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파란태양*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
소설가 이재운
2018. 2. 12. 11:13
동지에 하지의 햇살을 느끼고
하지에 동지의 냉기를 느끼는 사람만이
철이 좀 낫다고 할만하다.
지오다노 브루노는 진실을 지키기 위해 화형을 자처하여 불에 타 죽었다. 덕분에 나는 과학의 세상에서 마음껏 따지며 캐며 뒤적거리며 살고 있다.
안중근은 얼굴도 모르는 우리에게 나라를 찾아주려 적의 가슴에 총을 쏘고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다. 난 일제의 식민지 백성이 아니라 떳떳한 자주 대한민국의 자유 국민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56세의 젊은 나이에 췌장암으로 죽었지만 PC와 스마트폰을 인류에 선물했다. 난 PC로 일하고, 아이폰으로 통화한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왕이 될 운명을 스스로 걷어차고 맨발의 수행자가 되어 마침내 <궁극의 지혜를 아는 방법>을 깨우쳐 인류에 전했다. 덕분에 나는 그 방법을 이어받았다.
나는 사람이다.
인류가 더 나은 지혜를 얻는 쉬운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8년간 바이오코드를 연구했다. 2017년 그 오랜 연구의 1차 마침표를 찍었다. 호모 사피엔스에 대단히 이로운 도구라고 확신한다. 나의 전재산이 이 도구 개발에 들어갔다.
또한 나는 1994년부터 24년간 우리말 사전 편찬에 작은 힘을 쏟았다. 일본어 사전을 베껴 만든 우리말 사전을 쓰레기 처리한 뒤, 바보처럼 곰탱이처럼 이 일을 해왔다. 다행이 사전 편찬 작업은 내 돈이 따로 들지 않았다. 독자들께서 책을 사주는 덕분에 그 저작권료로 일하고 있다.
10권을 쓰고, 아직도 10여 권을 더 쓰고 있다. 한자어에 질식당하고, 일본 한자어에 묻혀 버린 우리말을 찾아 그 뜻을 새기고, 흐릿하거나 부서진 우리말을 되살려내려 노력하고 있다. 아마도 내가 목표한 20여권의 우리말 전문 사전이 완성되면 그때는 한국어가 국제학술어가 되고 문학언어가 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소설가로서 살아온 인생보다 바이오코드 창시자로서, 우리말 전문 사전 편찬자로서 살아온 내 인생이 더 자랑스럽다.
오늘 갑자기 이 글을 쓰고 싶었다.
내 나이 회갑이 되는 해라서, 그래서 내가 뭘 하며 살았나 회고하다가 더럭 겁이 났다.
어떤 날은 아나파나를 하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 분발하려고 이 글을 적어보았다.
하늘 가신 부모님께 힘들고 지쳐서 여기까지 밖에 하지 못했다고 사죄하지 않아도 될만큼
뼈를 깎아서라도 더 이루고 싶다.
뭐가 두려워, 죽기도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