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에 기미독립선언서를 우리말로 번역하다
* 독립선언서인가 독립선언문인가.
언론 보도에는 주로 선언문으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 원문은 선언서다.
서(書)와 문(文)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서는 독립된 책을 가리킨다. 글을 직접 가리키기도 하지만 서라고 할 때는 글 쓰는 행위를 포함한 서체, 목적, 재질, 용도 등이 강조된다.
문은 글이라는 단순한 뜻이다. 형식이나 서체보다 글 내용이 더 강조된다.
이런 이유로 3.1운동 당시에는 선언서로 쓴 것이다. 그런데 요즘 보도에는 선언문으로 나오는데, 이는 실질과 맞지 않는다.
훈민정음은, 수천년 전부터 써온 우리말을 적기 위해 1446년에 국왕인 세종 이도가 주도하여 발명한 문자다. 하지만 실제로 쓰이지 못했다. 왕명으로 불경을 한글 번역했지만 읽히지 않았다. 승려들이 거부하여 한문으로 그냥 읽다가 1980년대가 돼서야 겨우 한글화 작업이 시작됐다. 지금도 그 짧은 반야심경조차 한문으로 외우는 절이 아주 많다.
또한 세종이 공문서를 한글로 적으라 했지만 사대부들이 거부했다. 그의 아들 세조 이후 공문서에서도 한글이 사라진다.
한자한문은 사대부만의 특권이었다. 자기들의 계급 문자이고 소통수단이었다. 중인, "천민은 너 잡아 먹으마" 한문으로 적어 보여줘도 모르니 얼마나 좋은가. 궁중어에 버금가는 특권을 즐길 수 있었다. 세종 임금도 이건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1887년, 존 로스라는 스코틀랜드 목사가 최초로 한글성경을 내놓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성경을 대량으로 인쇄해서 무료로 나눠주고, 한글 교육까지 시켰다. 천주교가 한문으로 성경 번역해 전도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걸 거울 삼아 민중이 읽을 수 있는 한글을 쓴 것이다. 쪽성경이라고 하여 손바닥만한 책으로 나누어 주었다. 그걸 3000부 단위로 찍어 마구 나누어주고, 그걸 읽히기 위해 야학을 세워 한글을 가르쳤다. 한글 배우라고 사탕도 주었다.
스코틀랜드 사람 존 로스 덕분에 우리 국민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를 싫어하는 전통적인 우리 백성들은 그나마도 거부했다. 즉 백성들은 한글을 배워 익히는데, 막상 양반 귀족 사대부는 이를 거부하고 여전히 한문으로 어문생활을 한다. 이게 1980년대까지 이어진다.
말로는 1894년 갑오경장 때 공문서는 국한혼용한다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 1864년부터 1910년까지 역사를 기술한 황현의 매천야록도 한문으로 쓰일 정도다.
한참 뒤인 1919년 기미독립선언문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이 토씨만 한글로 적었다. 100년 전 언어생활이 이러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 민족이 어리바리하게 언어생활을 해도 특별히 누구 탓을 할 수가 없다.
원본은 한문처럼, 일본어처럼 세로쓰기로 되어 있다. 띄어쓰기가 없고, 문장부호도 없다. 마침표, 쉼표도 없다. 문법도 없다. 1919년, 즉 일제에 강점된 지 불과 9년 밖에 안되었지만, 일본의 영향을 받은 지는 1894년으로부터 무려 35년이나 되어 벌써 일본한자어가 많이 쓰였다. 아직은 전통적인 우리 한자어가 더 많지만 일본한자어가 대략 50%는 들어갔다. 이미 비극이 시작되었다.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신 일본 한자어가 빠르게 보급되고, 그에 따라 순우리말과 우리 한자어는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러니 이런 기미독립선언서로 무슨 독립운동을 하겠는가. 그러니 들불처럼 번지는 듯하다가 뜻있는 사람들은 상해로, 만주로 달아나고 만다. 고국에서 투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독립선언서 본문을 그대로 적으면 다음과 같다. 읽어보라는 의미로 가로쓰기로 고친다.
