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돼지 입이 앞에 있는 까닭은?
- 돼지는 입이 맨 앞에 있지만 사람의 입이 맨 아래에 있는 까닭은 사람은
먼저 생각하고,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말하고 그 다음에 먹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법정스님 / 가슴이 부르는 만남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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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진실만을 추구하며, 오로지 진실한 비유만이 진실을 가리킬 수 있다고 믿는다.
SNS에 이런 글이 올라와 있길래 법정 스님이 정말 이런 글을 썼을까 의심스럽다.
그러므로 내용만 비판한다.
우선 사람의 입은 맨 아래 있고, 돼지 입은 맨앞에 있다는 비유는 틀렸다.
위치로 말하면 돼지 입도 맨 아래에 있다. 사람의 입이 맨아래에 있다는 것은 눈과 코 아래에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돼지 눈과 돼지 코도 입 위에 있다. 그러므로 이런 비유는 잘못된 것이다.
또 돼지 입이 튀어나와 있다는 형태 요소를 과장한 것이라면, 사람 입도 튀어나온 사람이 아주 많다. 다만 그 정도가 돼지가 훨씬 더 심하다.
따라서 이런 것만으로 돼지와 달리 사람은 먼저 생각하고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말하고 그 다음에 먹는 존재라는 건 억지 주장이다. 아무리 좋은 말도 거짓 비유에 실리면 거짓말이 된다.
돼지 입이 튀어나온 것은 손이 없기 때문에 경사진 땅에서 앞발로 버티고 대신 주둥이로 풀뿌리를 캐먹기 위해 발달한 진화의 한 결과일 뿐이다.
사람 입이 돼지보다 덜 튀어나온 것은, 사람은 풀뿌리를 캐기 위해 주둥이로 땅을 파지 않고 손과 도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굳이 입 튀어나올 이유가 없다.
(법정 스님이 쓴 글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먹기 전에 생각할, 말하라, 이런 걸 강조하는 것까지야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겨우 그런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억지 비유를 한 것은 적절치 못한 것이다.
* SNS에 소개된 법정 스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