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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코뿔소 송곳뿔처럼, 그대 굳세고 당당하게 나아가라

소설가 이재운 2018. 3. 6. 16:50

홀로 행하되 게으르지 말고 철갑코뿔소 송곳뿔처럼 그대 굳세고 당당하게 나아가라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말고 철갑코뿔소  송곳뿔처럼 그대 굳세고 당당하게 나아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 고타마 싯다르타


* 흔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돼 있는 번역은 잘못된 것이다. '혼자서'의 의미는 외뿔 즉 송곳뿔을 가리키는 것이지 둘이 아닌 혼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또한 두 생각이 아닌 한 생각, 두 목표가 아닌 한 목표 등을 가리킨다.

수타니파타에 나오는 코뿔소는 인도산 철갑코뿔소 수컷의 최대 무게는 3.6톤이 나간다. 

코뿔소는 소가 아니라 말(馬)과 같은 말목(Perissodactyla)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인도철갑코뿔소는 매우 공격성향이 강하여 호랑이를 뿔로 쳐죽이고 코끼리를 주저없이 공격하기도 한다. 검은코뿔소도 송곳뿔이긴 한데 코끼리에게 덤비지는 못한다.

3.6톤이나 나가는 철갑코뿔소가 전력질주하면, 그 큰 덩치의 체중이 맨앞의 송곳뿔 하나에 집중되므로 자동차든 코끼리든 호랑이든 이 힘을 견디지 못한다. 

* 이때문에 붓다는 3.6톤의 체중을 송곳뿔 하나에 모아 목표로 돌진하는 철갑코뿔소를 수행자의 자세로 삼으라고 비유한 것이다.

* 그런데 물소로 잘못 번역되고, 법정 스님의 번역본(팔리어 원본이 아닌 일본어 번역본을 또 번역한)이 인기를 얻으면서 '혼자서'라는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마치 둘이 아니고 셋이 아닌 혼자서 수행해야만 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혼자라는 뜻이 있기는 하지만 붓다의 말씀은 송곳뿔에 방점이 가 있다.

* 붓다가 말하고자 한 것은 "철갑코뿔소 송곳뿔처럼, 그대 굳세고 당당하게 나아가라!"이다. 붓다가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팔리어 원본 중 이 말이 나온 부분이다.

* 인도코뿔소인 <철갑코뿔소>의 송곳뿔. 고타마 싯다르타는 인도코뿔소의 송곳뿔처럼 강하게, 날카롭게, 굳세고 당당하게 혼자 수행하라는 의미로 이 말을 썼다. 인도코뿔소가 유럽에 알려질 때 <철갑코뿔소>로 알려졌다. 다른 코뿔소는 이런 철갑 같은 가죽이 없다. 이 코뿔소가 돌진하면 코끼리든 사자든 다 두려워하는데, 그것도 맨앞에 난 송곳뿔이 날카롭기 때문이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이 송곳뿔처럼 온 힘을 한 곳으로 모아서 집중하라고 표현한 것이다. 

* 물소는 아래 사진으로 보라. 뿔이 두 개다. 


- 물소. 무소라고 발음한다. <무소의 뿔>은 잘못된 번역이다.

고타마는 이 무소의 뿔을 말하지 않았다. 반드시 철갑코뿔소여야 한다.


<팔리어 숫다니파타>


* 5월 5일, 어제 오전, 미얀마 스님들이 국제여래선원에 놀러 오셔서 마침 내가 의문을 갖고 있던 수타 니파타 번역에 관해 팔리어 원문 해석을 요청했다.


법정 역으로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인데 무소는 철갑코뿔소의 잘못이라는 건 확인됐으니 넘어가고, 뿔도 두 개가 아니라 한 개라는 것도 다시 확인하고, 나머지 '혼자서'에 대해 토론했다.

미얀마 스님들이 '혼자서'란 뜻을 이렇게 정리한다. 미얀마 경전해석에 근거한 것이다.

1. 혼자서 : 출가할 때나 무슨 결단을 내릴 때나 결국 혼자 한다. 혼자 태어나고 혼자 죽는다. 내가 이 세상의 주인이고 오로지 나로부터 모든 세상이 열린다는 뚜렷한 자기 중심주의를 말한다. 누구에게 물어 의견을 구해도 정답일지 알 수 없고, 남 따라한다고 해서 그 길이 바르다고 볼 수 없으니 오직 혼자서 깊이 생각하여 나아가라는 뜻이다.

2. 혼자서 : 무명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지혜로써 판단하는 아라한이 계시다면 그분을 따라 수행하지만, 아라한이 없을 때는 '직접 보았거나 확신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아라한이 아닌 스승의 말을 무턱대고 따르지도 말고, 더구나 도반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실천하라는 의미다.

3 혼자서 :. 법(붓다의 말씀)에 의지하되, 동료들과 어울려 다니며 삿된 주장에 이끌리고 패거리를 짓지 말고, 오직 혼자서 공부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믿고 끝까지 굳세고 당당하게 나아가라는 뜻이다. 이것을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아라(自燈明 法燈明) '고 표현한다.

4. 혼자서 :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행자들이 집단을 이뤄 대중생활을 하는 것은, 서로 경계하고 게으름을 떨치고, 더 좋은 수행 환경을 갖자는 것이지 서로 닮거나 비판하거나 찬양하라는 것이 아니다.

5. 붓다는 왕자라는 신분을 떨쳐버리고, 스승을 여러 번 바꾼 끝에 그나마 모두 다 버리고, 도반 5명과도 헤어져 오로지 '혼자서' 핍팔라나무 아래 앉아 목숨 건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 벽지불이자 독각(獨覺)이다. 이것이 바로 수타 니파타에서 말하는 '혼자서'의 뜻이다.

이렇게 하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오역이고 <철갑코뿔소의 외뿔처럼, 그대 굳세고 당당하게 나아가라>의 번역이 붓다의 말씀에 가장 가까운 번역이라는 사실을 서로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