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여 너희를 살릴 수 있다면...
나를 죽여 너희를 살릴 수 있다면...
- 엄마 잡아먹기(Matriphagy, 모체 포식)
어머니 가신 지 일년하고도 석달이 되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어머니는 당신을 희생시켜 나를 포함한 5형제를 길러내셨다. 옥시토신 호르몬 장난이라고 과학자들은 냉정하게 말한다.
그래, 그렇게 말하면 간단하다. 나도 내 딸에게 느끼는 감정이 옥시토신 아니고는 설명이 잘 안되니까. 말 안듣고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전화연략 없어도, 자존심은커녕 먼저 전화 걸어 잘 있느냐, 탈 없느냐 묻는 게 나도 이해가 안된다. 아내에게는 실오라기만한 트집만 보여도 벌컥 화를 내면서 정말이지 자식은 이겨낼 힘이 없다.
(난 이것이, 이 매트릭스를 설계한 존재들의 실력 부족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믿는다. 부모들이 이러지 않으면 대를 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줄어드는 출생율은 성욕만 갖고는 종족 번식이 안된다는 반증이다. 인간은 그 존재들의 머리꼭대기에 올라타서 섹스만 하고 아이는 낳지 않는다. 그러니 머리깨나 아플 것이다. 그렇다고 더 강하게 성욕을 자극해봐야 더 안된다. 옥시토신 효과를 스무 배쯤으로 올려, 남의 자식을 한 번만 봐도 애틋한 부정과 모정이 확 솟구치게 한번 로직을 짜 보시라)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어머니를 뜯어먹고 자랐다. 아마도 어머니는 먹을거리 줄이고, 입을거리 줄이면서 내 대학등록금과 생활비를 댔을 것이다.(형은 1년 6개월 정도 나를 책임졌다) 돈을 구하려고 밭으로 산으로 들로 쏘다녔을 것이다. 나도 자식을 기르면서 돈을 구하러 뛰어다니지는 않았지만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내가 어머니의 땀과 눈물을 잘 알지 못했듯이 내 딸도 내 땀과 눈물 따위는 기억하지도, 아마 알지도 못할 것이다. 그저 흔한 생명현상이라고 이해하면 간단하다.
연어들은 알을 낳고 지키다가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는다. 죽도록 알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사마귀는 교미한 뒤 수컷이 새끼를 낳아줄 암컷에게 스스로 먹히는 경우가 많다. 암컷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염낭거미가 있다. 새끼를 많이 낳는데, 이 새끼들이 사냥을 나가기 전에는 먹을거리가 없어 내버려두면 죽는다. 포유류가 아니니 젖을 먹일 수도 없다. 이때 어미 거미는 자신의 몸을 녹여 새끼거미들의 먹이로 삼는다. 새끼거미들이 독을 넣어 녹인다는 말도 있는데, 어미 스스로 체액을 녹이기도 한단다. 커다란 어미는 새끼들이 사냥하러 나갈만큼 자라게 해주는 먹이가 된다. 생식의 무서운 로직(난 섭리라고 말하기 싫다)을 보여준다.
- 보라. 거미의 모정을.
우리 인간은 너무나 이기적이어서 자식조차 낳아 기르려 하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후손을 위해 더 투자해야 한다. 더 좋은 걸 먹이고, 더 좋은 공부를 시키고,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지혜를 알아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교육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자식이든 남의 자식이든 다 같이 지혜를 터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한국 교육은 아직도 사바나의 먹이획득 교육에 불과하다.
바이오코드로 교육의 새 희망을 키우고자 한다. 몇 가지 혁신적인 희망 프로젝트가 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그 희망을 싹 틔울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안그러면 우리 후손들은 우리처럼 서로 헐뜯고 비난하고 속이고 빼앗으면서 언제까지나 동물로 살 것이다.
이 세상은 먹을거리가 충분하다. 싸울 이유가 없다. 우리 후손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하자면 지혜를 먹여야 한다. 반야의 젖줄이야말로 반드시 먹여야 할 필수 영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