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파란태양*
최초의 블랙홀 사진 앞에서 나를 내려 놓는다
소설가 이재운
2019. 4. 11. 21:44
최근에 짧은 논문을 하나 쓰면서 수퍼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을 체크한 적이 있다.
4월 10일, 다국적 연구팀이 인류 천문학 연구사상 최초로 블랙홀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처녀자리 M(Messier) 87이라는 블랙홀인데, 그 존재는 오래 전에 알려져 있었고, 비슷한 이미지도 나와 있었는데 실측으로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87의 크기는 태양 질량의 약 65억 배다.
지금까지 물리학으로 증명된 가장 큰 수퍼 블랙홀은 NGC 4889로, 태양 질량의 210억 배다.
중국에서 가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우주에서 가장 큰 블랙홀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중국발 뉴스는 대체로 믿을 가치가 별로 없다.
현재 검증되지 않은 추정 블랙홀 중에서는 태양질량의 1960억 배 짜리 <SDSS J140821.67+025733.2>가 있다.
원래 물리학적으로 태양 질량의 500억 배 짜리 블랙홀이 그 한계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런 이론조차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천문학 분야에서 몇 년에 한번씩은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다. 특히 블랙홀은 그런 주제 중 하나다. 우리가 아는 우주는 겨우 4%라는 게 정설이다. 96%는 암흑물질(Dark Energy, Dark matter)이라고 하여 누구도 알지 못한다.
우리가 뭔가 주장할 때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전제해야 한다. 인간의 눈으로 보이는 善이 사실은 惡일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우리는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찰나에 태어나고 죽는 소립자는 10-22승이 수명이다. 수퍼 블랙홀의 수명은 태양 질량 2배일 경우 1.2X10의 67승인데, 기본 수명은 블랙홀 질량의 3제곱에 비례한다. 이게 원래 붓다가 말한 겁이다.
찰나와 겁이 존재하는 우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이는 수퍼 블랙홀, 심지어 이 우주가 아닌, 전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우주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스티븐 호킹은 우주도 생멸을 거듭한다고 주장한 바 있고, 2600년 전의 붓다도 이미 그렇게 주장했다. 공즉시색 색즉시공 원리가 무한반복한다는 것이다.
돈을 따라잡느라 헉헉거리고, 남 욕하느라 침을 튀길지언정 세상의 본질 앞에서는 잠시 숨고르는 것도 좋다.
* 주황색으로 빛나는 것이 M87이다. 나머지는 기타 블랙홀이다. 은하 하나마다 약 10의 8승 정도 블랙홀이 있다. 붓다는 우주(소천)에는 천억개의 태양이 있으며, 은하단(중천)에는 천억개의 은하가 있으며, 대우주(초은하단, 초초은하단 즉 대천)는 1000억 개의 은하단으로 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수학, 물리학, 화학, 천문학이 없던 2600년 전에 그는 어떻게 이 사실을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