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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극우를 싫어하나?'

소설가 이재운 2020. 5. 28. 11:54

- 윤미향 사건을 무심히 바라보는 내 시각을 의심하는 분들을 위한

'왜 내가 극우를 싫어하나?'

 

윤미향 사건이 불거지면서 나는 줄곧 '극우+보수+기독교+독재 및 군부부역' 세력은 제발이지 떠들지 말라고, 그 입 좀 다물라고 강조했다.

지금 민주당 일각에서 말같지 않은 변명과 터무니없는 감싸기 발언이 쏟아진다고 하여 이들 세력이 더 날뛰는데, 그럴수록 내 말은 더 날카로워진다. 어쨌든 '그 더러운 입은 다물라!' 딱 이 말 뿐이다.

 

당신들은 위안부 피해자든 징병 징용 정신대 피해자든 코멘트할 자격도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냥 찌그러져 역사의 배반자, 동조자, 방관자로 살아가면 그로써 족하다. 물론 사람 값어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면서 소비하고 있는 한 사기꾼이든 강간범이든 도둑놈이든 국민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난 우리나라 보수의 핵심에 미군정의 기독교 주의자들과 공산당에 특별히 환멸을 느끼는 월남 개신교인들(특히 서북청년단, 이들이 나중에 이승만 정부, 박정희 정부, 전두환노태우 군부정권의 핵이 된다)이 1945년부터 무슨 짓을 해왔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새누리당이든 미래통합당이든 당원들조차 잘 모르는 사실이 대단히 많다. 이들은 오로지 '개신교 세력' 확산을 위한 극우 정권만 요구한다.

일제강점기 기독교인은 1600만명 인구 중 29만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개신교 국가를 만들려는 미 군정 + 개신교인 이승만은 멸공 사상으로 무장한 서북청년단 류의 기독교인들을 앞세워 소수 개신교 집단을 급속히 늘려나가는 정책을 '독재적으로 강압적으로' 폈다. 이승만은 대통령 취임 선서를 기도로 시작하고, 국가의전을 모조리 기독교식으로 만들었다. 군대에 군목, 교도소에 형목을 보내고, 기독교방송국 극동방송국, 신학대학, 그리고 언론사를 마구 인가해주고, 일반 대학에도 개신교인을 총장으로 보내면서 교육계를 장악했다. 그러면서 불교, 천도교 등 기존 종교 세력은 철저히 차별 내지 탄압했다.

 

이러자 이승만 정부 요직 중 47.7%가 개신교인이 되고, 육군참모총장이 나서서 군대 기독교화에 나섰다. 일제가 놓고간 적산가옥 등은 모조리 개신교단체가 차지해 YMCA, 선교사들은 미국에서 몰려드는 원조금이나 원조물품을 독점하여 학교보다 교회를 먼저 짓고, 기독교인들에게 먼저 나누어 주었다. 나는 그때 그 부스러기를 얻어 먹은 사람으로서 어쨌든 미국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는 있다.

이렇게 세를 불린 개신교 단체는 이승만 정권의 절대적인 버팀목이 되고, 이어서 박정희, 전두환 군사통치기간에도 절대적인 협력세력이 되었다.

 

이 뿌리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와서 일부 극우 개신교 세력이 보수세력으로 둔갑하여 암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반공주의자들 중 절대다수는 김일성에게 쫓겨내려온 서북청년단에 뿌리를 두거나, 친일 이력을 지우기 위해 해방 이후 주류 세력이 된 개신교 집단에 숨거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 정치적 영달을 위해 개신교로 바꿔탄 사람들이다. 미군정과 이승만 개신교 정권이 악을 쓰며 노력한 결과 1955년 개신교 신자는 100만 명이 되고, 인구의 10%에 이르렀었다.

이들이 저지른 여러 악행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나라 정치세력에 파고들어 암세포처럼 존재해왔으며, 지금도 극우세력 면면을 보면 이 뿌리가 튼튼하다는 걸 알 수 있다.(내가 사는 지역에도 산하기관장이나 임명직에 특정 교회 인물이 많다. 평생 절 다닌 시장이 당선되자마자 임기 내내 특정 교회에 다녔다. 나중에 낙선하더니 도로 절에 다닌다)

 

내가 이렇게 일부 '정치 개신교' 세력의 극우화를 비판하는 것은, 목사로서 양심 있는 신앙 생활을 하는 우리 종손 등 기독교 정신에 충실한 여러 신자들까지 비판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하느님의 가르침에 충실한 개신교인들은 이러한 한국 현대사 속의 왜곡된 반공극우기독교 세력으로부터 더 멀어지고, 이들의 유혹을 뿌리쳐야만 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윤미향 사건에서 '친일극우반공기독교 세력'들의 비판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조건에 맞는 행위를 해온 언론사, 단체, 개인들이 윤미향을 비난하느라 바쁜 것은 이완용이 애국하자고 외치고, 박정희가 민주 정신을 외치고, 전두환이 정의사회 구현 외치는 것만큼이나 허망한 소음이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윤미향의 부적절한 행위는 이 나라를 지금까지 잘 이끌어온 양심세력들만으로도 충분히 검증할 수 있고, 잘못에 따라 적법하게 처벌할 수 있다. 현대사의 암세포 같은 이들이 아무리 떠든들 친일한 흔적이 지워지거나, 반공 완장 차고 양민을 무차별 학살한 죄가 감해지거나, 군부정권에 부역하느라 민주주의를 짓밟은 전과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이 정도로 줄인다.

 

* 한국인으로 살고는 있지만 경상도나 전라도 출신이 아닌 충청도 출신으로서, 기독교인이 아닌 불자로서, 권력자가 아닌 소설가로 살아오느라 참 힘들더라. 이러면 "밀리언셀러 작가가 뭐 힘들어?" 하고 철없이 묻는 사람들이 많다.

* 오늘 아침에 찍은 작약꽃. 거짓과 위선의 시대에도 꽃은 항상 아름답게 피어난다. 내 말과 글도 늘 이 꽃들처럼 아름답고 진실하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