다.


이대로 흐지부지되면 박지원정동영천정배에게 돌아갈 곳이란 쓸쓸한 고향 밖에 없다. 안철수도 짐싸고 해외여행이나 즐겨야 한다. 유승민도 말라죽어 갈 곳 찾기 바빠진다. 그런 다음 저 박근혜잔당이 살아나 또다시 헛소리하는 걸 더 보고 싶다면 지금처럼 모자란 짓을 해도 좋다.
내 생각 같아서는 안철수 뿐만 아니라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모두 마땅치 않지만, 단 한번이라도 미래를 위해 용써주기 바란다. 작은 힘이라도 정의를 위해 쓰면 불쏘시개라도 되지만 주제넘게 나서면 하루 아침에 서리 맞아 쪼그라든다.


* 눈 내리는 들판에 홀로 깃발 들고 서 있는 김윤에게, 
나이키처럼 용기를 내라. 애플처럼 프레임을 바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