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전원 이야기

목 마른 나무와 호박과 옥수수를 위해 하루 시간을 내다

소설가 이재운 2019. 6. 4. 00:04

공주 밭에 새로 심은 나무와 호박과 옥수수가 있다.

날이 너무 뜨거워 뿌리를 아직 못내린 '올해 심은 나무'들과 새로 심은 호박과 옥수수 때문에 걱정이 되어 오늘 일부러 공주에 갔다.

심은 지 한 달 다 돼가는 호박과 옥수수는 절반은 죽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호박과 옥수수는 바라보기 민망할만큼 처절하게 버티고 서 있다.

작년에 심은 나무들은 뿌리를 깊이 내려 괜찮은 것같은데, 올봄에 심은 나무들은 아직도 새 순을 내민 채 더 자라지 못하고 있다. 

못에는 사철 물이 괴어 있으니 조루로 물을 떠다가 일일이 뿌려주었다.

호박이며 옥수수는 열매가 열리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한 철이나마 멋대로 뻗고,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뭘 먹자고 심은 건 아니다.


식물이라고 이 뙤약볕에 방치하면 버티고 살 수가 없다. 기어이 말라죽을 것이다. 

자주는 못가도 일주일에 한번은 가서 물을 주든지, 비를 기다리든지 해야 한다.

동생이 20년간 산 단독주택이 재개발되면서 아파트로 이사갔는데, 그러면서 옮겨심은 과실수들이 특히 걱정스럽다. 동생이 애지중지 길러온 나무들인데 행여나 뿌리 내리기 전에 말라죽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