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태양/*파란태양*

이성으로 판단하라

소설가 이재운 2020. 6. 4. 14:51

1.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말씀 관련, 한 가지 사례를 적는다.

우리 어머니는 85세 무렵 뇌경색이 와서 잠시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셨다. 이때 육촌누이가 동네에 살며 어머니 간병하러 어머니 집을 오갔는데, 느닷없이 이 누이가 어머니 통장을 훔쳐갔다며 역정을 내셨다. 사정 모르는 동네 사람들은 누이를 의심했다. 하지만 알아보니 어머니에게는 누가 가져갈만한 통장이 없었다. 누이는 아무 말없이 모욕을 견뎠다. 동생들이 알아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러니 이쪽 말이든 저쪽 말이든 사실로써 판단하라. 할머니 말씀에도 귀를 기울이고, 기억연대 측 말에도 귀를 기울여라. 조사도 안해보고 욕부터 하면 못쓴다.

 

2. 요며칠 정경심 석방하라고 주장하는 문빠들과 정경심 잡아가두라고 우기는 패잔병들 주장이 맞섰다. 그러다 법원이 오늘 정 씨 구속 만료에 따른 석방을 결정했다.

문빠들은 신이 나고 패잔병들은 풀이 죽었다. 양쪽 다 답답하다. 여태 구속시켜 놓고 수사했는데 뭘 더 조사하겠다는 건가. 이미 충분히 구속수사를 받았으니 이제부터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 받으라는 뜻이다. 죄가 사라진 것도, 용서된 것도 아니다. 증거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아직도 유죄를 증명할 수 없다면 그건 검찰이 잘못한 것이다. 그러니 재판을 보자. 앞으로는 말로 싸우는 것이다. 입 맞춰도 자유고,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무슨 재주로 인멸하나. 정씨든 누구든 구속 사유가 없는데도 구속된 채 재판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게 법정신이다.

 

* 한겨울 한밤중에도 "남 도와라, 보시적선하라" 속삭이시는 시바리 존자(용인 보문정사 내 황금탑). 남 돕고 보시하기 어렵거든 욕이라도 하지 말라. 모르면서 헐뜯지도 말라. 거짓말을 지어 퍼뜨리지도 말라. 반드시 업보가 따른다. 지으려거든, 부디 좋은 업을 짓기 바란다.