그 아래에 새로 번역해 올린다.
세상에, 독립선언서를 번역해야만 읽을 수 있다니!
친일작곡가 안익태가 만든 애국가를 부르고, 친일작가 최남선이 쓴 독립선언서를 읽어야 하다니...
<춘원 이광수, 친일은 친일일뿐 위장 친일이 어디 있나>
- 己未獨立宣言書
吾等은 玆에 我朝鮮의 獨立國임과 朝鮮人의 自主民임을 宣言하노라. 此로써 世界萬邦에 告하야 人類平等의 大義를 克明하며 此로써 子孫萬代에 告하야 民族自存의 正權을 永有케 하노라
半萬年歷史의 權威를 杖하야 此를 宣言함이며 二千萬民衆의 誠忠을 合하야 此를 佈明함이며 民族의 恒久如一한 自由發展을 爲하야 此를 主張함이며 人類的良心의 發露에 起因한 世界改造의 大機運에 順應並進하기 爲하야 此를 제기함이니 是ㅣ天의 明命이며 時代의 大勢ㅣ며 全人類共存同生權의 正當한 發動이라 天下何物이던지 此를 沮止抑制하지 못할지니라
舊時代의 遺物인 侵略主義 强權主義의 犧牲을 作하야 有史以來 累千年에 처음으로 異民族箝制의 痛苦를 嘗한 只今에 十年을 過한지라 我生存權의 剝喪됨이 무릇 幾何ㅣ며 心靈上 發展의 障碍됨이 무릇 幾何ㅣ며 民族的 尊榮의 毁損됨이 무릇 幾何이며 新銳와 獨創으로써 世界文化의 大潮流에 寄與補裨할 機緣을 遺失함이 무릇 幾何ㅣ뇨
噫라 舊來의 抑鬱을 宣揚하려하면 時下의 苦痛을 擺脫하려하면 將來의 脅威를 芟除하려하면 民族的良心과 國家的廉義의 壓縮銷殘을 興奮伸張하려하면 各個人格의 正當한 發達을 遂하려하면 可憐한 子弟에게 羞恥的 財産을 遺與치안이하려하면 子子孫孫의 永久完全한 慶福을 導迎하려하면 最大急務가 民族的獨立을 確實하게함이니 二千萬各個가 人마다 方寸의 刃을 懷하고 人類通性과 時代良心이 正義의 軍과 人道의 干戈로써 護援하는 今日吾人은 進하야 取하매 何强을 挫ㅎ치못하랴 退하야 作하매 何志를 展ㅎ지못하랴
丙子修好條規以來 時時種種의 金石盟約을 食하얏다하야 日本의 無信을 罪하려안이하노라 學者는 講壇에서 政治家는 實際에서 我 祖宗世業을 植民地視하고 我文化民族을 土昧人遇하야 한갖 征服者의 念를 貪할뿐이요 我의 久遠한 社會基礎와 卓越한 民族心理를 無視한다하야 日本의 少義함을 責하려안이하노라 自己를 策勵하기에 急한 吾人은 他의 怨尤를 暇ㅎ지못하노라
現在를 綢繆하기에 急한 吾人은 宿昔의 懲辨을 暇ㅎ지 못하노라. 今日吾人의 所任은 다만 自己의 建設이 有할뿐이요 決코 他의 破壞에 在ㅎ지안이하도다 嚴肅한 良心의 命令으로써 自家의 新運命을 開拓함이오 결코 舊怨과 一時的感情으로써 他를 嫉逐排斥함이안이로다. 舊思想舊勢力에 羈縻된 日本爲政家의 功名的犧牲이된 不自然不合理한 錯誤狀態를 改善匡正햐여 自然又合理한 正經大原으로 歸還ㅎ게함이로다
