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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 오역을 잡다
소설가 이재운
2018. 5. 7. 12:31
<무소의 뿔> 오역을 잡다
<철갑코뿔소의 외뿔처럼, 그대 굳세고 당당하게 나아가라>
* 5월 5일, 어제 오전, 미얀마 스님들이 국제여래선원에 놀러 오셔서 마침 내가 의문을 갖고 있던 수타 니파타 번역에 관해 팔리어 원문 해석을 요청했다.
법정 역으로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인데 무소는 철갑코뿔소의 잘못이라는 건 확인됐으니 넘어가고, 뿔도 두 개가 아니라 한 개라는 것도 다시 확인하고, 나머지 '혼자서'에 대해 토론했다.
미얀마 스님들이 '혼자서'란 뜻을 이렇게 정리한다. 미얀마 경전해석에 근거한 것이다.
1. 혼자서 : 출가할 때나 무슨 결단을 내릴 때나 결국 혼자 한다. 혼자 태어나고 혼자 죽는다. 내가 이 세상의 주인이고 오로지 나로부터 모든 세상이 열린다는 뚜렷한 자기 중심주의를 말한다. 누구에게 물어 의견을 구해도 정답일지 알 수 없고, 남 따라한다고 해서 그 길이 바르다고 볼 수 없으니 오직 혼자서 깊이 생각하여 나아가라는 뜻이다.
2. 혼자서 : 무명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지혜로써 판단하는 아라한이 계시다면 그분을 따라 수행하지만, 아라한이 없을 때는 '직접 보았거나 확신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아라한이 아닌 스승의 말을 무턱대고 따르지도 말고, 더구나 도반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실천하라는 의미다.
3 혼자서 :. 법(붓다의 말씀)에 의지하되, 동료들과 어울려 다니며 삿된 주장에 이끌리고 패거리를 짓지 말고, 오직 혼자서 공부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믿고 끝까지 굳세고 당당하게 나아가라는 뜻이다. 이것을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아라(自燈明 法燈明) '고 표현한다.
4. 혼자서 :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행자들이 집단을 이뤄 대중생활을 하는 것은, 서로 경계하고 게으름을 떨치고, 더 좋은 수행 환경을 갖자는 것이지 서로 닮거나 비판하거나 찬양하라는 것이 아니다.
5. 붓다는 왕자라는 신분을 떨쳐버리고, 스승을 여러 번 바꾼 끝에 그나마 모두 다 버리고, 도반 5명과도 헤어져 오로지 '혼자서' 핍팔라나무 아래 앉아 목숨 건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 벽지불이자 독각(獨覺)이다. 이것이 바로 수타 니파타에서 말하는 '혼자서'의 뜻이다.
이렇게 하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오역이고 <철갑코뿔소의 외뿔처럼, 그대 굳세고 당당하게 나아가라>의 번역이 붓다의 말씀에 가장 가까운 번역이라는 사실을 서로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