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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씨앗으로 만난 박세일 선생

소설가 이재운 2018. 11. 4. 22:02

11월 1일, 최근 붓다의 깨달음 관련 주요 단서를 잡고 안성 도피안사에 계신 불교학박사 김재영 법사를 뵈러 갔다.

간 김에 그곳 모란동산에 잠들어 계신 박세일 교수를 찾았다.

늦가을이라, 이제는 모란이 된 박 교수가 나를 맞는다.

늘 꿈꾸시던 자유주의 공동체는 이제 아무도 말하지 않는 화두가 되었다.

내가 이 날 김재영 법사께 들고간 화두가 '500인 이상 대중생활을 할 때 생기는 현상'에 관한 뇌과학적인 의심이다.

그냥 돌아서기에는 너무 섭섭하여 박 교수님의 모란, 어쩌면 박 교수의 골분을 빨아들였을 모란꽃에서 맺힌 씨앗 여섯 개를 거두었다. 스님은, 모란은 씨앗을 심어도 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나는 내년 봄, 중국에서 모란 씨앗 싹 틔우는 법을 배워 한번 심어볼 참이다. 내가 고구마 씨앗으로 싹틔운 사람인데 그까짓 거 못하랴.

박세일 교수는 자유주의 공동체란 씨앗을 끝내 싹 틔우지 못했지만, 나는 내가 잡은 이 의심을 끝까지 잡고 기어이 알아내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