當初에 民族的要求로서 出ㅎ지안이한 兩國合倂結果가 畢竟姑息的 威壓과 差別的不平과 統計數字上의 虛飾의 下에서 利害相反한 兩民族間에 永遠히 和同할수업는 怨溝를 去益深造하는 今來實績을 觀하라. 勇明果敢으로써 舊誤를 廓正하고 眞正한 理解와 同情에 基本한 友好的新局面을 打開함이 彼此間遠禍召福하는 捷徑임을 明知할것안인가 또 二千萬含憤蓄怨의 民을 威力으로써 拘束함은 다만 東洋의 永久한 平和를 保障하는 所以가 안일뿐 아니라 此로 因하야 東洋安危의 主軸인 四億支那人의 日本에 對한 危懼와 猾疑를 갈스록 濃厚ㅎ게하야 그 結果로 東洋全國이 共倒同亡의 悲運을 招致할 것이 明하니 今日 吾人의 朝鮮獨立은 朝鮮人으로하야금 正當한 生榮을 遂ㅎ케하는 同時에 日本으로 하야금 邪路로서 出하야 東洋支持者의 重責을 全ㅎ케하는것이며 支那로하야금 夢寐에도 免하지못하는 不安恐怖로서 脫出ㅎ게하는 것이며 東洋平和로 重要한 一部를 삼는 世界平和人類幸福에 必要한 階段이되게하는 것이라. 이엇지 區區한 感情上 問題ㅣ리오
아아 新天地가 眼前에 展開되도다 威力의 時代가 去하고 道義의 時代가 來하도다 過去全世紀에 鍊磨長養된 人道精神이 바야흐로 新文明의 曙光을 人類의 歷史에 投射하기始하도다 新春이 世界에 來하야 萬物의 回蘇를 催促하는도다 凍氷寒雪에 呼吸을 閉蟄한 것이 彼一時의 勢ㅣ라하면 和風暖陽에 氣脈을 振舒함은 此一時의 勢ㅣ니 天地의 復運에 際하고 世界의 變潮를 乘한 吾人은 아모 躊躇할것업스며 아무 忌憚할것없도다. 我의 固有한 自由權을 護全하야 生旺의 樂을 飽享할것이며 我의 自足한 獨創力을 發揮하야 春滿한 大界에 民族的精華를 結紐할지로다
吾等이 慈에 奮起하도다 良心이 我와 同存하며 眞理가 我와 幷進하는도다 男女老少업시 陰鬱한 古巢로서 活潑히 起來하야 萬彙群象으로 더부러 欣快한 復活을 成遂ㅎ게되도다. 千百世祖靈이 吾等을 陰佑하며 全世界氣運이 吾等을 外護하나니 着手가 곳 成功이라 다만 前頭의 光明으로 驀進할따름인뎌
公約三章
一. 今日吾人의 此擧는 正義人道生存尊榮을 爲하는 民族的要求ㅣ니 오즉 自由的精神을 發揮할 것이요 결코 排他的感情으로 逸走하지 말라
一. 最後의 一人까지 最後의 一刻까지 民族의 正當한 意思를 快히 發表하라
一. 一切의 行動은 가장 秩序를 尊重하야 吾人의 主張과 態度로 하야금 어대까지던지 光明正大하게하라
한글 번역 독립선언서
이 한글 독립선언서는 김동길박사(전 연세대 교수)가 1979년 3.1. 운동 60주년을 기념하여 한글세대를 위하여 작성한 것이다. 아래에 내가 번역한 선언서를 올린다.
우리는 여기에 우리 조선이 독립된 나라인 것과 조선 사람이 자주하는 국민인 것을 선언하노라. 이것으로써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평등하다는 큰 뜻을 밝히며, 이것으로써 자손만대에 일러 겨레가 스스로 존재하는 마땅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하노라.
