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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아가씨가 죽기 전 페이스북에 올린 <인류에게 보내는 편지>

소설가 이재운 2018. 1. 9. 23:34

 * 아래 편지를 쓴 홀리 부처는 27세의 호주인 여성이다. 며칠 전인 1월 4일에 사망했다.

중앙일보 번역이 마음에 안들어 손질 좀 한다. <기사 원문 보기>


  26세라는 나이에 내가 시한부 인생이란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어요. 우리는 그런 걸 무시하고 살죠. 하루하루가 초침을 따라 지나가고, 시침 초침이 영원히 째깍거릴 거라고 믿지요.    

  

나는 아름다운 가족들과, 제가 나이가 들면 많은 자식을 두고 얼굴에 주름지고 백발이 될 때까지 오래도록 살 것으로 상상했어요. 그러기를 정말 너무나 원했기 때문에 마음이 더 아파요. 

  

삶이란 깨지기 쉽고 소중하지요. 그러나 예측할 수 없으며 매일 주어진 선물일뿐 권리는 아니더라구요.   

  

나는 이제 27살이에요. 가고 싶지 않아요. 내 삶을 사랑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빚지고 있어요. 그러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없네요. 

  

나는 죽음이 두려워질까봐 일부러 글을 쓰지 않았어요. 제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잊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자기에게는 죽음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금기로 취급하잖아요. 힘들었어요. 


나는 사람들이 삶의 아주 작고 사소한 것, 무의미한 스트레스, 걱정을 내려놓고 자신의 시간을 값지고 의미 있게 보내기를 바래요. 


저는 죽음을 앞둔 지난 몇 달간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아래에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불만을 많이 느낀다면 정말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작은 일에 감사하고 어떤 문제라도 극복하세요. 짜증나는 일을 질질 끌어 자기는 물론 남들의 하루까지 망치지 마세요

  

짜증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 그저 밖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파란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껴보세요. 숨을 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생각하세요


홀리 부처. [페이스북]

홀리 부처. [페이스북]


오늘 최악의 교통체증에 시달렸다든지, 아기가 잠을 설치게 했다든지, 미용사가 머리를 너무 짧게 자를 수 있어요. 당신의 가짜 손톱에 금이 갈 수 있고 당신의 가슴이 너무 작을 수 있고, 당신의 몸에 지방과 뱃살이 이 출렁거릴 수 있어요. 

  

그런 쓸데없는 것들은 그냥 다 내버려둬요. 이 세상을 떠날 때 그런 것들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고 제가 맹세해요. 삶 전체를 볼 때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어요. 나는 내 몸이 시들어가는 것을 손 하나 쓰지 못하고 내 눈으로 바라봤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단지 내가 바라는 건 내가 한 번만 더 우리 가족과 함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는 정도였어요. 그랬지요, 제발 딱 한 번만 더! 

  

건강한 삶을 살려고 노력했어요. 

당신의 건강과 움직일수 있는 몸에 감사하세요.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사이즈가 아니라 할지라도. 자신을 잘 돌보세요. 자기 자신이 얼마나 놀라운지 끌어안아주세요. 몸을 움직이게 하고, 신선한 음식으로 영양을 주세요. 하지만 사로잡히지는 마세요. 

  

건강에는 육체보다 더 많은 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정신적, 감정적, 영적 행복을 찾는 게 그것이에요. 소셜미디어에서 말하는 완벽한 몸으로 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바보같고 하찮은 것인지...  

  

말 나온 김에 언급하는데, 자신의 뉴스피드(newsfeed)에 자신을 '디스'하는 내용이 올라오면 그냥 지워버리세요. 친구든 아니든 무자비하게 지워버리세요. 

이 아가씨 말대로 SNS에 함부로 오물 투척하고 다니는 자를 보면 그냥 삭제하고 차단하면 그만이다. 뱀이나 하이에나, 진드기, 날파리 따위와 대화할 시간이 없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일 통증이 없다는 것에 감사하세요. 독감, 등결림, 발목이 삐어 아파도 죽지는 않잖아요. 금방 나을 거니까 그냥 감사히 받아들이세요



홀리 부처(왼쪽). [페이스북]

홀리 부처(왼쪽). [페이스북]


당신이 죽을 때까지 쓸 돈이 남아 있다면 그건 이상한 일이에요. 평상시처럼 새로운 옷을 사 입거나 물건을 구입할 때가 아니에요. 우리 삶에서 새로운 옷과 물건에 많은 돈을 지출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온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게 해줍니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가치있게 여기세요. 당신이 매일 약속시간을 못지키면 그들의 시간을 빼앗는 것과 같아요. 그들이 당신과 시간을 보내주는 것에 감사하세요. 

  

경험에 돈을 쓰세요. 적어도 당신이 물질적인 것에 돈을 다 써 버려서 경험을 얻을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자연을 만끽하세요. 스마트폰의 화면을 통해 즐기는 것보다 그 순간을 현실에서 직접 즐기세요. 인생은 화면을 통해 살기 위한 것도 아니고 사진 찍자고 사는 것도 아니에요. 제발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세요.  

  

하고 싶지 않은 일에는 당당히 ‘노(No)’라고 말하세요. 다른 사람들 말에 압박감을 느끼지 마세요. 미적지근한 삶을 사는 것도 괜찮을 수 있어요.  

  

아, 그리고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한, 인류에 대한 선행으로 정기적으로 헌혈하세요. 헌혈은 1년 동안 나를 살 수 있게 해줬어요. 나는 가족, 친구, 애완견과 함께 이곳 지구에서 시간을 보낸 사실에 대해 영원히 감사할 겁니다. 지난 1년은 내 인생의 가장 위대한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