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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석이 아니다

소설가 이재운 2019. 8. 14. 16:16

나는 자석이 아니다

- 그러니 음극이냐 양극이냐 묻지 말라


자석은 어쨌든 음극과 양극으로 나뉘어 한쪽 끝으로 에너지가 몰린다. 

가운데는 자성이 없다. 그러니 이것이든 저것이든 달라붙지도 않는다. 오직 양끝으로만 달라붙는다.


내가 2016년에 국민의당 창당에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쓴 것은, 이처럼 자석의 양끝으로 몰리는 이 나라 빠들을 제치고 오직 지혜와 양심으로 '서로 돌보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을까, 죽기 전에 이런 나라를 통일된 한국으로 만들 수 없을까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그래야 나중에 '노력은 했다'는 말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많은 친구들을 버렸다.

자석의 중앙이 내 자리다. 나는 양극도 음극도 아니다. 그래서 내 글은 이쪽을 칭찬하기도 하고 저쪽을 칭찬하기도 하며, 이쪽을 비판하기도 하며 저쪽을 비판하기도 한다.

나는 늘 中과 正의 자리에 내 둥지를 틀고 싶고, 내 친구들을 불러 모아 반야를 나누고 싶다. 

여기에 바이코드가 있다. 바이오코드가 중이자 정이다. 

- 자석은 반드시 편을 가른다. 너희는 저쪽에 서고, 우리는 이쪽에 선다, 이렇게 요구한다.

나는 끝이 아닌 가운데의 中과 正에 있고 싶다.


하지만 어찌 그런가.

함께 웃고 떠들던 동무들은 어느 순간 자석의 한끝으로 가버린다. 저절로 거리가 멀어진다.

국민의당에 참여했던 동지들 중에는 양극으로 가버린 사람, 음극으로 가버린 사람들이 많다. 다시 말하자면 민주당에 있다가 국민의당 온 사람 중에 자유당으로 간 사람이 있고, 자유당에 있다가 국민의당에 왔다가 민주당으로 간 사람도 있다.


자석의 中에는 극성이 없다. 자장이 없다. 

태풍의 눈은 기압이 가장 낮다. 바람이 불지 않으며 비가 내리지 않는다.

고요하지만 힘이 있고, 空한 듯하지만 강력한 色이 있다.


- 태풍의 눈.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태풍의 눈, 직경 80Km.


하지만 사람들은 가운데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점점 어느 한쪽으로 끌려간다.

태풍의 눈이 이리저리 옮겨다니듯이 결국 흔들린다.

아무 말, 아무 주장 않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한쪽으로 쏠리더니 그마저 極으로 가는 걸 여러 번 보았다.


그러지 말라, 진실은 중정과 핵심에 있지 끝에 있지 않다. 

어느 한쪽에 선 사람, 언젠가는 그 반대쪽에 설 수도 있다.

극과 극은 사실상 그 기질이 같다. 그래서 陽陽卽이요 이 된다.

극렬한 좌파운동을 하던 아무개, 아무개가 극우가 되고,

극렬한 우파운동을 하던 아무개, 아무개가 극좌가 된다.

- 막대 자석처럼 정반대 주장과 구호로 서로 잡아먹을 듯이 싸우다가도

결국 막대자석처럼 은근히 다가간다. 적대적 공생을 이룬다.

그러다가 결국 손잡고 은근슬쩍 손을 잡아버린다.


나는 中과 正에 앉아 멀리 길 떠난 동무들을 기다린다.

내가 갈 수는 없으니 동무들이 내게 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