반만년 역사의 권위를 의지하고 이것을 선언하는 터이며, 이천만 민중의 충정을 모아 이것을 널리 알리는 터이며, 겨레의 한결 같은 자유 발전을 위하여 이것을 주장하는 터이며, 사람 된 양심의 발로로 말미암은 세계 개조의 큰 기운에 순응해 나가기 위하여 이것을 드러내는 터이니, 이는 하늘의 명령이며, 시대의 대세이며, 온 인류가 더불어 같이 살아갈 권리의 정당한 발동이므로, 하늘 아래 그 무엇도 이것을 막고 누르지 못할 것이라.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의 희생을 당하여 역사 있은 지 여러 천 년에 처음으로 다른 민족에게 억눌려 고통을 겪은 지 이제 십 년이 되도다. 우리가 생존권마저 빼앗긴 일이 무릇 얼마며, 정신의 발전이 지장을 입은 일이 무릇 얼마며, 겨레의 존엄성이 손상된 일이 무릇 얼마며, 새롭고 날카로운 기백과 독창성을 가지고 세계문화의 큰 물결에 이바지할 기회를 잃은 일이 무릇 얼마인가!
오호, 예로부터의 억울함을 풀어보려면, 지금의 괴로움을 벗어나려면, 앞으로의 두려움을 없이하려면, 겨레의 양심과 나라의 도의가 짓눌려 시든 것을 다시 살려 키우려면, 사람마다 제 인격을 옳게 가꾸어 나가려면, 불쌍한 아들, 딸에게 부끄러운 유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자자손손이 길이 완전한 행복을 누리게 하려면, 우선 급한 일이 겨레의 독립인 것을 뚜렷하게 하려는 것이라. 이 천만 각자가 사람마다 마음속의 칼날을 품으니, 인류의 공통된 성품과 시대의 양심이 정의의 군대가 되고, 인륜과 도덕이 무기가 되어 우리를 지켜주는 오늘, 우리가 나아가 이것을 얻고자 하는데 어떤 힘인들 꺾지 못하며, 물러서 계획을 세우는 데 무슨 뜻인들 펴지 못할까!
병자수호조약 이후, 시시때때로 굳게 맺은 약속을 저버렸다 하여 일본의 신의 없음을 탓하려 하지 아니하노라. 학자는 강단에서, 정치인은 실생활에서 우리 조상 때부터 물려받은 이 터전을 식민지로 삼고, 우리 문화민족을 마치 미개한 사람들처럼 대하여 한 갓 정복자의 쾌감을 탐낼 뿐이요, 우리의 영구한 사회의 기틀과, 뛰어난 이 겨레의 마음가짐을 무시한다 하여, 일본의 옳지 못함을 책망하려 하지 아니하노라. 자기를 일깨우기에 다급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원망할 여가를 갖지도 못하였노라. 현재를 준비하기에 바쁜 우리에게는 예부터의 잘못을 따져 볼 겨를도 없노라, 오늘 우리의 할 일은 다만 나를 바로 잡는데 있을 뿐, 결코 남을 헐뜯는 데 있지 아니하노라. 엄숙한 양심의 명령을 따라 자기 집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하는 일일 뿐, 결코 묵은 원한과 일시의 감정을 가지고 남을 시기하고 배척하는 일이 아니로다. 낡은 사상과 낡은 세력에 얽매인 일본의 위정자의 공명심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이 그릇된 현실을 고쳐서 바로잡아,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올바른 바탕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라. 처음부터 이 겨레가 원해서 된 일이 아닌 두 나라의 합병의 결과는 마침내 억압으로 이뤄진 당장의 편안함과, 차별에서 오는 고르지 못함과 거짓된 통계숫자 때문에, 이해가 서로 엇갈린 두 민족 사이에 화합할 수 없는 원한의 도랑이 날이 갈수록 깊이 패 이는 지금까지의 사정을 한번 살펴보라. 용감하게 옛 잘못을 고쳐 잡고, 참된 이해와 동정에 바탕 한 우호적인 새 시대를 마련하는 것이, 서로 화를 멀리하고 복을 불러들이는 가까운 길인 것을 밝히 알아야 할 것이 아니냐! 또한 울분과 원한이 쌓이고 쌓인 이 천만 국민을, 힘으로 붙잡아 묶어 둔다는 것은 다만 동양의 영원한 평화를 보장하는 노릇이 아닐 뿐 아니라, 이것이 동양의 평안함과 위태함을 좌우하는 사억 중국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두려움과 새암을 갈수록 짙어지게 하여, 그 결과로 동양전체가 함께 쓰러져 망하는 비운을 초래할 것이 뻔한 터에, 오늘 우리의 조선독립은 조선 사람으로 하여금 정당한 번영을 이루게 하는 동시에 일본으로 하여금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동양을 버티고 나갈 이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이며, 중국으로 하여금 꿈에도 피하지 못할 불안과 공포로부터 떠나게 하는 것이며, 또 동양의 평화가 중요한 일부가 되는 세계평화와 인류복지에 꼭 있어야 할 단계가 되게 하는 것이라. 이것이 어찌 구구한 감정상의 문제이겠느냐!
