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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고? 천만에요

소설가 이재운 2018. 12. 27. 18:39

법정 스님의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잠언집이 있다.

이 말은 자비경에 나오는 석가모니의 말씀이다.

그런데 자비경은 늘 보석경과 짝을 이룬다.

즉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말을 이해하려면 보석경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의 뜻은, 히틀러도 행복하고, 도조 히데키도 행복하란 뜻이 아니다.


오늘 현수막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지역 정치인이 당원 자격으로 신년 인사와 자기 이름을 

큼지막하게 박은 <현수막>을 여기저기 걸어놨길래 사진을 찍었다. 

이 사람은 자유한국당원이지만 현재는 지역위원장이 아니다. 

개인이 제 돈 있다고 제멋대로 현수막 만들어 여기저기 다는 건 불법이고, 치졸한 행위다. 

게다가 위원장 신청했는지 인쇄는 해놓고 살짝 가렸다. 

그렇건만 위원장이란 글씨가 비쳐서 다 보인다. 속이 뻔히 보이는 짓이다.


동행이 내버려두지 귀찮게시리 뭘 찍느냐고 한다.

그래서 말했다.

뻔한 거짓을 보고도 지적하지 않으면 내가 그 거짓에 동의한다는 뜻이 된다.

보지 못했으면 모르되 보고도 말하지 않으면 내가 내 양심을 속이는 것이다.

우리가 귀찮아하는 사이에 이 세상은 사기꾼들 천지로 변한다.

"내가 용인에 살면서 두 눈 달고 사는데, 저런 사기를 못본 척하면 사람들이 저런 거짓말에 놀아나고, 세상은 더 더러워지고 어지러워진다. 난 거짓의 편에 서지 않으련다."


오늘 마침 티비에 법정 스님의 책 제목이 눈에 띄길래 오해를 막으려고 기어이 한 자 쓰는 것이다.

즉 법정 스님의 말씀에 주석을 다는 것이다.


자비경 4번째 단락에 이런 귀절이 나온다.


살아있는 생명이면 어떤 것이건 하나도 빠짐없이 약하거나 강하거나,

길거나 크거나 중간이거나 짧거나 가늘거나 두텁거나

볼 수 있든 볼 수 없든,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태어난 것이든 태어날 것이든,

이 세상 모든 존재여, 평화롭고 행복하라!


이 단락을 줄이고 다듬은 말이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다.

자비심을 갖는 건 제한이 없다. 사기꾼, 잡놈이라도 자비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잘못을 고치고 뉘우칠 기회를 줘야만 한다. 선업을 쌓도록 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보시다. 따라서 잘못을 알려주고 놓친 게 무엇인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려줘야만 한다.

하지만 사기를 계속 치고, 양아치 짓을 그만두지 않는데도 그를 행복하게 하려면 반드시 전제 조건이 따른다.

보석경에 바로 나온다.


첫 단락에 자비경과 같은 귀절이 나온다.


지상에 있는 존재이건 천상에 있는 존재이건, 

여기 모인 모든 존재들은 다 행복하라! 

이제 내가 말하는 것을 주의 깊게 들어라.


그러고서 붓다는 그 조건 3가지를 내세운다. 다만 법정 스님의 책 제목에는 이런 뜻을 담을 공간이 없다. 그래서 굳이 설명해주는 것이다.

'행복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 몸과 말과 마음으로 지은 잘못은 그것을 감출 수 없으니, 

  궁극적 길을 본 사람은 그것을 감출 수 없다네! 

  상가는 이 세상 제일가는 3가지 보석 중 하나! 이 진리로써 모든 존재들은 행복하라!


  무더운 여름철이 시작되어, 키 높은 나무에 피어난 꽃처럼, 

  붓다께서 베푼 드높은 담마는 열반으로 인도하고 최상의 행복을 준다네! 

  붓다는 이 세상 제일가는 보석! 이 진리로써 모든 존재들은 행복하라!


  최상의 것을 알고, 주고, 가져오는 분께서 최상의 담마를 가르쳐 주었네! 

  붓다는 이 세상 제일가는 보석! 이 진리로써 모든 존재들은 행복하라!


즉 붓다와 담마(지혜, 진리)와 상가(붓다의 제자들, 즉 수행자)에 귀의하여 행복하라는 뜻이 된다.

붓다는 '최상의 것을 알고, 주고, 가져오는 분께서 최상의 담마를 가르쳐 주신 분이다.

담마는, 열반으로 인도하고 최상의 행복을 주는 것이다.

상가는 궁극의 길을 본 사람이다.


보석경은 행복의 조건을 한번 더 분명하게 한다.


- 지상이건 천상이건 여기 모인 모든 존재들은 완전한 붓다께 경배하니 여기에 모인 모든 존재들은 행복하라!

  지상이건 천상이건 여기 모인 모든 존재들은 완전한 담마에 경배하니 여기에 모인 모든 존재들은 행복하라!

  지상이건 천상이건 여기 모인 모든 존재들은 완전한 상가에 경배하니 여기에 모인 모든 존재들은 행복하라!


  

  - 쿠시나가라에서 출토된 석가모니 붓다의 진신사리다.

쿠시나가라 열반당 주지이자 인도 불교 종정이신 가네쉬와르 스님께서 용인 보문정사에 기증하셨다.


<자비경>

<보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