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칭(Searching), 2018년 타임캡슐에 반드시 넣어야 할 영화
작년에 <신과 함께 1>을 보고 이제 젊은 작가들의 상상력이 임계점을 뚫고 솟구쳤다고 느껴 나 같은 소설가들은 이제 소설을 접어도 미련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나태지옥 앞에서 내게 묻는다, 게으르지 않았는가?>
그런데 오늘 <Searching)>이란 영화를 보니 전율이 인다. 영화라는 장르가 확실히 소설 장르를 딛고 일어섰다.
내가 대학 다닐 때는 문예창작과 전공이 소설 아니면 시 뿐이었는데, 한둘이 희곡으로 빠질까말까 하고, 나중에 졸업해서 소설이 잘 안되는 사람이 드라마나 시나리오 쪽으로 빠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시대가 뒤집혀 희곡에도 밀리던 시나리오, 즉 영화란 장르가 소설을 압도하게 된 것이다.
* 각본, 감독 아니쉬 차간티(Aneesh Chaganty) : 1991년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기 1년 전 하이데라바드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매우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도시 한 가운데 있는 호수가에서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두어 시간 앉아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 IT 산업의 중심에서 일했다. 그는 덕분에 산호세에서 자라며 이러한 자양분을 흡수했다.
2014년, 즉 24세 때 만든 2분 길이 단편영화가 유튜브에 소개된 지 24시간만에 조회수 100만 건을 기록, 구글에 스카웃되었다.
그의 첫 작품인 이 서칭은 소재가 검색이듯이 단편영화로 만들 계획이었는데, 투자자들의 요청으로 장편영화가 되었다. 결국 촬영은 13일만에 하고, 편집하는 데 무려 2년이 걸렸다.
내가 <다음 영화> 정보란을 보던 중 '뛰어난 대본, 리얼리티, 플롯, 현란한 IT 기술 등 21세기 미국 사회의 시스템 사회를 잘 표현한 영화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역진화를 하는 일부 'beast'들이 악랄한 댓글을 많이 달았지만 신경쓸 것 하나 없다. 吠月이다.
올해 1월 21일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로카르노영화제, 선댄스영화제, 시드니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전주국제영화에도 출품되어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검색이 직업일만큼 늘 인터넷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내게는 마치 내 일상이 비쳐지는 듯해서 깜짝 놀랐다. 구글, 페이스북, 맥북 등 다 낯익은 것들이다.
소설에 필요한 스토리텔링, 복선, 긴장, 리얼리티, 다중 플롯 등 어느 것 하나 모자란 것이 없다.
영화 촬영보다도 CG나 포토샵 작업에 엄청난 시간을 썼을 제작진, 편집진의 섬세한 터치도 놀랍다.
헐리웃 식 블록버스터가 아닌 데도 이처럼 강렬하게 이성과 감정을 동시에 휘어잡는 영화는 매우 드물다. 이제 영화라는 장르가 소설을 밟고 우뚝 일어선 듯한 느낌이다.
내가 나 자신을 만족시키는 좋은 소설을 쓰기에는 체력적으로 어려운(30대에는 하루 16시간씩 일해도 끄떡없고, 40대에는 12시간쯤 일해도 문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8시간 읽고 쓰는 게 너무 벅차다. 두뇌 에너지 소모량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는 것같다) 시점에 이런 변화가 들이닥쳐 다행이긴 하다.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