아아 새 하늘과 새 땅이 눈앞에 펼쳐지누나. 힘의 시대는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누나. 지나간 세기를 통하여 깎고 다듬어 키워 온 인도적 정신이 바야흐로 새 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 위에 던지기 시작하누나. 새 봄이 온 누리에 찾아 들어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누나. 얼음과 찬 눈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것이 저 한때의 시세였다면, 온화한 바람, 따뜻한 햇볕에 서로 통하는 낌새가 다시 움직이는 것은 이 한 때의 시세이니, 하늘과 땅에 새 기운이 되돌아오는 이 마당에, 세계의 변하는 물결을 타는 우리는 아무 주저할 것도 없고 아무 거리낄 것도 없도다.
우리가 본디 타고난 자유권을 지켜 풍성한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며, 우리가 넉넉히 지닌바 독창적 능력을 발휘하여 봄기운이 가득한 온 누리에 겨레의 뛰어남을 꽃피우리라. 우리는 그래서 분발하는 바이다.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고, 진리가 우리와 더불어 전진하나니, 남자, 여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음침한 옛집에서 뛰쳐나와 삼라만상과 더불어 즐거운 부활을 이룩하게 되누나. 천만세 조상들의 넋이 우리를 안으로 지키고, 전 세계의 움직임이 우리를 밖으로 보호하나니, 일에 손을 대면 곧 성공을 이룩할 것이라. 다만 저 앞의 빛을 따라 전진할 따름이로다.
공약삼장
<하나> 오늘 우리들의 이 거사는 정의, 인도, 생존, 번영을 찾는 겨레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의 정신을 발휘할 것이고, 결코 배태적 감정으로 치닫지 말라.
<하나> 마지막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한 순간에 다다를 때까지 민족의 올바른 의사를 시원스럽게 발표하라.
<하나> 모든 행동은 먼저 질서를 존중하여, 우리들의 주장과 태도가 어디까지나 공명정대하게 하라.
나라를 세운 지 사천이백오십이년 되는 해 삼월 초하루
조선민족대표
손병희. 길선주. 이필주. 백용성. 김완규. 김병조. 김찬준. 권동진. 권병덕. 나용화. 나인협. 양전백. 양한묵. 유여대. 이갑성. 이명룡. 이승훈. 이종일. 이종훈. 임예환. 박준승. 박희도. 박동완. 신흥식. 신석구. 오세창. 오화영. 정춘수. 최성모. 최린. 한용운. 홍병기. 홍기조.
내가 번역한 독립선언서
내가 다듬은 한글 독립선언서는 김동길박사(전 연세대 교수)가 1979년 3.1. 운동 60주년을 기념하여 한글세대를 위하여 작성한 것이다. 사전편찬자로서, 소설가로서 내가 다시 다듬는다.
우리는 오늘 여기에서, 우리 조선은 독립된 나라요, 조선 사람은 자주 국민임을 선언한다. 이 사실을 세계 모든 나라에 알린다. 또한 인류가 평등하다는 큰 뜻을 밝힌다. 이 사실을 자손만대에 알려 우리 겨레는 우리스스로 존재한다는 당연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기 바란다.
