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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국가가 봐줄 테니 마음껏 도둑질해도 좋다
소설가 이재운
2018. 3. 6. 12:42
문화체육관광부와 검찰이 저작권 침해에 대해 고소사건을 각하시키는 제도를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으로 더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지식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어이없는 짓이다. 유감이다.
국가가 봐줄 테니 마음껏 도둑질해도 좋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이런 나라에서 저작권자로 사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지 알겠다.
난 내 저작권을 무단으로 도용하거나 복제하여 유포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지만 고소를 한 적은 없다. 이 나라 수준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했다. 심지어 내 책을 그대로 베껴 대학 강의교재로 쓰며 내 이름은 지우고 자기 이름으로 낸 사람도 있었지만 엄중 경고만 하고 말았다.
지식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저작권료로 살아야만 한다.
(고은 시인 사건의 경우 시 저작권만으로 살 수 없는 그쪽 풍토에서 나온 기현상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보조금 주무르는 문예지, 그 언저리에 기생하는 기생 문인들 때문에 벌어진 사단이라고 나는 보고 있다)
겨우겨우 저작권료만으로 생계를 잇는 몇 안되는 지식문화예술인들을 보호할 생각을 먼저 해야지, 도둑놈부터 지켜주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이런 저작권 도둑질을 국가가 막아주고, 그 피해를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 또 도서관에서 한 번 구입하면 천번이고 만번이고 저작권료 없이 책을 빌려주는 것 역시 국가가 그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난 아무리 도서관이라도 저작권료만큼은 빌려 읽는 사람이 내거나, 그 지자체 혹은 국가가 내야 한다고 믿는다.
그동안 저작권료만으로 살아가는 작가가 몇 명 안되어 이런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았는데, 젊은 작가들이 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소설가 시인이 돼봐야 먹고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놓고 정부보조로 버티는 문예지에 시 한 편 실어보려다, 정부보조금으로 출간되는 무슨 선집 등에 끼어보려다 저 사단이 난 것이다.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무슨 보조금 따위도 다 이런 저런 패거리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지식문화예술인에게 정부 보조금 따위를 달라는 게 아니다. 저작권료 내고 보고, 읽고, 감상하는 정정당당한 질서를 잡아달라.
난 아래아한글, V3 등 많은 프로그램을 버전 바뀔 때마다 돈 주고 사서 쓴다. 스마트폰은 백만원 가량 척척 내고 사면서 그까짓 돈 천원하는 소설을 무료로 긁어 읽거나 도서관에서 공짜로 빌려 읽고, 몇천 원하는 단행본을 TXT로 긁어 보고, 몇만 원에 불과한 프로그램을 복제하여 쓰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다 도둑질이다. 그런 도둑질을 정부가 공인한단다.
문재인 정권, 참 못쓰겠다. 이래놓고 정권에 종질하는 지식문화예술인들을 골라 국민혈세를 뜯어다 문학관 지어주고, 각종 지원금을 나눠주겠다는 발상 아닌가. 블랙리스트라고 입에 거품 물던 자들, 요즘 방송에 얼굴 자주 나오더라. 이런 졸렬한 정치, 싫다!
고마타 싯다르타의 위안으로 오늘의 스트레스를 씻는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홀로 행하고 ; 옳다고 믿으면 패거리 짓지 말고, 무리 속에 숨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