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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또 다른 튤립인가, Dollar 잡는 4차산업 기술인가?

소설가 이재운 2017. 12. 11. 10:49

비트코인(대표적으로 적을 뿐 관련 암호화폐 명칭은 여러 가지다. 현재 1000가지가 넘는다)은 블록체인 기술로 발행하는 전자화폐다. 실물이 없다. 화폐가치를 보증하는 황금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국가가 보증하는 금융기관 발행증명서도 없다.


비트코인은 돈이 거래될 때마다 꼬리표를 이어붙여 투명거래를 보장하고, 달러 등 선진국 화폐 패권을 부수고 전세계 금융권을 단일화폐로 통일할 수 있는 안전한 화폐라고 한다. 또한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순수 화폐다. 우리나라 원이나 미국 달러, 일본의 엔 등 거의 모든 화폐는 인쇄되어 나오자마자 일정한 이자를 발생시키고, 이 이자는 그 나라나 화폐당국을 살찌우는 기초 세금이다. 아무도 모르는 세금인 셈이다. 그런데 국가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우면서도 검은 거래에 이용되지 않는 <흐름이 투명한 화폐>가 등장한 것이다.


- 인터넷에서 비트코인을 검색하면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이미지고, 실체는 없다. 그림자도 없다.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가상전자화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만 아직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항목이 없다. 중국이 쓸 듯하더니 금지시키고, 미국도 달러 발행으로 챙기는 어마어마한 이자 소득을 포기할 수 없다. 자국 화폐를 발행하는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원화의 2017년 총통화량(M2)은 2450조원이다. 한국 GDP가 2016년 기준 1411조원인데 통화량은 엄청나다.(현재 비트코인 발행 총액 대략 40조원)

그런데 현재의 한국은행 기준금리로 계산하면 2450조 X 1.50% = 36.75조원이다.  국방비 재원이 약 40조원인데 이를 충당할만큼의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한국이 36.75조원의 이익을 포기하고 왜 비트코인을 쓰겠는가.(36.75조원에 대한 계산은 단순계산일 뿐, 실제와 다르다. 비유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유의)


달러와 위안화로 넘어가면 더 분명해진다.

M2 기준, 미국의 달러 발행액은 11조 달러(GDP의 66%), 중국(GDP 56조위안)의 위안 발행액은 110조위안이다. 미국의 연준 기준금리는 1.25%, 중국의 인민은행 기준금리도 1.25%다. 계산이 나오잖는가.

유로화나 루블화 등 군소 화폐 역시 사정이 마찬가지다.


다시 말하면 비트코인은 어느 나라의 법정화폐 지위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비트코인은 일종의 <네덜란드 튤립>이다.

17세기 즉 1637년경, 터키원산의 튤립이 당시 유럽을 이끌던 나라 네덜란드에 수입되었다.

튤립은 천산산맥에서 자생하던 꽃인데 터키가 오스만제국 때 가져가 널리 유행했다. 1593년에 처음으로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에서 튤립이 재배되었다. 그런 중 바이러스 감염으로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점박이 꽃이 나오고, 이때부터 실험실에서 다양한 튤립이 생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꽃이 개화하기까지 약 3-7년이 걸렸다. 뿌리로 증식하려 해도 겨우 2-3개가 생길 뿐이었다. 즉 희귀성이 생겼다.


사정이 이러하자 금융중심지 네덜란드의 여유자금이 이 튤립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튤립은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내기가 수월하지만 개체수를 늘리기 어려운 화초라서 새로운 꽃이 등장할 때마다 구근의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것도 선물 형태로 팔려나갔다. 내년 봄에 구근을 양도하고, 돈 역시 그때 지불한다는 거래계약서가 등장하고, 이러한 거래계약서가 2차, 3차 매매되었다.


1630년대 중반에는 튤립 뿌리 한 개가 약 1억 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어느 순간, 튤립은 평범한 화초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화초애호가 사이에 퍼지면서 거래가 시들해지고, 이어서 조금씩 투기과열이 식어갔다. 어느 순간, 튤립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미 계약서는 몇 차례 돌고돌아 채무자와 채권자가 뒤섞이고, 파산이 이어지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개인의 자살은 물론 네덜란드 자체가 '유럽금융강국' 지위를 빼앗기고 그 지위는 영국으로 넘어가버렸다. 이 후 네덜란드는 이 충격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왼쪽은, 네덜란드 숙련공 연봉이 300플로린일 때 3000플로린에 팔린 '부자왕', 오른쪽은 튤립 사상 가장 비싼 1억 6000만원에 팔린 '영원한 황제'


비트코인은 튤립처럼 증식이 어려운 건 아니다. 따라서 희소성 자체가 없다. 무한발행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적다(혹은 멀리 있다). 권력을 갖고 있지 않은 평범한 '인간들의 힘'(네티즌 등)으로 비트코인을 화폐로 사용할수만 있다면 달러, 위안화, 유로화 등을 물리치고 국제화폐로 쓰일 수 있겠지만, 아직 금융선진국의 방어능력이 만만치 않다. 비트코인과 국가별 법정화폐간에 벌어지는 이 화폐 싸움은 아마도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최대 금융 전쟁이 될 것이다.

지켜보되, 투자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자. 비트코인 매매는 분명한 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