자랑스런 오천년 역사의 힘으로 오늘 독립을 선언한다.
2천만 조선인의 충정을 모아 독립을 선언한다.
겨레의 한결 같은 자유 발전을 위하여 독립을 선언한다.
양심 가진 사람으로서 세계가 크게 변화하는 시대 정신을 따르기 위하여 독립을 선언한다.
조선의 독립은 하늘의 명령이다.
조선의 독립은 시대의 큰 흐름이다.
조선의 독립은 온 인류가 더불어 같이 살아갈 권리다.
이처럼 조선의 독립은 정당한 선언이므로, 하늘 아래 그 무엇도 이것을 막고 누를 수가 없다.
@@@ 다듬는 중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의 희생을 당하여 역사 있은 지 여러 천 년에 처음으로 다른 민족에게 억눌려 고통을 겪은 지 이제 십 년이 되도다. 우리가 생존권마저 빼앗긴 일이 무릇 얼마며, 정신의 발전이 지장을 입은 일이 무릇 얼마며, 겨레의 존엄성이 손상된 일이 무릇 얼마며, 새롭고 날카로운 기백과 독창성을 가지고 세계문화의 큰 물결에 이바지할 기회를 잃은 일이 무릇 얼마인가!
오호, 예로부터의 억울함을 풀어보려면, 지금의 괴로움을 벗어나려면, 앞으로의 두려움을 없이하려면, 겨레의 양심과 나라의 도의가 짓눌려 시든 것을 다시 살려 키우려면, 사람마다 제 인격을 옳게 가꾸어 나가려면, 불쌍한 아들, 딸에게 부끄러운 유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자자손손이 길이 완전한 행복을 누리게 하려면, 우선 급한 일이 겨레의 독립인 것을 뚜렷하게 하려는 것이라. 이 천만 각자가 사람마다 마음속의 칼날을 품으니, 인류의 공통된 성품과 시대의 양심이 정의의 군대가 되고, 인륜과 도덕이 무기가 되어 우리를 지켜주는 오늘, 우리가 나아가 이것을 얻고자 하는데 어떤 힘인들 꺾지 못하며, 물러서 계획을 세우는 데 무슨 뜻인들 펴지 못할까!
병자수호조약 이후, 시시때때로 굳게 맺은 약속을 저버렸다 하여 일본의 신의 없음을 탓하려 하지 아니하노라. 학자는 강단에서, 정치인은 실생활에서 우리 조상 때부터 물려받은 이 터전을 식민지로 삼고, 우리 문화민족을 마치 미개한 사람들처럼 대하여 한 갓 정복자의 쾌감을 탐낼 뿐이요, 우리의 영구한 사회의 기틀과, 뛰어난 이 겨레의 마음가짐을 무시한다 하여, 일본의 옳지 못함을 책망하려 하지 아니하노라. 자기를 일깨우기에 다급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원망할 여가를 갖지도 못하였노라. 현재를 준비하기에 바쁜 우리에게는 예부터의 잘못을 따져 볼 겨를도 없노라, 오늘 우리의 할 일은 다만 나를 바로 잡는데 있을 뿐, 결코 남을 헐뜯는 데 있지 아니하노라. 엄숙한 양심의 명령을 따라 자기 집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하는 일일 뿐, 결코 묵은 원한과 일시의 감정을 가지고 남을 시기하고 배척하는 일이 아니로다. 낡은 사상과 낡은 세력에 얽매인 일본의 위정자의 공명심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이 그릇된 현실을 고쳐서 바로잡아,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올바른 바탕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라. 처음부터 이 겨레가 원해서 된 일이 아닌 두 나라의 합병의 결과는 마침내 억압으로 이뤄진 당장의 편안함과, 차별에서 오는 고르지 못함과 거짓된 통계숫자 때문에, 이해가 서로 엇갈린 두 민족 사이에 화합할 수 없는 원한의 도랑이 날이 갈수록 깊이 패 이는 지금까지의 사정을 한번 살펴보라. 용감하게 옛 잘못을 고쳐 잡고, 참된 이해와 동정에 바탕 한 우호적인 새 시대를 마련하는 것이, 서로 화를 멀리하고 복을 불러들이는 가까운 길인 것을 밝히 알아야 할 것이 아니냐! 