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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실패나 성공이 인생을 결정짓지는 못한다

소설가 이재운 2018. 2. 11. 22:16

조선일보의 박항서 인터뷰를 보니, 오늘의 성공을 지렛대로 과거의 그를 구원해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무능한 과거와 유능한 현재는 상호 삭감 내지 보완이 될 수 없는 각각의 인생이다. 

살다 보면 뜻이 활짝 펼쳐지는 때도 있고, 번번이 꺾이는 수도 있다. 

오늘날 어찌어찌 노력하여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크게 성공시켰지만, 이 또한 긴 인생의 잠시잠깐 봄날일 뿐이다. 마치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맡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뒤 별다른 실적이 없는 것과 같다.

박항서는 1060~1005다.

때가 되었고, 그 때에 맞추어 그는 약체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뿐이다. 그의 실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세상이 그를 달리 보고 있을 뿐이다.

잊지 말자.

뭔가 잘 안풀릴 때는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그 프레임이란 인적 구성, 공간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그는 한국이란 공간을 버리고, 한국의 인적 구성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연을 구축하여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나는 휴대폰을 교환할 때마다 전화번호부 중 필수 전화번호를 제외한 나머지를 다 털어버린다. 결코 온전히 옮기지 않는다. 그래놓고 전화번호를 새로 바꾸고, 과거 전화번호와 완전히 차단시킨다. 25년이 넘은 습관이다. 새로운 인물을 받아들이고 의미없는 과거 인물을 내보낸다. 그래도 프레임 교환에 실패한다. 현실을 바꾸려면 더 과감하고 혁신적인 프레임 교환이 일어나야만 한다.

삼성 이건희는 삼성그룹을 맡은 뒤 중역들에게 아내와 자식만 남기고 모든 걸 바꾸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야 한다. 심지어 아내와 자식도 바꿀 수 있고, 자기 자신도 바꿀 수 있을 때 기적이 일어난다.


<조선일보 / 베트남의 별이 되다, 우리가 외면했던 박항서 축구>


5시간 동안 그를 기다린 베트남 총리 지난달 28일 베트남으로 돌아온 박항서 감독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공항에서부터 이어진 열광적인 환영 때문에 총리 예방이 5시간 가까이 지체됐지만 푹 총리는 “매우 기뻐하며 기다렸다”고 했다. / 베트남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