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미어진다
6촌누나는 나보다 한 살 많은데 호적으로는 도리어 한 살 어리다
두 학년 아래로 학교 다녀 내가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래서 재선아 하다가 뒤늦게 누나로 바꿔불렀다. 당숙은 안계시고 당숙모는 약간의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다.
어느 날 50이 넘은 나이에 누나가 찾아와 인심꾸러미를 내놓으며 보험 들라하여 들어주었다. 이혼당하고 두 아이를 뺏긴 뒤 생계가 막막하다 했다.
그렇게 혼자 쓸쓸히 살다가 오늘 오후 1시 40분, 고향 지방선거 운동하러 가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자식을 찾아야 사고 수습도 하고 상속도 할 수 있는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전에 물으니, 누나도 모른다 했다.
죽은 것같다고도 했다. 호적 보면 나온다고 알려주니 그것도 없단다. 등신.
하늘은 왜 이다지 편벽된가. 배우지 못하고 가난하게 만들고 가정까지 깨뜨려 자식까지 뺏어가더니 뭐 그리 아깝다고 이런 사람 목숨까지 거둬가는가. 매정하도다, 하늘이여!
* 블랙박스 확인 결과 누나가 불법좌회전 혹은 유턴을 시도했고, 과속으로 달려오던 상대차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옆구리를 박은 채 30미터 이상 밀고 갔다. 누나와, 누나가 운전하던 차 조수석에 탑승한 사람이 즉사하고, 뒷자리에 앉은 이가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사망하였다.
* 컴퓨터를 하다보면 점 하나만 빼도 논리전개가 막히는 걸 볼 수 있다. 기도하고 봉사하고 아무리 착한 일을 많이 해도, 불법하면 한 순간에 응징당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하느님이든 붓다든 실수를 용납하지는 않는 것같다. 이 세상은 거대한 논리의 기계같다.
- 붓다가 되기 전의 고타마 싯다르타가 계산하고 있는 모습이 반가사유상이다. 나중에는 미륵이라고 바뀌었지만, 반가사유상은 원래 도솔천에 머물던 호명보살 즉 고타마 싯다르타가 아나파나 사티를 하면서 우주와 인간을 계산하고 있는 형상을 그린 것이었다. 호명보살은 더 정확한 계산 끝에 붓다가 된 것이다. 내 누나는 계산에 실패해 죽었다.
일 점 일 획이라도 틀리면 붓다가 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