또한 울분과 원한이 쌓이고 쌓인 이 천만 국민을, 힘으로 붙잡아 묶어 둔다는 것은 다만 동양의 영원한 평화를 보장하는 노릇이 아닐 뿐 아니라, 이것이 동양의 평안함과 위태함을 좌우하는 사억 중국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두려움과 새암을 갈수록 짙어지게 하여, 그 결과로 동양전체가 함께 쓰러져 망하는 비운을 초래할 것이 뻔한 터에, 오늘 우리의 조선독립은 조선 사람으로 하여금 정당한 번영을 이루게 하는 동시에 일본으로 하여금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동양을 버티고 나갈 이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이며, 중국으로 하여금 꿈에도 피하지 못할 불안과 공포로부터 떠나게 하는 것이며, 또 동양의 평화가 중요한 일부가 되는 세계평화와 인류복지에 꼭 있어야 할 단계가 되게 하는 것이라. 이것이 어찌 구구한 감정상의 문제이겠느냐!
아아 새 하늘과 새 땅이 눈앞에 펼쳐지누나. 힘의 시대는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누나. 지나간 세기를 통하여 깎고 다듬어 키워 온 인도적 정신이 바야흐로 새 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 위에 던지기 시작하누나. 새 봄이 온 누리에 찾아 들어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누나. 얼음과 찬 눈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것이 저 한때의 시세였다면, 온화한 바람, 따뜻한 햇볕에 서로 통하는 낌새가 다시 움직이는 것은 이 한 때의 시세이니, 하늘과 땅에 새 기운이 되돌아오는 이 마당에, 세계의 변하는 물결을 타는 우리는 아무 주저할 것도 없고 아무 거리낄 것도 없도다.
우리가 본디 타고난 자유권을 지켜 풍성한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며, 우리가 넉넉히 지닌바 독창적 능력을 발휘하여 봄기운이 가득한 온 누리에 겨레의 뛰어남을 꽃피우리라. 우리는 그래서 분발하는 바이다.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고, 진리가 우리와 더불어 전진하나니, 남자, 여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음침한 옛집에서 뛰쳐나와 삼라만상과 더불어 즐거운 부활을 이룩하게 되누나. 천만세 조상들의 넋이 우리를 안으로 지키고, 전 세계의 움직임이 우리를 밖으로 보호하나니, 일에 손을 대면 곧 성공을 이룩할 것이라. 다만 저 앞의 빛을 따라 전진할 따름이로다.
공약삼장
<하나> 오늘 우리들의 이 거사는 정의, 인도, 생존, 번영을 찾는 겨레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의 정신을 발휘할 것이고, 결코 배태적 감정으로 치닫지 말라.
<하나> 마지막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한 순간에 다다를 때까지 민족의 올바른 의사를 시원스럽게 발표하라.
<하나> 모든 행동은 먼저 질서를 존중하여, 우리들의 주장과 태도가 어디까지나 공명정대하게 하라.
나라를 세운 지 사천이백오십이년 되는 해 삼월 초하루
조선민족대표
손병희. 길선주. 이필주. 백용성. 김완규. 김병조. 김찬준. 권동진. 권병덕. 나용화. 나인협. 양전백. 양한묵. 유여대. 이갑성. 이명룡. 이승훈. 이종일. 이종훈. 임예환. 박준승. 박희도. 박동완. 신흥식. 신석구. 오세창. 오화영. 정춘수. 최성모. 최린. 한용운. 홍병기. 홍기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