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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 외우고 천만 번 사경하고 백만 번 독경하면 붓다가 될 수 있을까

소설가 이재운 2018. 11. 29. 19:37
불교에는 팔만대장경이란 엄청난 양의 책이 있다. 경율논 3가지로 구성된 이 대장경을 다 외우는 분을 삼장법사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삼장법사가 없는데, 미얀마에는 여러 분이 계시다. 이 분들은 실제로 다 외운다. 그런데 그 분 중 한 분의 2시간 짜리 설법을 직접 들었다. 양곤에서 깔레이묘까지 오는 비행기가 늦어져 마하미얀 정글까지 오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후 8시 30분이 돼서야 삼장법사께서 불단에 오르셔서 10시 30분까지 쉬지 않고 설법을 하셨다.
새벽 3시에 일어나야 새벽 아나파나 사티에 참여할 수 있는데, 잠 안잘 각오하고 악착같이 들었다.

미얀마어를 몰라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듣지 못하고, 대신 아나파나 사티를 하면서 삼장법사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천이통으로 들어보니 억양, 성조가 없이 잔잔한 물이 흐르듯 목소리가 일정하다.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같다. 그래도 살아있는 팔만대장경을 뵈니 존경스럽고 환희롭다. 정글 사원에서 오후 10시 30분이면 한밤중이다. 그런데도 삼장법사께서는 기쁘게 질문을 받아주시고 기념사진까지 찍어주셨다. 그런 중에 엉뚱한 생각을 했다.

- 팔만대장경을 다 외우고, 천만 번 사경하고, 백만 번 독경하면 붓다가 될 수 있을까.
- 삼장법사되려고 20년 외우는 것과 한 달 아나파나 사티를 집중하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교(敎)와 선(禪)의 차이를 아는 사람은 아마 내 의문이 왜 생기는지 알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존 삼장법사들의 위엄이 낮아지는 건 아니다. 이 분들은 미얀마 국가 VIP로서 국내외에서 귀빈으로 대우받으며, 미얀마인들의 우상으로 계시다.


* 삼장법사 님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팔만대장경을 다 외우는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